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권력 노린 분파 현상에 극한 파열음..구심점 잃은 野, 노장 원로에 '힘'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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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동교동’으로 대표되는 DJ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20%대에 불과한 데다 차기 당권‧대권을 향한 계파별 힘의 균형이 팽팽해지면서 원로들의 ‘선택’에 어느 때보다 힘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하반기 ‘파트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역 의원들이 아닌 노장(老將) 예비역 몫이라는 분석이 뒤따르는 이유이다.

    3일 동교동계의 맏형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출판기념회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당내 계파를 가릴 것 없이, 또 여야 없이 힘 있는 내로라하는 인사들은 줄줄이 출판기념회가 열린 헌정기념관으로 몰려들었다.
     

    ◆ 구심점 잃은 野, 내년 계파정치 최고조

    권노갑, 정대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등 ‘올드보이(Old boy)’의 귀환은 현 체제의 불안정성에서 출발한다. 김한길-안철수 대표체제의 붕괴 이후, 문희상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계파 간 불협화음은 과거 열린우리당 분당 직전을 떠올릴 만큼 아찔했다.

    당시 박영선 원내대표가 탈당의사를 밝힐 정도로 당내 파열음은 극한으로 치달았고 올드보이는 조용히 진화에 나섰다. 권노갑 고문은 당시 칩거 중인 박 원내대표의 남편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탈당을 만류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의 분파 현상은 차기 권력이 결정되지 않은 요인이 가장 크다. 현 분란 상태의 조정자 역할을 현재 권력에서 한 발짝 떨어진 ‘동교동’계가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의 경우 총선과 대선을 앞뒀던 2012년까지 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돌아갔다. 2008년 12월 대선 이후, 박 대통령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1위를 지켜왔다. 당 쇄신을 위한 비대위원장 몫도, 대선 후보의 자리도 모두 그의 차지였다. 당 구성원들은 너나없이 친박(親朴)이 됐고, 그렇게 똘똘 뭉쳐 치른 대선에서 승리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이희호 여사와 회동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이희호 여사와 회동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반면 새정치연합은 다양한 대선후보군을 자랑하고 있지만 압도적 후보라고 하긴 이른 감이 있다.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장외(場外)에 있는데다가 다른 후보군인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모두 여의도정치와는 거리가 있다.

    지난 대선에 나섰던 문재인 의원이 국회를 지키고 있지만 친노 세력이 전면에 나서기에는 장애물이 많아 보인다. ‘세월호 사태’ 당시 단식투쟁에 나섰지만 국면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대선에 나섰던 인물이 극단적 투쟁에 나섰다는 비판만 받았다.

    이밖에도 각각 당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정세균 의원, 박지원 의원, 정동영 고문 등과의 힘의 대결이 예상된다.

    그 대결의 장은 내년 당 지도부 경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권력을 쥔 지도부가 오는 2016년 총선 공천권과 나아가 2017년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野 품고 성공해온 박근혜정치, 이번에도?

    야권의 계파정치는 총선을 치를 2016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특정 세력이 힘을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그들을 아우를 수 있는 ‘원로’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박 대통령이 최근 이희호 여사를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를 가진 것도 이러한 야권의 정치지형을 반영한다. 정치권에선 이날 만남으로 박 대통령이 야권 원로그룹과 소통에 물꼬를 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총선에서 DJ계인 한광옥 전 의원, 한화갑 전 대표 등을 영입, 대선승리에 발판이 됐다. 호남에서 고르게 10% 이상의 지지를 받은 데는 이들의 영향력이 적잖이 작용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 손을 흔들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 손을 흔들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광옥 전 의원은 지난해부터 대통령 직속 국민소통위원장을 맡고 있어 앞으로도 야권 원로그룹과의 호흡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하반기로 갈수록 박 대통령과 여권과의 거리는 가까워지기 어렵다. 명확한 차기 주자가 없기로는 여권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대통령과 각을 세워 존재감을 내세울 공산이 크다. 최근 김무성 대표의 ‘개헌 봇물론’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의 국정파트너로 야권과 관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법안 처리 등 정부의 추진 방향이 현실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펴는 강성 야권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우선시 하는 ‘동교동 원로’가 더욱 반가운 파트너인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