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인재 영입이라는 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이따위가 외연 확대?
  • ▲ 표창원 씨(사진 왼쪽)가 지난해 12월 27일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으로 입당하면서 문재인 대표(오른쪽)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표창원 씨(사진 왼쪽)가 지난해 12월 27일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으로 입당하면서 문재인 대표(오른쪽)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표창원 평당원이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간의 합의를 높이 평가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개탄을 자아내게끔 하고 있다.

    "우리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악(惡)"이라는 전형적인 친노(親盧)식 논리를 구사하는 인사라는 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의 인재 영입이라는 것이 지지층의 외연 확대는 커녕 친노패권주의 동종교배로 점철돼 있어, 이대로라면 총선 참패를 면할 수 없다는 게 다시 한 번 입증됐다는 지적이다.

    더민주 표창원 당원은 1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할머니들과 대한민국을 비롯한 피해국 국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헤집고 분노를 유발하는 엉뚱한 한일협상 지지 발언은 온당치 않다"며 "반기문 총장은 국민이 분노하고 아파하는 한일협상 지지발언을 취소하라"고 압박했다.

    앞서 반기문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해 맞이 전화 통화에서 "24년간 어려운 현안으로 돼 있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데 대해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지지했다.

    지상파 방송국 S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TNS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30일 양일간 유·무선전화 임의걸기 방식으로 전국 성인 남녀 7775명에게 전화를 걸어 그 중 1000명이 응답(응답률 12.9%)한 결과에 따르면, 위안부 한일 외교장관 합의에 대해 "매우 잘했다"가 8.6%, "비교적 잘했다"가 44.7%로 도합 53.3%를 차지했다.

    이는 "매우 잘못했다"(18.1%)와 "비교적 잘못했다"(22.3%)를 합한 응답 40.4%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이다.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이처럼 국민 여론도 위안부 한일 합의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표창원 당원은 "국민이 분노하고 아파하는 한일 협상"이라며 민심을 호도·왜곡한 것도 모자라, 반기문 총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늘어놓았다.

    표창원 당원은 "(반기문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직을 개인 능력으로 쟁취했느냐"며 "그저 참여정부 외교장관에 '불과'했던 당신에게 유엔사무총장 자리를 안겨준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동 문제는 날로 악화돼 ISIS 테러 및 소수 민족 학살, 인권 유린의 참상이 목불인견의 상황에 도래했고 이로 인한 난민 사태가 유럽을 위기에 빠트리는데 총장은 뭘 했느냐"며 "유엔 내부는 인사 실패·내부 비리 및 비효율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오고 있는데 뭘 했느냐"고 따져물었다.

    나아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민족의 자존심과 피해자분들의 명예에 큰 손상이 가는 '국내 정치권력 편들기'를 위해, 그런 명예와 이미지를 소비한다면 정말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존경하는 반기문 총장이 이 글을 읽을지 모르겠지만 부디 같은 마음인 수많은 한국인들의 아픔과 실망, 안타까움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비난했다.

    표창원 당원이 반기문 총장의 언행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라고 실토한 것은 그나마 솔직하다는 지적이다. 홍곡(鴻鵠)의 뜻을 연작(燕雀)이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표창원 당원은 국제 문제와 외교에 대해 전문성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더민주 평당원이라는 지금의 지위조차 개인 능력으로 쟁취한 게 아니라, '문재인 정치권력'을 편들어준 댓가로 문재인 대표가 입당식까지 만들어 안겨준 것에 불과하다.

    반면 반기문 총장은 1970년에 외무부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래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의전수석비서관과 외교안보수석비서관, 김대중 정부에서 외통부 차관을 지내는 등 친노 아닌 역대 정부에서도 개인 능력을 인정받고 지금은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국제적으로 넓은 시야와 안목을 가지고 활동하는 인물이다. 홍곡과 연작의 관계로 비교하기에는 제비와 참새에게 민망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반기문 총장의 언행을 '국내 정치권력 편들기'로 매도한 것은, 자기 편을 안 들어주면 반사적으로 '남의 편'을 부당하게 편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하는, 전형적인 아전인수 친노 논리라는 지적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노무현정권 시절 폭정과 압제가 계속되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노무현정권은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가려 하느냐"며 "우리가 간판만 대한민국이고 지배하는 사람들은 영 다른 생각을 가진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닌지 분간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자 당시 국무총리였던 친노 이해찬 의원은 "종교지도자인 추기경이 상당히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것 같다"며 "사람이 살면서 별꼴을 다 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폄훼했다.

    민주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김수환 추기경조차 자기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대뜸 '별꼴'이라고 매도하는 게 친노 논리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지지받는 것으로 나오는 위안부 한일 합의를, 역시 국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1위로 나타난 반기문 총장이 "지지한다"고 한 것을 두고 '국내 정치권력 편들기'라고 매도한 표창원 당원의 발언이야말로 정치적 의도를 가진 정파적인 편가르기에 매몰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 더불어민주당의 평당원인 표창원 씨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비난 글. ⓒ페이스북 캡쳐
    ▲ 더불어민주당의 평당원인 표창원 씨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비난 글. ⓒ페이스북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