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한미, 안보동맹 축이나 서로 존중해야""한미 관계·국내 정치 고려해 심사숙고"李, 파병 발언 자제 … "최악 시나리오 염두"
  • ▲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 ⓒ뉴시스
    ▲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 ⓒ뉴시스
    청와대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한미 관계와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해 파병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이 동맹 관계를 앞세워 파병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가 존중하고 배려해야 된다"면서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17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미국의 파병 요청에 대해 "일단 대응 자체는 신중히 해야 한다"면서 "(파병을 요청받은 국가 중) 영국, 프랑스 심지어 일본조차도 상당히 부정적 입장이 팽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도 이번 중동 사태에 전투 병력을 파병하는 문제에 상당한 숙고가 (필요하다) 한미 관계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 협의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 두 가지를 다 고려해 심사숙고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미국은 '다국적 연합군'을 구성해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 정상화를 추진하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처음 한국에 파병을 요청한 데 이어 전날 "우리는 한국에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면서 재차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작전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병력 규모는 실제와 다르고 현재 주한미군은 약 2만8500명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주한미군 병력 규모를 부풀려 얘기했으나 그만큼 미국의 희생과 한국의 동맹국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홍 수석은 "대한민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시혜를 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한민국은 미국을 위해 베트남 전쟁을 함께 해서 많은 장병이 피를 흘렸고 우리도 희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동에서 여러 차례 미국 주도의 전쟁이 있을 때 재정적 지원은 물론이고 비전투 지원, 공병부대 등의 전투 병력을 지원한 적이 많이 있다"면서 "그런 것을 감안하면 한미동맹의 일방적인 수혜 관계의 시대는 이미 2000년대 들어오면서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근거로 파병 청구서를 내미는 것에 무작정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홍 수석은 "한미 관계가 긴밀한 안보 동맹의 축은 맞지만 서로가 존중하고 배려해야 되는 동맹 관계도 확실하다"면서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고 한국도 미국을 위해서 상당한 희생과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너무 일방적 관계로 한미동맹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청와대는 중동 파병과 관련해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처럼 한미동맹을 빌미로 일방적인 부담을 지는 파병에 경계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밝힌 건 홍 수석이 처음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의 파병 요청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중동 상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한 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편성과 집행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