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병원 압박 붕대로 최진실이 죽었어" 아픈 기억 끄집어내"내손 아니어도 당신 병원 박살내버리고 당신 구속할테니" 문자 보내
  • ▲ 여성 연예인 에이미를 위해 병원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춘천지검 전모 검사가 17일 오후 대검찰청 감찰본부에서 조사를 받고 서울구치소로 가고 있다.  ⓒ 연합뉴스
    ▲ 여성 연예인 에이미를 위해 병원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춘천지검 전모 검사가 17일 오후 대검찰청 감찰본부에서 조사를 받고 서울구치소로 가고 있다. ⓒ 연합뉴스


    2008년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고(故) 최진실의 이름이 28일 한 법정에서 거론돼 눈길을 끌고 있다.

    2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510호에서 진행된 공판에서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한 의료인이 운영하는 병원과 고 최진실이 서로 무관한 사이가 아니"라는 피고인의 진술 내역을 공개했다.

    고 최진실이 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해 왔습니다.
    5년치 압수수색을 하면 다 나와요.


    문제의 발언을 내뱉은 피고인은 현직 검사 전모(37)씨. 전 검사는 최근 방송인 에이미(32·이윤지)와 연루되면서 '해결사 검사'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전 검사는 한때 자신이 수사했던 에이미가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고통을 호소하자 모 성형외과 최OO 원장을 협박해 재수술과 치료비를 받도록 해준 혐의(공갈·변호사법 위반 등)로 구속 기소된 상태.

    이날 재판은 현직 검사의 신분으로 피의자였던 여성을 위해 공권력을 남용한 전 검사에게 초점이 맞춰진 공판이었다.

    대체 그는 왜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이런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을까?

    일각에선 이를 두고 한 젊은 청년의 '순애보'라 칭하기도 하고, 다른 한켠에선 공직자의 윤리와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방증이라며 한탄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쉽게도 이날 전 검사의 속내를 직접 듣을 수는 없었다. 피고인 심문이 따로 예정되지 않았기에 그를 대신해 법정에 선 변호인을 통해서만 그의 심경을 엿볼 뿐이었다.

    서류증거조사로 진행된 이날 재판은 전 검사의 협박을 받고 에이미에게 무료 수술을 해준 것으로 알려진 최모(43) 원장의 진술 기록과 피고인 전 검사의 진술 기록 일부가 공개돼 눈길을 모았다. 최 원장은 전직 경찰 최고위급 간부의 친동생으로 알려진 인물.

    특히 전 검사는 최 원장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재수술을 종용한 흔적이 여러차례 드러나 취재진의 관심을 끌었다.

    최 원장이 2012년말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향정)위반 혐의로 경찰 내사를 받는 상태임을 파악한 전 검사는 "내손 아니어도 당신 병원 박살내버리고 당신 구속 시킬테니까 두고 보십시오"라는 협박도 서슴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치료도 안하고 사람을 속이지 않나. 좋습니다.
    감찰? 당신 사람 잘못 봤습니다.
    그래요 해보시죠.
    내손 아니어도 당신 병원 박살내버리고
    당신 구속 시킬테니까 두고 보십시오.


    전 검사는 "마약법 위반 수사를 맡은 검사가 구면"이라는 말을 건네며 최 원장을 상대로 '밀땅'을 하는 능수능란한 화술을 구사했다.

    나아가 전 검사는 최 원장의 가슴 아픈 기억까지 끄집어 내는 강수를 뒀다.

    과거 최진실이 최 원장의 병원에 내원했던 사실을 폭로한 것.

    전 검사는 "오랫동안 최진실이 최 원장 병원을 다녔었다"며 "심지어 유명을 달리하던 날 그의 목에 매어진 압박 붕대도 최 원장 병원의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검사의 변호인은 "최 원장은 전 검사와 재수술에 대한 얘기만 나눴을 뿐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며 "다른 사건을 무마해 달라고 청탁을 했다면 당연히 거절을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 검사는 지난 2012년 말 최 원장을 협박해 에이미가 세 차례 엉덩이 보형물 삽입 수술을 받도록 하고 치료비 명목으로 2,25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다음 재판은 오는 30일 같은 법정에서 병원장 최OO에 대한 증인심문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