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부산아이파크·상주상무서도 촉망받던 선수
  • ▲ 이정협 선수.ⓒ뉴데일리 사진DB
    ▲ 이정협 선수.ⓒ뉴데일리 사진DB

    【뉴데일리 스포츠】아무도 누구도 몰라주던 이정협(24)이 대한민국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호주와의 아시안컵 예선 3차전에서 1대0 승리를 견인한 이정협은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기록한 A매치 데뷔 골이 우연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은 공격수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었다. 그는 이동국(36), 김신욱(27)의 부상으로 그동안 대표팀 공격을 이끌던 대표 공격수를 아시안컵에 데려갈 수 없었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부진한 박주영(30)을 대신할 새로운 공격수를 선발할 수 밖에 없었다.

    55년만에 아시아 정상에 도전할 대표팀 명단에 이정협의 이름이 발견되자 축구팬들은 불안감을 표했다. 물론 홍명보 감독(45)과는 다르게 과감한 선수 선발을 선택한 슈틸리케 감독을 칭찬한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팬들은 "이정협의 선발은 무모할 정도"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아시안컵 시작을 앞두고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이정협은 A매치 데뷔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이름을 축구팬들의 가슴에 새겼다. 그리고 그는 17일 열린 사실상의 아시안컵 결승전, 호주와의 예선 3차전에서 또 다시 결승골을 기록하며 축구팬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강한 압박을 가했다.

  • ▲ 이정협 선수.ⓒ대한축구협회
    ▲ 이정협 선수.ⓒ대한축구협회

    사실 이정협은 완전 무명 선수는 아니다. 1년 전까지 '이정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고교·대학 최고의 공격수였다. 이정협은 '이정기'가 개명한 이름이다.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전까지 국가대표로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았던 선수는 아니다. 

    이정협은 2009년 부산MBC고교축구대회 최우수선수로 선발된 후 같은 해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 대비 훈련에 소집됐다. 그렇게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최종 엔트리에서는 빠졌다. 2011년 20세 이하 대표팀 제주 동계훈련에도 소집됐지만 최종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다.

    ◇프로 데뷔, 그리고 상무 입대

    2012년 제43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 득점왕에 오르며 대학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등극한 이정협은 2013년 부산 아이파크의 러브콜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외국인 공격수들과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이정협은 27경기에 나서 2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정협은 2013년 군 복무를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그는 상무에서도 주전은 아니었다. 후반 교체 출전하는 조커로 활약했다. 하지만 25경기에 나서 유효슈팅 10개 중 4골을 기록하며 골 결정력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 ▲ 이정협 선수.ⓒ뉴데일리 사진DB
    ▲ 이정협 선수.ⓒ뉴데일리 사진DB

    이정협을 지도했던 부산 아이파크의 윤성효 감독과 상무의 박항서 감독(56)은 입을 모아 이정협의 잠재력을 칭찬했다. 두 감독은 "아직은 설익은 과일 같은 선수지만 잠재력이 무한한 선수라서 경험만 잘 쌓는다면 국가대표 원톱 계보를 이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윤성효 감독은 이정협을 동래고등학교 시절부터 지켜봤었다. 숭실대학교 진학과 부산 아이파크 영입 등에 윤 감독의 입김이 작용했었다. 윤성효 감독은 "이정협은 헤딩력과 움직임이 좋은 전형적인 원톱형 공격수"라면서 "성실게 운동하는 모습을 높이 평가했었다"라고 말했다.

    프로 데뷔 후 주전 경쟁에서 밀린 이정협은 상무에서 독하게 연습했었다. 박항서 감독은 "팀 훈련이 끝나면 추가로 개인 훈련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부족한 부분을 찾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부산 사나이 이정협…박성화·최용수 후배

    부산에서 1991년 태어난 이정협은 부산 축구명문 동래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동래고등학교 축구부는 박성화(59)·최용수(43) 등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었던 선수를 배출한 학교다.

    고교 시절 남다른 신체조건과 골 결정력으로 지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정협은 키 186㎝의 장신 공격수다. 공중에 떠오른 공을 슈팅으로 연결하는데 유리한 신체 조건이다. 또 발이 빨라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인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이정협 선수를 "빠른 발로 많은 활동량을 보이는 정통 공격수"라고 칭찬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정협은 전형적인 타깃맨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라며 "상대의 수비진 중심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