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1분기 환매요청 101억 달러"…분기 기준 이례적 규모환매 70%만 지급…사모대출 '비유동성 리스크' 수면 위로'개인 투자자' 먼저 빠졌다…시장 신뢰 약화 신호유동성 경고음 감지…"사모대출 상당수 이미 부실" 진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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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월가 사인.ⓒ연합뉴스
과거의 금융위기들을 체감케 한 첫 도미노가 은행발(發) '뱅크런'이었다면, 이번에는 월가 사모대출시장으로 번진 '펀드런'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눈에 보이는 예금 인출 대신, 비유동성 자산을 담은 펀드에서의 환매 요청이 1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면서 사모대출 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시장 구조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1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랙스톤, 블랙록, 클리프워터, 모건스탠리, 먼로캐피털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주요 사모대출 펀드에서 올해 1분기 접수된 환매 요청 규모는 총 101억 달러(약 15조400억원)에 달한다.◇은행 대신 커진 '그림자 대출' 시장서 자금 이탈 신호이는 단일 분기 기준으로도 큰 규모일 뿐 아니라,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평가됐던 개인 자금에서 발생한 환매 요청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결국 관건은 유동성이다.FT는 이 운용사들이 환매 요청액을 전부 소화하지 못하고 약 70% 수준만 지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사모대출 펀드는 비상장 대출자산 중심 구조상 즉각적인 현금화가 어렵다. 환매 요청이 몰릴 경우 '게이트(gate)' 방식으로 지급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유동성 제약이 현실화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환매 압력은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FT는 아레스 매니지먼트, 아폴로 글로벌, 블루아울, 오크트리, 골드만삭스 등 다른 대형 운용사들도 현재 환매 요청 규모를 집계 중이라고 덧붙였다.아직 공식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전반으로 환매 흐름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이번 흐름의 본질은 자금 규모보다 성격에 있다. 자금 이탈이 펀드의 개별 실적 악화라기보다, 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FT에 따르면 다수의 운용사 임원들은 최근 환매 흐름을 "펀드 성과와 무관한 무차별적 매도"로 인식하며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정 자산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군 전반에 대한 신뢰 약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사모대출 시장은 최근 5년간 무서운 기세로 팽창했다.골드만삭스의 추산에 따르면 사모대출 관련 펀드 운용자산(AUM)은 2021년 말 340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2220억 달러로 약 6.5배 증가했다. 저금리 환경에서 은행 대출을 대체하는 자금 공급원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공급이 이뤄졌다.그러나 한때 각광받던 고성장 모델이 이제는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골드만삭스는 향후 2년간 사모대출 펀드 자산이 450억~700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시장 구조 자체의 축소 가능성을 의미한다. -
- ▲ 미국 100달러 지폐 출처=EPAⓒ연합뉴스
◇"사모자본 상당수 이미 스트레스 상태" … 월가 내부 경고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경고는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FT는 데이비슨 켐프너 자산운용의 토니 요셀로프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사모대출의 상당수가 이미 부실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는 5년 후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이 아직 반영하지 못한 잠재 부실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일각에서는 현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 국면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에도 유동성이 풍부한 환경에서 빠르게 팽창한 신용시장이 특정 시점을 계기로 급격한 위축을 겪었다.물론 현재 사모대출 시장의 구조가 당시와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비유동성 자산·개인 자금·레버리지'의 조합이 갖는 취약성은 유사하다는 평가다.실제로 시장 가격에도 이러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블랙스톤, KKR, 블루아울, 아레스, 아폴로 등 주요 대체투자 운용사들의 주가는 올해 들어 25% 이상 하락했다. 이는 수익 구조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
-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출처=APⓒ연합뉴스
◇개인 자금 확대 → 유동성 착시 → 시장 신뢰 약화사모대출 펀드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최근 몇 년간 주요 운용사들은 수수료 기반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개인 투자자 대상 사모대출 상품 비중을 크게 늘렸다.운용자산이 480억 달러 규모인 블랙스톤의 대표 펀드인 BCRED는 회사 전체 수수료 수입의 약 13%를 차지한다.블루아울 역시 연간 수수료 매출의 약 21%가 개인 투자자 대상 펀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이들 펀드는 자산을 실제로 매각해 실현한 수익이 아니라, 장부상 평가 가치와 배당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조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문제가 없지만,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환매 중단 등 투자자 신뢰를 흔드는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모닝스타의 잭 섀넌 애널리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자금의 특성도 이번 환매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그는 "개인 자금은 본질적으로 변덕스럽다"며 "수익률이 높을 때는 빠르게 유입되지만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즉각적으로 시장을 떠난다"고 설명했다. 1분기에 나타난 대량 환매 요청은 이러한 행동 패턴이 현실화된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사태의 여파는 개인 투자자에 국한되지 않는다.FT는 연금 및 기금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관 자금 비중이 높은 운용사들까지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축소되면, 자산 가격과 신규 투자 모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결국 이번 사모대출 시장의 환매 확대는 '개인 자금 확대→유동성 착시→시장 신뢰 약화'로 이어지는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환매 요청이 추가로 증가할 경우, 일부 펀드의 자산 매각 압력이 현실화하면서 가격 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대량 환매 사태를 목도한 시장은 '조정'과 '사이클 전환' 사이의 경계선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