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용산 주민 만나 ‘책임 떠넘기기’ 급급, 이제 와서 딴 소리
  • ▲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연합뉴스
    ▲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연합뉴스



    [시대착오적인 묻지마 개발공약]으로 시민의 환심을 사보겠다는 식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정말 묻고 싶다.

    과연 용산 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 현 상황에서 그렇게 개발이 가능한지, 주민이나 전문가들과 제대로 한 번 토론해본 적이 있는지, 그게 저는 의문.

    ********************************************************************************

    김 전 총리께서도 뭐 대법관 하시고 감사원장 하시고 국무총리하시고 늘 높은 자리에 계셨지 않나. 

    저는 정말 바닥에서 정말 시민들의 그런 삶을 챙기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해왔다.

       - 박원순 서울시장, 4월2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주민들의 56%가 찬성했던 사업이다.
    국가적인 사업이고 서울시가 주관했기에 우리는 철석같이 믿었다.

    박원순 시장은 이 사업 정상화를 위해그간 무슨 노력을 했나?

    드림허브와 코레일과 이야기나 해 본 적 있던가?
    서울시는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뭐 하고 있었는가?

       - 지난해 10월1일, 서부이촌동 11개구역 대책협의회 이상규 위원장.
         <용산국제업무지구 주민간담회>에서 박원순 시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

    딱한 상황이다.
    그간 서울시가 돈을 투자할 상황도 아니고 투자자를 끌어오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코레일에 새로운 사장이 오셨는데 새로운 안을 내서 여러분들의 소망처럼 이 사업을 되게 만들면 좋기는 하겠지만.

    현재는 과거보다 더 어려운 상황인데 코레일이 무슨 용빼는 재주를 가지고 있을까?

    코레일 사장과 내일부터라도 당장 전화하고 만나서 상황을 확인하도록 하겠다.

       - 박원순 서울시장, 지난해 10월 1일, 용산국제업무지구 주민간담회에서


    6.4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둔 박원순 서울시장의 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뒷걸음질 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박원순 시장이 유력한 경쟁 상대인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과거 그의 모순된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새누리당 정몽준 예비후보의 [용산국제업무지구 재개발사업] 정책을 [선심성 묻지마 개발공약]으로 폄하한 사실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불과 몇 달 전 용산지구 주민들을 만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박원순 시장이 할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잘 나가던 변호사 시절 습관이 몸에 밴 탓에 한 달 치 임대료가 250만원에 달하는 [황제 월세]를 살던 사람이, 김황식 예비후보의 경력을 비꼰 발언에 대해서도 어이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원색적인 비난은 2일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이날 박원순 시장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몽준-김황식 예비후보를 거세게 비난했다.

    우선 그는 [시대착오적]. [묻지마 공약] 등의 선정적 표현을 앞세워 정몽준 예비후보의 용산재개발 공약을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선심용 정책이라고 단정지었다.

    이어 박 시장은 주민과 지역에 맞춘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정몽준 후보에게 지역민심이나 들어보고 정책을 만들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말 묻고 싶다.
    과연 용산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 주민이나 전문가들과 토론이나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있는지.


    박원순 시장의 용산재개발 공약 비판은,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갈 경우 예상되는 용산사업 파행에 따른 책임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이런 발언은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물어 본적 있느냐는 비판은, 지난해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모인자리에서 나온 [책임 회피성] 발언과 비교할 때, [후안무치]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1일, 박원순 시장은 시청 고위간부들과 함께 용산구 서부이촌동 주민들을 찾았다.
    용산개발사업 파행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성난 민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은 용산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쪽과 찬성하는 주민 모두를 만났다.
    문제는 그의 처신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용산개발사업을 지지하는 주민들을 만나 서울시의 책임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는데 발언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7년 넘게 재산권 행사가 묶여 엄청난 고통을 겪은 주민들에게, [코레일 사장이 새로 왔지만 용빼는 재주가 있겠냐]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주민들의 심기를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은 내일 당장 코레일 사장에게 전화해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의 이날 발언은 용산개발사업 파행과 관련돼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 정몽준 후보에게 주민들의 의사라도 확인했느냐고 되묻는 것은 [난센스]다.

    지역주민들 앞에서 책임을 떠넘긴 것도 모자라, 주민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말한 그가, 자신과 다른 정책을 제시한 경쟁후보를 비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박원순 시장의 김황식 예비후보에 대한 비난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박 시장은 김황식 후보의 경력을 거론하면서, [김황식 후보를 귀족], [자신을 서민으로] 묘사하는 교묘한 레토릭을 구사했다.

    대부분의 경선 후보, 이런 분들이 저하고는 굉장히 다른 삶을 살아오셨다.

    김 전 총리께서도 뭐 대법관 하시고 감사원장 하시고 국무총리하시고 늘 높은 자리에 계셨다.

    저는 정말 바닥에서, 정말 시민들의 그런 삶을 챙기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해왔다.


    이런 그의 발언에서, 이번 선거를 [계층간 표 대결]로 몰고 가려는 속내를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김황식 후보와 박 시장 자신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다른 계층에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야당 지지성향이 강한 서민들의 표 집결을 의도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발언 역시 적지 않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서민들의 한 달 월급에 맞먹는 돈을 임대료로 내면서, 강남에 있는 60평대 고급주택에서 [황제 월세]를 살던 그가, 스스로에게 서민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노력은 보기 좋은 모습이 결코 아니다.

    더구나 무수히 많은 대기업들로부터 다양한 협찬을 제공받아 남부럽지 않게 살던 그가 할 말은 더더욱 아니다.

    새누리당 후보들을 상대로 한 박원순 시장의 이날 발언은 그 내용과 과거 행적을 비교할 때, 사실상 [실언]에 가깝다.

    박원순 시장은 새누리 후보들의 용산재개발 공약을 비판하기에 앞서, 용산개발사업 파행으로 고통 받는 지역민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해명부터 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

    박원순 시장은 새누리 후보들의 과거 경력이나 부유함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서민 코스프레]부터 중단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