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재선 위한 선심성 공약일 뿐” 비난 목소리 왜 나오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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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서민 주거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6만호는 공공 주도형으로, 2만호는 민간이 참여하는 형태로,
    총 8만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2015년부터 매년 2만호씩.

    공급 방식에 있어 박원순 시장은
    현재 수요가 가장 많은 35~50㎡형 주택을 집중 공급하겠다고 했다.
    평수로 환산하면 9~15평 규모다.

    박원순 시장은 또 소비자 맞춤형 공급을 주장하며
    신혼부부에게 35~50㎡,
    4인 이상 가구에 60㎡ 이상 면적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표면상으로는 대학생들도 30㎡ 이하 공급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주거안정 대책의 면면을 살펴보니,
    전체적인 방향이 신혼부부에게만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복지는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을,
    가장 먼저 밝히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물론 신혼부부의 생활고를 부정할 수 없다.
    그들은 엄연한 경제 인구다.

    그러면 대학생들은?

    대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학자금 대출을 넘어,
    한 달 주거비 30만원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은
    취업대란과 직결돼 있어 상당히 심각한 실정이다.

    당연히 비경제인구인 경우가 많다.
    지방에서 상경해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는
    배고픈 대학생들은 쉴 곳조차 마땅치 않다.

    작년 7월 기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전체 자취비율(17.7%)은 전체 평균의 3.2배,
    광역시에 비해선 3배 가까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과연 대학생들은 박원순 시장의 이번 주거안정 대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뉴데일리>가 동국대 인근 원룸촌을 현장 취재했다.

  • ▲ 동국대 인근에 소재한 원룸 건물들. ⓒ뉴데일리
    ▲ 동국대 인근에 소재한 원룸 건물들. ⓒ뉴데일리

     

    #.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동국대학교.

    3호선 동대입구역 6번 출구를 오르자
    가파른 언덕길이 먼저 눈앞에 펼쳐졌다.
    언덕을 올라 정문을 지나면 빼곡한 원룸촌이 드러난다.
    길에서 만난 학생들 대부분은 이번 정책에 대해 알지 못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거주하고 있다는 학생들 중 일부만
    이러한 정책을 인지하고 있을 뿐이다.

    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13학번 이세현(21·남)씨는
    고시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한다고 했다.

    “한 달 버는 게 60만원 정도 돼요.
    그런데 월세로는 32만원이 나갑니다.
    저만 이러는 거 아니에요. 이런 경우 많아요.
    부모님한테 손은 못 벌려요. 한 달 살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매달 삼십(만 원)인데, 가끔 내가 공부하려고 서울 올라온 건지
    편돌이(편의점 아르바이트)하러 올라온 건지 헛갈려요.”

     

    서울시는 이미 희망하우징이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희망하우징이란 SH공사에서 매입한 다가구주택과
    직접 건설한 원룸을 대학생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이 정책에 대해 회의적이다.
    일단 조건이 까다롭고 보급량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
    SH공사에서는 대상자를 6개 순위로 나눠 329호를 제공하고 있다.

    길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1·남)씨는
    이 정책을 경험해봤냐고 묻는 질문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1순위와 2순위가 아니면 될 확률이 없어요.
    그리고 거기가 2인실이니까, 다 돼봐야 700명이 살 수 있다는 건데...
    대학 하나만 털어도 700명은 넘을 걸요?”

     

    대학생 김기열(26)씨 역시
    서울시의 임대주택 정책에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그는 이번 정책발표가
    [선거를 앞둔 선심성 공약이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대구에서 올라왔으니까...
    서울시장 투표권이 없어서 그런가?”라며 쓰게 웃기도 했다.

    대학생 원룸촌이라고 해서
    부동산 경기침체여파가 빗겨간 것은 아니었다.
    부동산에 올라오는 집들은 거의가 월세다.

    최근 주소지를 서울로 옮겼다는 대학생 최대권(26·부산에서 상경)씨는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부모님한테 손을 안 벌릴 수는 없어요.
    어찌됐건 벌리긴 벌려야 하는데...
    만약 전세였다면 좀 덜 죄송했겠죠.” 

     

    동국대 원룸촌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정기백씨는
    근방에서 웬만한 집을 구하려면
    최소한 45만원 이상 월세를 지급해야한다고 귀띔했다.

    박원순 시장의 주거대책에 대해선
    [임의로 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라며 고개를 저었다.

    “요즘 금리가 낮다 보니까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죠.
    목돈 받아놔 봐야 돈도 안 되고, 나중에 돌려줘야하니까.
    그걸 다 빚이라고 생각들을 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게 (주택을) 무조건 뿌린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수요공급의 시장원리로 접근해야지...”

     

     

  • ▲ 빽빽히 위치해 있는 원룸 건물들. ⓒ뉴데일리
    ▲ 빽빽히 위치해 있는 원룸 건물들. ⓒ뉴데일리

    서울시는 서민 주거안정 대책이라는
    말만 꺼내놓은 상태다.

    하반기부터 시작된다는 언급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시행방안이나 세부계획이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전화통화 과정에서
    “계획을 수립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반기에서 시작된다는 것만 알 수 있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이나 세부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중 6만호는 공공으로, 2만호는 민간 참여로”라는
    박원순 시장의 발표내용만 반복하기도 했다.

    많은 대학생들은 박원순 시장의 이번 정책발표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온
    포퓰리즘(populism) 선심성 공약이라고 지적한다.
     
    ※포퓰리즘: 정책의 현실성을 외면하고,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여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행태.


    박원순 시장의 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을 대표하는 시장 자리는
    시민들의 고통을 본인의 고통보다 아파해야 하는 자리다.

    선거법 위반 여부 논란은 그 다음 얘기다.

    대학생 김진수(23·남)씨는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의 행보보다, 시장의 행보를 걷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선거철만 되면 벌이는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라,
    실현 가능한 실질적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서울시장 취임 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장이 되겠다]고 한 박원순 시장.

    배고픈 대학생들이 바라본 박원순 시장의 모습은
    정말 그 자체였다.

    원룸촌을 돌아본 뒤에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뉴데일리 김종윤·김상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