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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이 호지슨 감독ⓒFA 공식 홈페이지
상당히 화려한 감독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다만 화려하다는 것은 국적과 리그를 불문하고 다양한 팀들을 지휘했다는 의미에 국한되며, 내실이 좋았음을 가리키진 않는다. 1976년부터 감독에 입문한 후 그가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는 총 6개이며, 모두 스웨덴 리그에서 나온 것이다. 가장 최근에 우승한 해가 1988년이라는 점을 봤을 때, 감독으로서의 재능에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병폐인지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서 맥클라렌 사태를 경험했음에도 2012년 5월에 로이 호지슨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호지슨이 풀럼 시절 유로파리그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는 점에 매료된 것이라면, 맥클라렌의 사례를 패착으로 보지 않았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허나 잉글랜드는 어김없이 10년 전과 비슷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8강 상대인 이탈리아에 승부차기로 무릎을 꿇었다. 물론 지휘봉을 잡은 지 얼마 안됐기에 8강이란 성적표는 감안할 만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잉글랜드 감독 전으로 돌아간다.
잉글랜드와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전에 호지슨이 맡은 팀은 바로 리버풀이었다. 불과 7개월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리버풀 팬들에겐 ‘악몽’과 ‘멸망’의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호지슨은 최악 그 자체였다. 아스톤 빌라와 토트넘 보다 낮은 7위를 기록했던 2009-10 시즌보다 참혹했던 시기가 바로 호지슨의 2010-11 시즌이었다. 리버풀 팬들이 암흑기라 일컫는 그래엄 수네스보다 낮은 승률을 기록했던 시기였고,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2009-10 시즌의 승률에도 한참 못 미쳤다. 라파 베니테즈의 스쿼드를 그대로 받았음에도 ‘평타’도 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2004-05 시즌, 훌리에 감독의 스쿼드를 물려받은 베니테즈가 리그 5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감독 임기 내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베니테즈의 리버풀은 이제 없다”며 호언장담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언론과 팬의 비난, 그리고 경질이었다.
호지슨 감독은 당시 조 콜, 크리스티안 폴센, 하울 메이렐레스, 밀란 요바노비치, 폴 콘체스키 등을 영입하며 베니테즈 체제를 갈아엎었다. 하지만 상기 선수들은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고, 폴 콘체스키는 풀럼의 에이스에서 그 해 EPL 워스트로 선정되며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이런 감독이 지금 잉글랜드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잉글랜드 축구 팬들이 대표팀에 거는 기대는 사상 최악으로 낮아졌다. 유로 2008 실패뿐만 아니라 만년 8강이란 꼬리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최악의 감독 선임을 이어나가고 있는 FA와 모래알 같은 팀 조직력도 현지 국민들이 대표팀을 외면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이탈리아, 우루과이와 같은 조에 속하며 16강 진출에 대한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호지슨의 잉글랜드 감독직이 바로 월드컵 예선 3경기에 달려 있을 것이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선임절차가 빠른 것 이상으로 경질절차 또한 거침없기 때문이다.
유로 2012 잉글랜드 vs 이탈리아 하이라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