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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비드 모예스ⓒ연합뉴스
16, 15, 7, 17, 4, 11, 6, 5, 5, 8, 7, 7, 6.
13시즌 동안 데이비드 모예스가 에버튼에서 기록한 리그 최종 성적이다. 이 외엔 2008-09 시즌 FA컵 준우승(우승: 첼시)을 기록한 바 있다. 물론 프레스턴 시절 리그 원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지만 이는 감독 커리어에 넣기엔 초라하다.
에버튼 시절 모예스는 자수성가, 불굴의 아이콘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프리미어리그 팀 중 가장 낮은 지원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비단 머지사이드 축구 팬들뿐만 아니라, 프리미어리그를 즐겨 보는 축구팬이라면 모예스의 축구 철학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뿐인가. 모예스는 팀 전력 강화를 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군 및 리저브 경기를 수시로 관전하기도 했고, 랜던 도노번(미국)을 단기 임대하며 팀 전력 누수를 최소화시키기도 했다. 또한 팀 자기엘카와 레이튼 베인스 등을 잉글랜드 국대로 발탁시킬 정도로 다재다능한 감독이었다. 욘 헤이팅가, 니키차 옐라비치, 제임스 비티 등 선수 영입도 전반적으로 무난했고, 특히 마루앙 펠라이니는 에버튼 역사상 최고액(1500만 파운드)이자 최고의 영입이었다.
선수에 대한 안목, 용병술, 재정 운영 등 안정된 능력을 보인 모예스의 전술은 어땠을까? 전술도 큰 문제는 없었다. 일단 에버튼은 다양한 전술을 시도할 수 있는 형편 자체가 아니었다. 때론 마루앙 펠라이니를 최전방에 세우거나 제로톱을 가동하기도 했고, 필립 네빌은 주장이자 중원의 살림꾼으로 팀에 헌신했다. 이러한 전술은 다소 기복이 있긴 했지만 빅4(맨유, 첼시, 리버풀, 아스날)를 상대함에 있어서도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적어도 에버튼 시절의 모예스는 실리를 취하는 감독이었고, 동시에 전술과 용병술도 뛰어난 감독이었다. 유일한 결점이라면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단 한번 뿐이었다는 것이지만, 에버튼의 재정과 선수단을 본다면 이는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오히려 모예스가 수많은 강호들 사이에서 2006-07 시즌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이 8위(2009-10)였다는 것에 놀라워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였다. 2013년 6월에 맨유 감독으로 부임한 모예스는 1년을 채우지 못하며 쓸쓸히 떠났고, 수많은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1978년 이후 처음으로 웨스트 브롬에게 홈 패배,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에버튼 상대로 홈 패배 및 리그 2경기 스웝, 2001년 이후 첫 3연패, 24시즌 만에 리그 24경기 8패, 올드 트래포드 최초 페널티킥 3개 헌납, EPL 한 경기 크로스 경신(81회, 종전 기록은 2008년 리버풀의 72회) 등 스무 가지가 넘는 대(?)기록을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모두 갈아치웠다.
뿐만 아니라 마루앙 펠라이니, 후안 마타 등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이 두 명 모두 뭔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밖에 웨인 루니와 판 페르시 조합은 잉글랜드의 제라드-람파드 조합만큼 부조화를 이뤘고, 중앙 수비는 중하위권 수준이었다.
프리미어리그 개막 후 단 한 번도 똑같은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온 적이 없는 것도 매우 의아했다. 특히 모예스의 마지막 경기인 에버튼전에서 꺼낸 에반스, 나니 카드는 아마추어만도 못한 악수였다.
보드진의 기대로 6년의 계약을 맺은 그였지만 충격적인 리그 순위와 알 수 없는 전술, 그리고 독단적인 용병술은 맨유를 바라보는 모두를 지치게 했다.
에버튼 역대 최고의 감독이 맨유 역대 최악의 감독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50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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