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 "개헌 레이스 주도권 잡겠다는 의도" 野 "제왕적 대통령 증거"
  • ▲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자신의 '개헌론 봇물' 발언과 관련,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저의 불찰"이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국정감사 기간에 해외에서, 그것도 대통령 순방 중에 개헌론을 주장하는 것은 정도를 지나쳤다는 친박계의 비판이 쏟아지자 하루만에 개헌론과 거리를 둔 것이다. 

    이에 친박 핵심 의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원성을 높였다. 

    김무성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국감대책회의에 참석해 "중국에서 제가 예민한 개헌 논의를 촉발시킨 것으로 크게 확대보도된 데 대해 해명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정식 기자간담회가 다 끝나고 식사하는 시간에 저와 같은 테이블에 있던 기자와 환담하던 중 개헌에 관한 질문이 있었고, 민감한 사항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제 불찰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간담회에서 분명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개헌논의는 하지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다만,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많이 시작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투로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우리 당에서 개헌논의가 일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무성 대표는 회의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식사 중에 개헌 얘기가 나와서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개헌 얘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평소 생각한 것을 말했는데 이렇게 폭발적으로 될지 몰랐다"며 "대통령과 정면충돌이라고 (보도가) 됐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거듭 진화했다. 

  •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뉴데일리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뉴데일리


    일각에서는 불붙은 개헌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야권에 넘긴 뒤 슬쩍 빠지는 모양새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김무성 대표의 사과 발언 직후 대표적 개헌론자인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의 대표가 개헌 얘기를 했다가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다. 이런 사태야말로 대한민국이 제왕적 대통령을 갖고 있으며 이를 고쳐야 한다는 걸 드러낸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박지원 비대위원도 "대통령의 한 말씀에 모든 것이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며 "김무성 대표가 개헌 발언을 하자마자 청와대에서 발끈한 것 같다. 집권 여당 대표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정치도 불행하지만 이걸 (청와대가) 지시해서 여당 대표가 죄송 운운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친박계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대표가 말한 것에 대해 상당 부분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며 김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이어 "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하는 시점에 모든 것을 다 팽개치고 개헌론으로 달려들자는 모습처럼 보여줬다"며 "대통령이 간곡하게 당부했는데도 이 이야기를 했어야 할까에 대해서는 우려도 되고 섭섭하기도 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여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의 (사과) 발언에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전날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임에도 구체적인 개헌구상을 밝힌 것 등을 고려하면 모든 것이 의도한 부분이 없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개헌'이라는 두 단어를 입에 올린 것만으로도 이미 김 대표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본다"면서 "결국엔 국회와 청와대 간의 개헌 레이스에서 자신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라고 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