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톱 역대급 이익 두고 노조에 정치권까지 눈독사실상 이익공유제 도입하자는 탐욕스런 반시장적 발상 주주친화 정책으로 이룬 '육천피' 성과, 도루묵될 수도 사자와 곰 싸움에 여우가 실리챙긴 이솝우화 교훈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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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와 곰이 어린 사슴의 시체를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싸웠다. 막상막하의 힘으로 죽을 힘을 다해 싸우다 괴로운 숨을 몰아쉬며 땅에 쓰려졌다. 이 때 지나가던 여우가 사자와 곰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사슴을 들고 가 버렸다. 사자와 곰이 한탄했다. “저 나쁜 놈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 싸웠다니, 우리는 얼마나 가여운가”

    이솝우화에 나오는 사자와 곰과 여우 이야기다. 글로벌 AI발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이익을 두고 온 사회가 시끄럽다.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상한제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내놓으라며 총파업을 예고한데 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익을 농어촌에 환원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은 “반도체 산업 호황은 여러 차례의 FTA 체결 과정에서 농어민들의 시장 개방이라는 희생과 인내가 축적된 결과”라며 “이익 일부를 농어촌에 환원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심지어 산업정책 사령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마저도 “삼성전자의 결실에는 수많은 인프라와 협력 기업, 400만 명이 넘는 소액 주주와 국민연금이 연결돼 있다”며 “이익을 회사 내부 구성원끼리만 나눠도 되는 이슈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김 장관의 발언에 힌트를 얻은 것일까.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협력업체 노동자들까지 성과급 차별을 문제 삼으며 원청인 SK하이닉스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쯤되면 아예 특정기업에 대한 ‘이익공유제’를 실시하자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주장한 ‘초과이익공유제’, 문재인 정부 시절의 ‘협력이익공유제’가 오버랩된다. 과거 이익공유제는 주로 대·중소기업간 이익공유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문 위원장의 발언은 한발 더 나아가 범사회적 이익공유제를 실시하자는 얘기로까지 들린다.

    반도체 호황을 발판삼아 어떻게든 한몫을 챙겨보려는 탐욕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적 공약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달라는 민주당이나 "대구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 시장 후보의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은 유권자의 탐욕을 이용해 표를 얻어보려는 정치인들의 추악한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식회사의 본질로 돌아가보자. 주식회사에 대한 이해관계자는 크게 투자자인 주주, 근로자, 채권자다. 회사가 돈을 벌면 우선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고 채권자에게 이자를 주며 가장 마지막에 남은 돈을 주주에게 환원한다. 근로자와 채권자는 회사의 부침에 따른 위험을 지지 않는다. 회사가 손실을 내더라도 임금과 이자는 최우선으로 확정 금액이 지급된다.

    이와 달리 주주는 위험을 온몸으로 감수한다. 회사가 손실을 보면 주주환원은 사라지며 심지어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주식회사에서 이익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위험을 감수한 ‘주인’인 주주뿐이다. 공장의 입지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에 선정하는 게 주주에 대한 의무이자 사회환원이며, 정치권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사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간접적으로 막대한 사회환원을 하고 있다. 올해 두 회사의 법인세만 1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가 급등으로 많은 주주들의 자산이 늘어났다. 심지어 국민연금 고갈 시기까지 늦춰졌다.  

    더 넓게 보면 반도체발 증시 호황으로 주식 거래가 늘면서 엄청난 규모의 증권거래세까지 걷히고 있다. 증권거래세에 붙어 있는 농어촌특별세 증가액도 무시못할 수준이다. 목적세인 농어촌특별세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체결후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됐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코스피가 올해 6000선을 돌파하며 지긋지긋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났다. '육천피'의 일등 공신은 AI발 반도체 쇼티지이지만 이재명 정부의 주주친화 정책도 일부 기여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노조와 정치권이 주장하는 사실상의 ‘이익공유제’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은 물론 주식회사의 본질까지 외면한 반시장주의적 발상이다. 

    특정 기업의 이익에 너도나도 눈독을 들이면 그 결과가 어떨지 이솝우화는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조와 정치권의 생떼에 반도체 투톱의 투자와 주주환원이 줄어들면 ‘육천피’는 물론 미래의 먹거리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이 사자와 곰의 싸움을 이용해 이익을 본 여우가 될 수도 있다고 상상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