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까지 지지 "전적으로 환영"..작심한 金 어안 벙벙한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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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개헌론을 화두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의 임기 조정과 권한분산'이라는 직설적인 화법도 여과없이 쏟아냈다.

    경제를 기치로 내세워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가 열리는 이탈리아 순방 중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뒷통수를 맞았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사실상 칼을 빼들었으며,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중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대표는 16일 상하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뜻밖의 말을 쏟아냈다.

    당초 방중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김 대표는 작심한 듯 개헌 대세론을 펼쳤다.

    김 대표는 개헌론에 대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봇물이 터지고,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개헌의 핵심은 대통령의 임기 조정과 권한 분산"이라며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더이상 개헌 논의를 지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어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얘기가 많지만 정치권의 진영 논리를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에게 나눠주는 이원집정부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외교-국방과 내무를 분리하는 이원집정부제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등 오랜시간 고민한 것으로 보이는 자신의 개헌구상까지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국내를 비운 사이 마음먹고 내뱉은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 대목이다.


  • ▲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국회 현안을 논의하는 모습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국회 현안을 논의하는 모습 ⓒ뉴데일리

    청와대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김 대표의 발언수위도 예상 외로 강했지만, 박 대통령이 개헌론 자제를 요청한 지 불과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더 놀랍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회에서 시작되는 개헌론에 대해 단단히 경고한 바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 어떤 것도 경제 살리기에 우선할 수 없습니다.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고, 국민안전과 공직사회 혁신 등 국가 대 혁신 과제도 한시가 급한 상황입니다."

    "장기간 표류하던 국회가 정상화돼서 이제 민생법안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회도 경제 살리기와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서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10월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수출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이탈리아 순방길에 오른 박 대통령의 뒷통수에 김 대표가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론 선전포고를 했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국내에 남은 한 관계자는 "이 정도면 빈집털이 수준"이라고 했다.

    절묘한 시점과 상황에서 김 대표가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여당의 노선이 바뀔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김무성 대표가 친박에서 벗어나 독자노선을 구축하겠다는 선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쯤 되는 노련한 정치인이 '탐색'이나 '찔러보기'도 없이 대통령을 향해 노골적으로 각을 세웠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머릿속 구상이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본격적인 차기대권행보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 ▲ 유럽-아시아 정상회의(ASEM.아셈)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양국 경제포럼에 참석해 통역을 통해 설명을 듣고 있다. ⓒ뉴데일리
    ▲ 유럽-아시아 정상회의(ASEM.아셈)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양국 경제포럼에 참석해 통역을 통해 설명을 듣고 있다. ⓒ뉴데일리

    문제는 김 대표가 꺼내든 '개헌론' 카드가 야당에게도 환영받는 파괴력 있는 승부수라는 점이다.

    개헌론은 최근 선출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취임식부터 들고나온 이슈였다.

    우 원내대표는 김 대표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 "전적으로 환영한다"며 화색을 감추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개헌추진 모임' 공동회장인 우 원내대표는 김 대표의 개헌론에 대해 "정치개혁의 근본적인 문제를 잘 파악한 것"이라고 적극 지지했다.

    여야가 동시에 개헌론에 앞장 선다면 박 대통령도 쉽게 힘으로 누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여야 15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데다, 김무성 대표도 계속 적극적인 승부수를 띄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결국에는 대통령 흔들기라고 봐야 한다"며 "2016년 총선 공천권과 2017년 대권을 두고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