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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마친 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연쇄 탈당 사태를 막겠다고 내놓은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안에 냉담한 반응만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일각에서는 이를 진일보한 반응으로 평가하는 기류도 있었지만 문재인 대표 측에서 다시 이런저런 전제조건을 달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반응조차 급속도로 싸늘하게 식어버리고 오히려 분당(分黨)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23일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단합과 총선 승리를 위해 혁신과 단합의 기조로 선대위를 조기 출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공감한다"며 "공론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조기 선대위' 출범안을 내놓았다.
이날 임내현 의원이 추가 탈당하고, 이 자리에서 김한길 전 대표·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탈당이 공개적으로 언급되는 등 분당 국면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다시 한 발짝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러한 문재인 대표의 조기 선대위 출범안에 김현미·민병두·박홍근·우상호 의원 등 수도권 지역구 의원 12명이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반색을 하고 나서는 등 일부 호응도 뒤따랐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 측이 같은날 오후 "더 이상의 추가 탈당이 없어야 한다"며 "공천은 선대위에 전권을 줄 수 없고 시스템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나서자, 내홍 수습을 향한 분위기는 급속도로 식어버렸다.
한 매체는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에 따른 공천이 이뤄진 뒤인 내달말쯤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으나, 문재인 대표 측은 이 보도 또한 공식 부인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의원들의 시각은 냉담하다. 아직도 문재인 대표가 안이한 현실 인식을 갖고 사태의 위중함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24일 통화에서 "친노패권주의를 다 강화시켜놓고 (대표를)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나 똑같지 않느냐"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허탈한 헛웃음을 지었다.
이어 "지금 와서 그만 둔다고 해도 별로 의미가 없을 정도인데, 한 달 뒤에 그만 두면 무슨 의미가 있고 그 때까지 꼭 (대표를) 해야겠다는 이유가 뭔지도 모르겠다"며 "'후속 탈당을 안 한다'는 등 전제조건까지 달아놨던데 이것은 (대표 사퇴를) 하기 싫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나아가 "만시지탄"이라며 "문재인 대표에 대해 이야기해봤자 반영되지도 않을 것이고, 절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인데 의미가 없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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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의 조기 선대위 출범 뒤 추후 사퇴 고려 제안에 대해 지금 당장 사퇴한다고 해도 별로 의미가 없을 정도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평가절하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호남 의원단 오찬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는 주승용 전 최고위원과 그 곁의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남 지역구의 한 의원도 이날 "기왕에 (내홍을 수습할) 결심을 굳혔다면 조건 없이, 시기를 달 게 아니라 정말 다 내려놓고 똑같이 당을 걱정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공유해줘야 한다"며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즉각) 사퇴하고 후속 지도부를 믿고 맡겨야 한다"고 충언했다.
아울러 "지금도 지역에서는 '언제까지 문재인이하고 있으려느냐, 문재인당에서 언제 나올 것이냐' 어제도 이런 질문을 받았다"며, 문재인 대표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경고했다.
또다른 의원도 "물러나면 물러나는 것인데, 무슨 '탈당을 안 하는 조건으로 하겠다'는 것은 속된 말로 '찌질하다'고 본다"며 "다른 사람들은 전부 공천이나 욕심내는 사람으로 보고, 자기가 물러나면 당이 망한다고 생각하는데, 물러날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이미 탈당한 한 의원은 "이제는 아무 관심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조기 선대위를 구성하되 공천은 혁신안에 따라 하겠다는 문재인 대표의 주장을 가리켜 "다 해놓고 예상되는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살짝 빠지겠다는 것"이라며 "X 싸놓고 물은 안 내리겠다는 격"이라고 조소했다.
'조기 선대위' 출범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의원들조차 부정적인 반응으로 일관함에 따라, 문재인 대표가 나름대로 내놓은 수습안은 일찌감치 허공으로 떠올라버렸다는 분석이다.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한길 전 대표는 "내 고민의 주제는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고 이후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느냐인데, 그 고민 속에서 내 거취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며 에둘러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선대위 구성에 김한길 대표가 매우 부정적이더라"고 전했다.
역시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호남특위 위원장 제안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진 박지원 전 대표도 이날 광주MBC라디오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재인 대표가 선대위를 구성하고 내달말에 사퇴하겠다는 것은) 마이웨이를 강행해 오던 모습을 볼 때 진실성이 없다"며 "문재인 대표의 사퇴가 먼저 있어야 국민과 당원의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특히 선대위에 공천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전제조건'을 가리켜 "통합선대위는 정해진 것만 집행하라는 것으로,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라는 것"이라고 평해, 역시 문재인 대표의 '총선 패배 책임 회피를 위한 꼼수'로 바라봤다.
이날 박지원 전 대표는 "김한길 대표와 부단히 논의하면서 상황을 공유하고 대비하고 있다"며 "만약 내가 움직인다고 하면 혼자 움직일 수는 없고, 전북과 수도권에서 함께 하겠다는 의원들이 있다"고 집단 탈당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