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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음모론의 배후'에 대한 한정석 선생님의 발표는 저 개인에게 또 여기 함께 자리한 모두에게 큰 힘이 되었으며,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행동선택 방향 설정에도 유용한 자료가 되었다. ※ 만화같은 ‘천안함 루머’는 어떻게 퍼졌나?
나의 입장은 첫째, 천안함 폭파사건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이들을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으며 둘째로는, 우리가 한정석 선생님 말씀에서 ‘루머폭탄’이라는 또는 ‘바이러스’같은 전염성 루머에 우리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을 하는 것으로 하겠다.
상담의 장에서 보면, 자녀들이 부모에게 자기의 어려움을 호소할 때는 부모들과 통하지 않는다고 보는 관점과 어른들이 얘기할 때에는 자녀들과 세대차를 느낀다고들 한다. 쌍둥이들 간에도 세대차를 느낀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천안함 폭파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그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왜 같은 사건을 놓고도 그렇게 차이가 생기는가. 누가 옳으나 하는 것을 가려내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이해를 하면 상대방을 수용하고 받아들이기가 좀 수월할 수는 있으나 나의 관점을 바꿔야하는 것은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보는 관점이 틀렸다, 상대방의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라고 느끼지만 그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내 눈앞의 고릴라’라는 재미있는 실험 연구를 댄 시먼스(Dan Simons)심리학자가 했다. 농구코트에서 흰 셔츠를 입은 팀과 검정 셔츠를 입은두 팀들이 몇 번 자기 팀에게 공을 패스하는지를 세어보도록 했다. 그런데 그 코트장에 고릴라 복장한 사람과 우산 쓴 여자가 지나가도록 했다. 관찰했던 두 팀 학생들은 자신의 팀이 몇 번 공을 패스하는지를 세고 난 뒤에 정확한 판단 확인을 위해 비디오 판독을 했는데 그 어느 누구도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가슴을 치고 지나가는 것과 한 여자가 우산을 바쳐 들고 지나가는 것을 본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학생들은 비디오를 사후 조작했다고 주장했단다.
이렇게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열심히 볼 때에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실험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비디오를 조작했다고 항의를 했던 것 같이 사실 믿기를 거부한다. 인간의 속성은 관심 있는 것, 보고 싶은 것만 열심히 볼 뿐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천안함 사건이나 부모-자녀 사이, 부부, 사제 그리고 일반 사회인들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비슷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전혀 정반대가 되는 관찰 결과로 서로를 왜 비난하는 것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현실치료의 기본이 되는 선택이론에서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설명하는 이론을 이해하면 현실세계를 객관적으로 똑같이 본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실세계의 한 장면이 우리의 지각세계에 들어오면서 개인의 주관성이 개입되어있기 때문에 100퍼센트 똑같이 본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선택이론에서는 현실을 감지할 때에 우리의 오감이 허락하는 대로만 현실을 인지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예전에 듣던 소리와 보이던 것들이 오감의 약화로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고 들린다. 개인마다 오감이 허락하는 만큼만 인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정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지식여과기 안에 저장되어 있어야만 자신의 오감을 통과한 정보를 분류할 수 있다.
모든 현실은 대체로 개인의 감각여과기, 지식여과기, 가치여과기라는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지각된 세계에 저장된다고 한다. 감각체계로 통과한 것에 대해 비행기를 듣도 보도 못한 아이는 실제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았을 때, 자신의 지식여과기에 비추어 ‘새’라고 인식한다. 즉, 인지한 그 현실은 지식여과기를 거치면서 다시 분류가 된다. 내 지식 여과기에 비행기가 없이 새라는 것만 있다면 그것이 지식 여과기를 통과할 때에 새는 보통 날갯짓을 하는데 하늘을 나는 저 새는 우리의 가치여과기를 거치면서 날갯짓을 하지 못하니 저 새는 ‘이상한 새’라고 인식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겐 ‘좋은 비행기’가 누군가에겐 ‘이상한 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에겐 지각된 현실이 모두 다른데 똑같이 보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가 될 수도 있다.
