"조선인들이 묻혀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억지주장..입구에 '위험' 간판 세워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 새로 만든 안내서에도 '강제 징용'이란 단어는 없어
  • 지난해 9월 MBC 무한도전팀과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소개해 큰 화제가 됐던 일본의 '다카시마 공양탑' 가는 길을 최근 나가사키시에서 폐쇄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메일 한 통 보내 "안내판 설치 불허" 통보

    서 교수팀은 방송이 나간 후 많은 시청자들이 공양탑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치자, 지난해 10월 네티즌들이 모금한 비용으로 외딴 곳에 방치됐던 '공양탑 가는길'의 벌초작업을 했고 나가사키시에 안내판 설치를 문의했다.

    이와 관련, 서 교수는 "그동안 허리를 90도로 꺾어야만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험난한 길을 누구나 다 방문할 수 있도록 벌초작업을 한 뒤, 나가사키시에 '강제 연행된 한국인의 혼이 잠들어 있는 장소'라는 안내판 설치를 허가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두 달 동안 나가사키시는 "논의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다, 지난해 12월 말 달랑 메일 한 통을 통해 "불허한다"라는 최종 입장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나가사키시는 산케이신문 기사를 통해 "공양탑 안에 묻혀있는 사람들이 조선인들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안내판 설치를 불허한다"는 납득하기 힘든 사유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구랍 23일자 산케이신문 기사에는 "▲나가사키시가 다카시마 섬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양탑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이 안장돼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고, ▲인근 사찰인 금송사(金松寺)로 유골이 전부 이전됐으며 ▲이러한 취지의 설명판을 공양탑 주변 3군데에 세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 '위험'이라고 쓴 간판 내걸어 공양탑 가는 길 폐쇄

    이에 대해 서 교수는 "다카시마 공양탑에 묻힌 유골은 다카시마 탄광에서 죽은 징용자들, 바다에서 조난을 당한 표류자들"이라며 "분명한 것은 하시마 탄광 조선인 사망자의 유골을 공양탑으로 옮겨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명백한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살고있는 주민들의 청취조사를 통해서 '조선인들이 묻혀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주장'이자 '역사왜곡'을 하는 전형적인 행동에 불과하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히 산케이 보도 직후 다카시마 공양탑의 현재 상황을 직접 점검해 본 결과, 공양탑 들어가는 입구에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안내판 2개를 세우고 그 사이에 밧줄 2개를 엮어 '위험'이라는 간판을 내걸어 길 자체를 폐쇄한 상황을 확인했다고 서 교수는 주장했다.

    서 교수는 "지난해 7월 이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후에도 나가사키시는 계속적으로 '강제징용'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새롭게 만든 안내서에서도, 새롭게 만든 박물관에서도 '강제징용'의 단어는 절대 삽입하지 않았었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다카시마 공양탑의 정확한 역사적 사실 자료를 갖고 나가사키시 담당자를 곧 만나 폐쇄한 길을 누구나 갈 수 있도록 꼭 만들겠다"면서 "올해는 '강제징용'이 있었던 일본 내 다른 도시에서도 역사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