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인근 취소 집회 이틀 만에 지시박 대령, 남로당 세포들에 잠자다 암살당해당시 남로당 목표는 '대한민국 공산화' 좌파, 학살자 주장하지만 반대 근거도 다수"대통령이 남로당 반란 진압한 지휘관 증오"
  • ▲ 고(故) 박진경 대령. ⓒ다큐스토리
    ▲ 고(故) 박진경 대령. ⓒ다큐스토리

    이재명 대통령의 고(故)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 검토 지시를 두고 각계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4·3 사태 당시 군을 지휘하다 대한민국 공산화를 목표로한 남조선노동당(남로당)에 의해 암살당한 박 대령의 서훈 취소를 두고 향후 역사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이 보훈마저 정권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면서 "역사 판단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마음대로 뒤집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가 법과 제도에 따라 공식적으로 내린 판단을 이재명 대통령이 여론과 특정 진영의 요구에 따라 취소 검토를 지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국가가 이미 인정한 공적과 희생마저 정권의 역사관과 이념의 틀로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매우 위험한 선례이자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오전 박 대령에 대한 서훈 취소 검토를 지시했다. 지난 12일 좌파 시민단체들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 집회를 한 후 이틀 만이다. 국방부는 즉각 “관련법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능한 조치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지난 10월에 이뤄졌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제주에 주둔했던 9연대장으로 4·3 사태 진압 작전을 지휘했다. 남한 공산주의 혁명을 목표로 했던 남로당의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군의 지휘관이다. 1948년 6월 남로당 세포인 문상길 중위의 지시로 손성호 하사가 숙소에서 잠든 박 대령을 죽였다. 

    6·25 전쟁 당시 노획한 북한 정부 문서에 따르면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 총책 김달삼은 4·3사태를 두고 "남조선 전체 인민들의 위대한 구국 투쟁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는 1948년 8월 북한 정권 수립을 위한 인민대표자대회에 참석해 "우리 조국의 해방군인 위대한 쏘련군과 그의 천재적 영도자 쓰딸린 대원수 만세"를 외친 인물이다. 

    4·3 보고서에 담긴 증언에도 박 대령은 제주도민 학살보다는 남로당 세력에게서 구출에 초점을 맞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남로당 폭동 규모가 커지면서 산으로 숨어들어간 일반 도민들과 남로당 세력을 분리하는 것이 작전의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4·3은 말한다'에 나온 사건 일지에는 박 대령의 재임 기간 무장대 사살은 경찰과 합동 작전까지 합해 25명에 불과했다. 

    당시 소대장이던 채명신 전 주베트남 한국군사령관은 "그는 양민을 학살한 게 아니라 죽음에서 구출하려고 했다. 4·3 초기 경찰이 처리를 잘못해서 많은 주민들이 입산했다"면서 "박 대령은 폭도들의 토벌보다는 입산한 주민들의 하산을 작전의 중심을 뒀다"고 했다.

    반면 좌파 진영은 박 대령을 '학살자'라고 주장한다. 박 대령 암살범인 손 하사가 "박 대령의 30만 도민에 대한 무자비한 작전 공격에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증언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남로당 사주를 받은 암살자의 법정 주장을 차용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박 대령의 장례는 육군장 제1호로 치러졌다. 암살을 주도한 문 중위와 손 하사는 재판을 통해 1948년 9월 사형에 처해졌다. 정부는 1950년 12월 박 대령에게 을지무공훈장을 수여했고, 현충원에 안장됐다. 

    시간이 흘러 박 대령의 유족은 지난 10월 국가유공자 지원을 신청했다. 정부는 같은 달 20일 서울보훈지청장 명의의 '국가유공자 등록결정 안내문'을 통해 무공수훈자 적용 대상자로 결정했다는 통지를 유족에게 보냈다. 

  • ▲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에 있는 박진경 추도비. /연합뉴스
    ▲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에 있는 박진경 추도비. /연합뉴스


    박 대령은 우파 진영에서 조명을 받았던 영화 '건국전쟁2'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반면 좌파 진영은 줄곧 그를 '학살자'라고 주장하며 제주에 있는 박 대령 추도비를 훼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박 대령 유공자 취소 검토 지시가 사회적 논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어쩌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항임에도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으로 인해 사후적인 사회적 논란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통령실발 역사 논란이 불가피해지면서 이 대통령의 행태를 비판하는 인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하여 무장폭동을 일으킨 남로당의 반란을 진압하다가 암살당한 지휘관을 이렇게 증오한다면 북한군이 남침할 때 국군에 진압을 명령할 수 있나"라며 "역사는 시간과 평가의 축적이다. 이를 권력으로 바꾸겠다는 오만은 역사의 보복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