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주자"는 위원장 제안도 거절… 與 김종훈 배려로 겨우 해명
  • ▲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조급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일에만 매몰돼, 정작 후보자가 질의에 대해 답변할 기회는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후보자의 해명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황교안 후보자에게 이렇다할 답변 기회를 주지 않은 채 비난과 의혹 제기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했다. 박원석 의원은 5차 질의까지 반복된 황교안 후보자의 변호사 시절 선임서 제출과 관련해 또 다시 칼을 들이밀었다.

    박원석 의원은 "변호사법에 따르면 선임서나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고는 재판 중인 사건을 변호할 수 없음에도 황교안 후보자는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의 태도도 질타의 대상이 됐다. 홍종학 의원은 황교안 후보자를 향해 "국민들은 공안검사 출신 후보자에 대해 경제 식견이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며 "국민들의 바람을 내가 테스트하는 것"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홍종학 의원은 대부분의 질문마다 경제 수치를 거론하며 "이것은 아느냐, 모르느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같은 '입은 열고 귀는 닫는' 자세는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의 질의 순서에서 정점에 달했다.

    은수미 의원은 황교안 후보자가 2003년부터 6년간 사단법인 아가페 재단의 이사직을 수행한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은수미 의원은 "황교안 후보자가 이사직을 재승인 없이 무허가로 겸직했다"며 "2004년 7월 25일에 받은 승인 이후 2013년까지 갱신이 없는데, 이는 무면허로 도로주행을 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은수미 의원은 이같은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황교안 후보자가 답변을 하려고 하면 지속적으로 말을 중단시켰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불만섞인 눈초리로 은수미 의원을 쏘아보기도 했다.

    황교안 후보자가 좀처럼 답변할 기회를 얻지 못하자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은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해명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에 김종훈 의원의 배려로 발언 기회를 얻은 황교안 후보자는 "공직 겸임 허가가 빠져있어서, 시간이 지난 후 처음 이 법이 생길 때부터 이사로 근무한 것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겸직 허가 신청을 법무부에 했다"며 "법무부도 (법인이) 제소자들을 교화하기 위한 일을 하려는 걸 알고 절차상 문제점을 이해한 후 3년짜리 겸직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이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이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어 "갱신의 절차도 밟은 걸로 기억한다"고 밝힌 황 후보자는 관련 문서에 대해선 "자료를 찾아보려 했더니 보존기간이 3년이라서 남아있는 문서가 없었다"며 "실무자가 공문 작성 전에 컴퓨터로 만든 초안을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 자료가 검증의 모든 것도 아니고, 일일이 다 겸직허가를 받을 때마다 서류를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자료 제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황교안 후보자는 은수미 의원의 질의에는 답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는 사실상 해명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박원석 의원의 공세에도 황교안 후보자는 "담당자 선임서는 법인의 명의로 나가는 것"이라며 "실제 변론 활동으로 법정에 설 땐 선임서와 담당변호사를 같이 넣는다"고 요약 반박만 겨우 할 뿐이었다.

    이에 장윤석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정오까지 예정된 오전 질의가 11시 37분에 조기 종료되자, 남은 시간을 황교안 후보자가 못 다한 답변시간으로 줄 것을 의원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이에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이같은 질의 태도는 전날 진행된 청문회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다수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이번 청문회는 지난 2013년 법무부장관 청문회 때 검증된 의혹만 이어지는 재탕 청문회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같은 청문회의 진행 상황이 알려지자 정치권 곳곳에선 "황교안 후보자를 견제하기 위한 '한 방'이 준비되지 않은 야당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 "정치공세 할 게 없으니 자료만 더 달라고 압박한다" 등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인사청문특위의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은 "한 방이 없는 게 아니라 자료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9일 오후 4시 현재, 당초 2시부터 속개될 예정이었던 인사청문회는 야당 의원들이 이른바 '19금' 자료의 전면 공개를 요구하며 청문회 속개를 거부해, 공전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