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파동' 분노→침묵 선회…이간질 세력 찾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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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 중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 중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 파문'이 우선 일단락 되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파문 당사자 중 한 명인 청와대 홍보수석실 음종환 선임 행정관(2급)을 서둘러 면직 처분 내린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김무성 대표가 입을 닫은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음 행정관의 사표 수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얘기 안한다"고 했다. 회의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은 일절 없었다. 또 "이제는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한 김 대표의 입장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 멈춰있다.

    김 대표는 "수첩 메모는 어느 자리에서 들었다. 처음에 들을 때 하도 황당한 얘기여서 메모했다"면서 "너무 황당한 얘기이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본회의장에서 다른 메모를 찾다가 (사진을) 찍힌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이처럼 '차분한' 입장을 견지해 온 것은 아니었다.

    지난 6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의 결혼식에서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으로부터 청와대 문건 파문 '배후설'을 전해 듣곤 "청와대 애들을 가만히 안두겠다"고 격노했다.

    일부 비박계 의원들은 공개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당 대표가 대통령을 잘 모시려고 하는데 청와대에서 삐딱하게 본다면, (당 대표가) 참는다 인내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가 이른바 '무대응' 방침으로 선회, 이 일을 덮으려는 데는 필요 이상으로 문제가 커졌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전말이 공개된 상태에서 당 대표가 청와대에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경우 당·청 갈등 내지는 계파간 갈등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일각에서는 일부 친박계 인사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사이를 이간질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대표가 청와대와 박 대통령을 향해 보내는 우호적인 제스쳐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것은 물론, 곡해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를 제외한 친박 인사들과 만찬을 한 것과 관련해 "친박 만찬이라고 하고 지금도 친박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데 이걸 언제 떼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친박이라서 만난 것이 아니라,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식사 요청에 응한 것이라는 의미였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 입장에서 당과의 원만한 동행은 필수적이다. 겨우 궤도 위에 올리고 있는 민생 입법들은 당과 협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식사가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관계는 더욱 어색해 졌다. 당시 비공개 회동이 한참 지난 뒤에 알려진 것을 두고 "누군가 의도를 갖고 흘렸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김 대표 입장에서는 지금 나서서 좋을 게 없다. 당장 부글부글 끓겠지만 이미 그 시기는 넘겼을 것"이라며 "누가 이것을 조종하고 있는 지 아는 것이 먼저가 아니겠느냐. 지금 김 대표 처신을 보면 이미 파악했을 것"이라 말했다.

    김 대표로서는 지금 박 대통령과 관계를 '분탕질'하는 사람과 내 사람을 구별해야 하는 숙제가 급선무다.

    또 당장 반격하고 싶어도 당내 세력을 추스린 뒤 4월 재보선을 준비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사람을 키워내야 향후 청와대와 관계가 틀어졌을 때 반격할 힘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친이계가 더불어 신년회 만찬을 취소하는 등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