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찰 “10월 23일 야스쿠니 신사 화장실 폭탄 사건 용의자 신원 확인된 적 없어”
  • ▲ 지난 10월 23일 오전 10시, 일본 도쿄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의 남자 공중화장실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당시 日NNN 보도화면 캡쳐
    ▲ 지난 10월 23일 오전 10시, 일본 도쿄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의 남자 공중화장실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당시 日NNN 보도화면 캡쳐


    지난 10월 23일 오전 10시,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서 사제 폭탄이 터졌다. 다행히 폭탄은 불발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일본 경찰은 ‘테러 시도’로 보고 조사를 해오고 있다. 이 ‘테러 용의자’를 놓고 일본 언론들 사이에서 ‘혐한 여론’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이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2월 2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야스쿠니 신사에서 일어난 폭발의 용의자가 한국인으로 추정되며, 이미 귀국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경찰은 폭발음이 들리기 30분 전 어두운 색 복장에 배낭을 멘 남성이 CCTV에 포착됐다”면서 “이 남성은 주머니 형태의 물체를 들고 폭발이 일어난 화장실로 향했으며, 이후에 찍힌 CCTV 영상에는 물체를 들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해당 한국 남성이 야스쿠니 신사를 나온 뒤 인근 구단시타역 방향으로 가다가 지요다구의 한 호텔로 향한 것으로 판명됐다”면서 이 남성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일본 언론들은 ‘수사 관계자’를 인용, “야스쿠니 신사의 화장실에서는 한국제 건전지도 발견됐다”면서 “경시청이 CCTV 화면을 조사한 결과 야스쿠니 신사 공중화장실에서 폭발음이 들리기 전에 포착된 남성이 30세 전후의 한국 남성”이라면서 “이 한국 남성은 이미 귀국한 상태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2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3일 일본 경시청이 한국 ‘연합뉴스’에 확인해 준 사실이 공개되면서 머쓱해 졌다.

    일본 경시청은 3일 한국 ‘연합뉴스’에게 “용의자가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며 한국 남성이 용의자라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해 준 것이다.

    일본 경시청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경시청 책임자와도 전화통화를 했는데 그는 ‘왜 이런 기사가 나왔는지 당혹스럽다’고 했다”면서 “이것이 현재 일본 경찰의 공식 입장”이라 밝혔다고 한다.

    ‘연합뉴스’는 “일본 경시청 책임자는 ‘용의자가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 경찰과 수사 공조를 할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강조했다”는 일본 경시청 측의 입장도 전했다.

    일본 언론들의 이 같은 행태는 최근 일본 내에서 ‘혐한여론’을 조성하는 일부 매체들의 활동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지난 9월 하순, 일본 최대의 포털인 ‘야후 재팬’은 ‘혐한 보도’만 전문적으로 내놓는 ‘서치나’ 등 일부 매체와의 콘텐츠 제공 제휴를 끊었다. 즉 포털 뉴스에서 퇴출한 것이다. 야후 재팬이 퇴출한 매체들은 ‘혐한 보도’를 내놓기 전에는 주로 중국 관련 뉴스를 내놓던 매체들로 알려져 있다.

    재일교민 가운데 일부는 “일본 내에서 ‘혐한 기사’만 전문적으로 내놓는 매체들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한국 국적을 얻은 조선족이나 일본에서 생활하는 중국인들”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일본 언론들이 지난 몇 년 사이에 ‘혐한 기사’의 조회 수가 매우 높다는 점에 착안해 ‘혐한 보도 전문매체’들을 따라 사실 확인이 안 된 내용의 기사들을 내는 경우도 꽤 있었다는 것이 일부 재일교민들의 주장이다.

    일본 언론들이 ‘야스쿠니 신사 테러 용의자’라고 보도한 것 또한 아베 신조 정권과 보조를 맞추고 혐한 여론에 편승하려는 게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