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기자회견으로 지지율 회복한 박원순 시장, 당내 영향력 강화
  • ▲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 ⓒ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 ⓒ 뉴데일리DB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서울지역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의료시민단체가 자신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실이 화제로 떠오르자, “구치소로 면회 오라”며 농담 섞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안철수 의원이, 자신에 대한 수사 의뢰와 관련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소식을 언급하면서 “어처구니가 없다. 기가 막히다”라며 위로의 뜻을 전하자,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앞서 지난 5일, 의료시민단체인 의료혁신투쟁위원회(공동대표 최대집, 이하 의료혁신위)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의료혁신위는, 박원순 시장의 4일 밤 심야 긴급 기자회견 내용을 문제 삼으며, 박 시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했다.

    의료혁신위는 박원순 시장이, 이날 심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확진자가 마치 감염사실을 알고도, 1,500여명이 모인 외부행사에 참석한 것처럼 발표해, 해당 의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최대집 공동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심야 기자회견을 통해, “천만 서울시민을 메르스 공포에 빠트렸다”며, 박 시장의 과도한 언론플레이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부추긴 것은 물론, 메르스에 대한 왜곡된 공포감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시장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했다. 그는 허위사실로 천만 서울시민을 불안감과 공포에 빠트렸다.”


    최대집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추측을 사실처럼 단정지어 발표했다며, “박 시장의 기자회견으로 의사인 35번 환자가 인격 살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이나 서울시 관계자가 35번 환자에게 전화를 해 사정을 확인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박 시장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를 해 버렸다. 박 시장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35번 환자가 병(메르스 감염)과 전파 가능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500여명에 참석한 재건축조합 행사에 간 것처럼 발표해, 이 환자에게 낙인을 찍었다. 의사로서의 인격과 명예, 인권을 철저하게 말살했다.”


    의료투쟁위로부터 문건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명예훼손 전담부서인 형사 1부에 배당했다. 검찰은 박원순 시장의 4일 밤 기자회견 내용을 비롯한 관련자료를 취합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검찰청은 5일, 전국 검찰청에 메르스 관련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지시했다.

    검찰이 박원순 시장의 심야 긴급 기자회견 내용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본격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새정치연합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19일 새정치연합 소속 서울지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등 30여명은 서울시와 메르스 대책 당정 협의회를 진행하면서, 박원순 시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날 모임은 메르스 확산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으나,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메르스 대책보다는 박 시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를 성토하는 데 집중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치 검찰이 메르스는 잡지 않고 박원순을 잡는데 총출동하고 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오영식 최고위원도 “박근혜 정부는 메르스 사태 희생양을 박원순 시장에게서 찾고 있다”고 거들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어처구니 없다. 기가 막히다”라며, 박원순 시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신경민 의원은 “이 정부가 뭐하는 정부인지,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정부를 직접 겨냥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이종걸 원내대표, 오영식 최고위원 등 현직 당 지도부와 정세균, 박영선 의원 등 당 중진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의원들로부터 각별한 격려를 받은 박원순 시장은 웃으면서 “구치소로 면회 오라”는 농담을 던졌다.

    박원순 시장은 “메르스 극복을 위한 임시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새정치연합의 지원을 요청했다.

    박원순 시장은 “메르스 사태가 종결되기 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서민 경제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격리자 및 확진자 등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명시한 임시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원순 시장은 검찰의 수사 착수를 의식한 듯, “제가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보 공개를 주장했는데, 더 일찍 조치가 됐다면 이렇게 확산되지 않았을 텐데 유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