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에 죄송하다" 한발 빠졌지만, 재론여지 여전히..2차 비수 예고
  •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등 뒤에서 꽂았던 '개헌론'을 칼을 슬그머니 빼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개헌 대세론'을 굽히지 않으면서 2차 비수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미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게 청와대와 국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 ▲ 지난달 청와대를 찾은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뉴데일리
    ▲ 지난달 청와대를 찾은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뉴데일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 불현듯 참석했다.

    전날까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낸 김 대표는 당초 회의 참석이 예정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전날 중국 상하이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개헌론에 대해 "민감한 발언을 한 것으로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탈리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에 참석했는데 (개헌론을 언급해)예의가 아닌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분명히 정기국회가 끝날때까지 개헌논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앞서 16일 김 대표는 방중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뜬금없이 개헌론을 펼쳐 논란을 빚었다.

    김 대표는 '대통령의 임기 조정과 권한분산'이라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불과 열흘 전 '개헌론은 잠시 보류하자'고 밝힌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경제를 기치로 내세워 해외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이 나왔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내가 꼬랑지 내렸다는 비판 기사가 많이 나오겠지만, 이럴때는 빨리 해명하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하고 끝내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개헌은 늦으면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며 재론 여지를 남겼다.
    원내회의 직후 기자들과 가진 만남에서 나온 말이다.

  • ▲ 박근혜 대통령에게 귓속말하는 김무성 대표 ⓒ뉴데일리DB
    ▲ 박근혜 대통령에게 귓속말하는 김무성 대표 ⓒ뉴데일리DB


    예상보다 강한 논란에 사과를 하긴 했지만, 김 대표가 끌어낸 개헌논의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강력한 대권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여야가 모두 공감하는 개헌론인 만큼 추후 다시 논의될 공산이 크다.

    김 대표가 노린 것도 이 같은 정치적 전략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표현처럼 모든 정치경제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혹이라 불리는 '개헌론'이다.

    김 대표가 이를 수면 위에 꺼내는 선봉장 역할을 한 뒤 슬그머니 빠진다 하더라도 이미 개헌논의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이는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릴 정도의 '파워'를 과시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적 입지를 확실시 하는 계기도 된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미 2016년 총선 공천권과 관련해 계파가 뚜렷하지 않은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김무성 대표에게 줄을 서는 차기권력 지향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번 개헌론이 김 대표의 생각대로 발전한다면 이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 김무성 대표가 선출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뉴데일리
    ▲ 김무성 대표가 선출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뉴데일리


    청와대는 상당히 불쾌한 표정이지만, 더더욱 더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자칫 예민한 대응을 했다가는 김 대표의 속보이는 정치 전략에 말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청와대는 김 대표의 파격발언이 나온 16일보다 사과 발언이 나온 17일 오히려 더 입단속이 심해졌다.

    청와대 내 김무성 계파로 알려진 직원들은 아예 자취도 감췄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개헌론의 당위성이 문제가 아니다"며 "경제발전과 통일논의가 시작되는 집권 2년차에 대통령이 자제를 요청한 '개헌'을 꺼낸 김무성 대표의 의도자체가 순수하지만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남은 3년간의 임기동안 김무성 대표가 자기쪽으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선언이며, 이를 통해 차기 대권에 어떤식으로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