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재판 방불..국정감사는 뒷전, 개인 '사상 검증'에만 혈안

  • 국감 기간 내내 고영주 방송문화진흥위원회(방문진) 이사장을 물고 늘어져온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야당 위원들이 6일 열린 확인감사에서도 '고영주 헐뜯기'로 대미(?)를 장식하는 추태를 부렸다.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 본관 6층에서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소관기관 확인감사는 '종합감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고영주 이사장의 '방문진'에만 치우진 양상을 보였다.

    전병헌·최민희 의원을 필두로, '타도 고영주'에 나선 야당 위원들은 작심한 듯 고 이사장을 거꾸러뜨리기 위한 기상천외한 유도신문(誘導訊問)을 던졌다.

    특히 최민희 의원은 전직 대통령과 운동권 출신 거물 정치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이들이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수준 낮은 질문을 퍼부었다. '뭐 하나만 걸려라'는 식의 말장난 같은 질의였다.

    최 의원은 먼저 '햇볕정책'의 창시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들먹이며 고 이사장을 시험하는 우문(愚問)을 던졌다.

    최민희 : 김대중 전 대통령도 공산주의자입니까?

    고영주 :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민희 :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6.15 남북 공동 선언으로 남북 관계의 물꼬를 텄는데, 공산주의자인가요?

    고영주 : 아닙니다.


    예상했던 대답이 나오지 않자, 최 의원은 DJ를 재빨리 포기한 채 '다음 대통령'으로 건너 뛰었다.

    최민희 : 그러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자인가요?

    고영주 : 민중·민주주의론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최민희 : 민중·민주주의는 변형된 공산주의 아닌가요?

    고영주 : 비슷하죠.

    최민희 : 그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입니까?

    고영주 : 네.


    앞서 열린 '방문진' 국정감사에서 '민중·민주주의'의 개념을 숙지했던 최 의원은 "고영주 이사장의 말대로라면, 민중·민주주의는 변형된 공산주의를 일컫는 말 아니냐"며 결과적으로 고 이사장이 노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최민희 : 그럼,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중 한 분은 '변형된 공산주의자'군요. 이 나라가 어떻게 된 나라입니까?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운동권 활동을 하다 고문을 당하기도 했는데 공산주의자인가요?

    고영주 : 전향한 공산주의자입니다.

    최민희 : 이재오 전 의원도 공산주의자인데 전향하셨다?

    고영주 : 네.


    이날 방통위 마지막 감사에서 야당 위원들은 최대한 자극적인 질문들로 고영주 이사장을 몰아세우는 극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들이 고 이사장을 겨냥해 던진 질문 중 '참신한 것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앞선 감사에서 이미 지적했거나,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질문할 필요조차없는 소모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좌경화 됐습니까?

    문재인 대표는 여전히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합니까?


    전병헌 의원이 시작부터 '십자포화'를 퍼붓자, 다른 의원들도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며 고 이사장을 코너로 몰아갔다.

    특히 전 의원은 같은날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회장 김한규)가 발표한 성명을 대신 읽어내려간 뒤 "고 이사장이 후배 법조인들의 요구를 엄정하게 받아들여 '자진 사퇴'하기를 바란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전병헌 : 후배 법조인들의 요구를 엄정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구합니다.

    고영주 :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신다고요?

    전병헌 : 자진 사퇴하시라고요!

    고영주 : 앞으로 방문진 이사장 본분에 어긋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전병헌 : 모든 게 어긋나 있고, 극단적인 사고로 상식에서 벗어난 분은 이사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편향된 사고를 갖고, 제 1야당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확신한다는 분이 민주적으로 공정하고 다양해야 할 공영방송 이사장직을 맡는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