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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를 구해 준

    박근혜 대통령 

     

  • ▲ ▲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는 안철수 김한길 ⓒ뉴데일리
    ▲ ▲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는 안철수 김한길 ⓒ뉴데일리

     

    6·4 지방선거가 기초선거도 정당공천으로 열리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0일, 전날 실시한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초선거도 정당공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여론조사에서 53.44%가 공천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46.56%가 공천하지 않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결국 6.88% 차이로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선거도 정당 공천을 하기로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결과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안철수 대표는 심각하고 비통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과정이나 이유야 어떻든
    저희마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

    정치적으로 보면 분명 안철수 대표의 패배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안 대표는 문재인 중심의  친노세력의 압력을 못이겨 패퇴하고 말았다.

    정치가 이상이 아니고 현실인 이상, 안 대표의 패배가 반드시 나쁘지는 않다.
    약속을 지키려는 정치인의 모습을 나름대로 보여줬기때문이다.
    비록 기자회견을 하면서 굳은 얼굴과 비통한 표정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사과하는 수치를 당했지만,
    그게 꼭 나쁠까?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약속을 지키려고 너무나 애를 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정치적인 수완이 서너개 레벨이 높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퇴짜를 맞았다.
    그리고 자기 보다 훨씬 완력이 강하고 계략이 뛰어난 당내 세력에게 또 한 번 맞았다.

    이렇게 계속 얻어맞는 모습을 보이면,
    사회적인 약자나 피해의식이 맞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동병상린의 동정표를 얻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안철수가 해야 할 일은 실망하지 않는 일이다. 
    피해자의 이미지, 순진무구해서 여기저기 사방에서 얻어터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략적으로 나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는 자신의 정치적인 손실계산은 정확히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번 기초선거 공천문제에서 안철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그는 알아채렸을까?

    며칠전 안철수가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하겠다고 청와대로 쳐들어갔을때,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안철수를 만나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한 발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선거 불공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하거나
    혹은 그와 비슷한 냄새라도 풍겼으면 어떻게 됐을까?

    안철수는 떡 한상자를 선물로 받았다고 좋아할 지 모르지만,
    당내에 돌아와서는 더 큰 반격을 받았을 것이다. 

    김정은 일당이 북한주민을 잡아 죽이든 화염방사기로 태워죽이든 상관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오로지 권력에만 눈이 뒤집힌 굶주린 이리떼 같은 일부 정치세력은
    안철수가 박근혜와 만나는 순간, 두 사람을 물어뜯어 매장시키려고 생난리를 폈을 것이
    능히 짐작이 가는 시나리오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철수를 만나지 않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나 안철수를 위해서나 최선의 선택임을 알았을 것이다.

    지금 안철수의 적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다.
    이번에 안철수를 구해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미 안철수는 마음속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보다는
    청와대가 더 믿을 만 하다는 계산을 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