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 페이스북에 장문의 사과문 올려
  • 지난 16일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한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지난 16일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한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16일 오후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통해 ‘수첩 파동’을 일으킨데 대해 사과했다. ‘불찰’이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써 가며 사과의 뜻을 전해 '정치인 이준석'으로서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최근 여러 가지 일로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이준석 전 위원은 “마지막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됐다”며 사과문의 배경을 밝혔다.
     
    이 전 비대위원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청와대 문건 파문의 배후로 보고 있다는 말을 음종환 전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에게 들었다"고 김 대표에게 전헤 정치권을 뒤집었다. 이후 그는 언론과 잇딴 인터뷰를 통해 음 전 행정관과 진실게임을 벌였고 말바꾸기 의혹을 받았다.  
     
  •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 페이스북 캡쳐.
    ▲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 페이스북 캡쳐.
     
     
    이 전 비대위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사실상 반성문에 가깝다.
    그는 음종환 전 행정관이 자신이 만나는 여성의 이름을 특정한 것처럼 보도되고 음 전 행정관이 협박했다고 하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빠르게 정정하지 못한 자신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또 김무성 대표에게 해당발언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청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고자질이라는 비판도 달게 받겠다. 전언한 이유는 당-청 간의 공식 소통라인 대로 당에서 이의제기를 하면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있고 재발방지성 경고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 처음 발언을 들은 시기와 김 대표에게 전달한 시점이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도 "처음엔 구체성이나 신빙성이 떨어진다 생각했는데 12월 말에 당청갈등 가시화와 조응천, 박관천 배후수가가 뉴스에 오르면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끝으로 이 전 비대위원은 “나이를 변명으로 삼지는 않겠지만, 경험부족과 공적인 일처리에 미숙함이 많이 노출되어 반성하고 있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 전 비대위원이 장문의 사과글을 올린 데는 자신의 처신 관련 논란이 계속되는 데 따른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음종환 전 행정관과 진실게임에서 자신의 발언이 일관성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가 또 10여명의 여당 의원들 앞에서 '음해' 발언을 전한 점이 부적절했다는 비난이 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은 "진짜 얼라(아이)가 사고를 친 것 아니냐. 종편에 나올 때도 (발언 수위가) 불안불안 했다"면서 "의도야 어찌됐건 소문을 전달하면서 결국 남는 게 뭐가 됐냐. 대통령에게 부담만 안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비대위원이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발탁될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건넨 첫 말은 "하고 싶은 말 해도 되요?"였다. 박 대통령은 "당연히 그러셔야죠. 비대위원이신데"라고 답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깜짝발탁으로 그는 새누리당 쇄신의 아이콘이 됐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여의도 정치권을 맴돌며 '쓴소리'를 가감없이 해 여러 종편에도 출연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김무성 수첩파동 과정에서 낡은 정치를 답습하는 모습이 부각되면서 '쇄신의 아이콘'은 많이 퇴색했다.
     
     장문의 사과문은 정치인 이준석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그는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고 미숙함이 노출돼 스스로 많이 반성하고 공부하고 있다. 제 미숙함에 대한 비판 하나하나 무거운 마음으로 다 새기고 잊지 않겠다"고 적었다. "나는 벤처쟁이다"라면서 정치와 선을 긋던 발언은 이제 공허한 외침이 됐다.
     
    이준석은 올해로 만 30세이다. 정치 초보의 혼쭐난 신고식, 천방지축으로 움직이다 호된 야단을 맞은 이 전 비대위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박근혜 키즈'의 키즈 꼬리표를 떼고 참신한 정치인으로 나아갈 수 있을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