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배 기자회견, "당이 패배한 것, 국민 패배한 것이 아냐"‥대체 무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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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군지장불어병(敗軍之將不語兵), 싸움에서 패배한 장수는 구구하게 변명하지 않는다고 사기(史記) 회음후열전은 기록하고 있거늘,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구구절절 말이 많았다.
문재인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이 패배한 것일 뿐 국민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 우리 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며 "특히 국민의 삶을 지키는데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축하와 함께 경고한다"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특히 문 대표는 '불법 정치·대선자금' 및 '세월호 참사' 문제 등을 이슈화하며 정부여당을 향한 전면전을 또다시 선포했다. 선거 패배 전략 중 하나였던 정권심판론을 고집한 것이다.
그는 "만약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이 민심을 호도하면서 불법 정치자금과 경선 및 대선자금 관련 부정부패를 덮으려하거나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가로막으려고 한다면 우리 당은 야당답게 더욱 강력하고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다"며 여전히 하늘을 찌를 듯한 호기 넘친 발언을 했다.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음에도 "분노한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참으로 송구스럽다", "제가 부족했다"고 했을 뿐 거취 문제 여부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당 일각에서 불거진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함과 동시에 강경 모드를 더욱 강화해 극심한 혼란에 빠진 내부 전열을 재정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선거 패배 책임자이자 친노(親盧·친노무현)세력 좌장인 문 대표가 지나치게 무책임한 발언만 쏟아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앞서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친노계 의원들은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 이후,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을 거세게 제기해 당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를 몰아낸 바 있다. 이번에 문 대표가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반성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합리중파인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참혹한 선거 패배의 결과가 나왔다"면서 "겸허하게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한 상황인데, 오늘 문 대표의 기자회견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재인 책임론과 관련 "선거결과에 대한 깊은 반성이 없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 정도의 문제인식 같으면,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또다시 실망을 안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비노계 의원도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것은 선거전략이 잘못됐다는 것 아니냐. 그럼에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분석과 성찰도 없이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런 태도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