하여, 현실을 함께 살아야하는 우리에게 모두 다르게 보이는 것을 똑같이 보라고 하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가 특히 내부통제이론을 중심으로 한 선택이론이나 댄 시먼스의 실험에서 보여 진 것과 같이 자신에게 관심 있는 것만 보이지, 다른 것은 실존하는 것이라 해도 보이지 않는다. 선택이론을 빌어 다시 설명하자면, 감각체계로 공이 들어온 것이 지식여과기를 거치면서 한 팀은 검정 셔츠팀, 다른 팀은 흰 셔츠팀의 공만 있다고 생각할 때 가치여과기를 통과 하면서 흰 셔츠팀이 주고받은 공만 인식되는 공만 보고, 검정 셔츠팀의 공은 지각된 세계에 들어올 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성적 상태가 된다. 이것은 뇌 작용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심리학 연구에서 증명해낸 것은 개인이 반복적으로 부정적 정서 경험할 때는 이웃을 의심하고, 공격하고, 이기적으로 되고, 반복적인 긍정적 정서경험을 할 때는 호기심, 창의성, 협동, 배려 등을 증대하게 된다고 했다. 하여 모든 것을 의심하고 공격하는 이들은 일상에서 부정적 정서경험을 반복적으로 많이 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보통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현실에 대한 착각 경험을 예로 들어 같은 현실을 어느 쪽에서 지각하는 가에 다라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인식할 수도 있다.(착시현상)
우리는 이런 현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타당한가를 결심 선택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우리의 과제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것이 좋다고 생각을 하는데 마침 내 동료와 관계가 좋아서 나를좋아하고, 나 역시 내 동료를 좋아한다면, 현실이 지식여과기와 가치여과기를 통과할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거의 무조건 나도 좋아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무엇인가 같이 일을 하려면 서로가 서로의, 선택이론에서 말하는 상대방의 좋은 세계 안에 좋은 그림으로 들어가 있어야만 조건 없이 그 사람과 그의 믿음을 수용하고 함께 共存共生, 일상적인 표현으로는 협동과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것을 같게 만드는 것은 어려우니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서로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거나, 다르더라도 공동목표를 위해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술 접대를 하거나 뇌물을 주고받고 하는 것 등은 인간적인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물질적인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을 때에는 감각적인 쾌감을 중심으로 맺어지는 것이며 그 방법에 중독되면 항상 외적인 충족 조건을 추구하고 ‘심리학적인 부’를 축적하지는 못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이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꾸려하지 말고 서로가 공통되게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서 그 일을 같이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나 외적인 조건이나 환경을 강제로 바꾸려고 하거나, 다른 사회 문화적 배경을 바꾸거나 합치는 것은 사회학적으로도 어렵다. 많은 사람들은 일단 ‘공감하기가 어렵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의 사상이 다르고, 문화적인 배경이 다르더라도 반드시 공통되게 통용될 수 있는 인간적인 소통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배우고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 사제, 노사 간에도 차이를 줄이려는 것이 아니고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한 의사소통의 기술을 부모, 교사, 노사들에게 가르쳐 놀라운 결과를 보았다.
예전에 독일에 갔을 때 분리되었던 동독과 서독이 얼마 후 통합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의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통일을 대비하는 일을 해야겠다하고 결심했다. 돈, 사상, 정치적인 통일은 내가 할 수도 없었지만, 내 관심은 어떻게 하면 인간적인 소통이 가능해 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통일을 대비하여 이북의 부모나 교사들에게도 의사소통의 기술을 보급하고 남북의 동포들끼리도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두 가지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그 하나가 남북통일을 대비한 기금 마련으로, 1995년 10월 연구소 10주년 기념 연차대회에서 공표한 이래 지금까지 의사소통 프로그램(P.E.T.와 자기표현)과 현실치료 프로그램 참가비 중 일부를 떼어 모아 왔다. 현재 약 3,200만원의 기금이 축적되었다.
또한, 그 당시 50여년 넘게 우리가 헤어져 오랜 세월 정치문화적인 배경이 다르게 살아왔는데 정말 소통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고 싶어 1995년 3월 P.E.T.강사세미나에서 남한에 온 탈북자를 대상으로 소통기술을 응용한 역할연습을 해봤다. 연구소 소속 남녀강사가 아들, 딸 역할을 맡아 통일을 가정하고 의사소통 역할연습을 해 보았다. 그런데, 북한에서도 고부갈등이 심각했고, 아들이 공부를 하지 않아 김일성대학에 가지 못할까봐 속상해했고, 딸이 당원이 아닌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것이 걱정이 된다고 하였다. 통일을 가정하고 아들, 딸이 연구소의 P.E.T.와 자기표현 과정을 마치고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반영적 경청, 나-전달법을 실시하고 어느 정도 지난 후 역할을 바꾸어 탈북자가 자녀가 되고, 우리 강사들이 부모가 되어 역할연습을 하고 난 후에 마음이 어느 정도 가벼워졌거나 시원해졌는지 1-10사이로 평가해 달라고 우리가 요청했더니, “뭐 하러 1에서 10으로 합니까. 100만큼 시원합니다.”하는 답을 들었다. 나는 그 때, 경제, 사상적인 부분이 아닌 가장 인간적인 ‘공감할 수 있는 기술’만 배우면 어떤 갈등문제, 상황, 조건, 문화, 정치적인 차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효과적인 소통기술의 부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똑같이 하려고 하거나 상대방을 바꾸려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일시적으로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않고 오래 가지도 못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었을 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서로의 좋은 세계 안에 자리할 수 있도록, 그런 시각을 키우기 위해 오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관계 만들기를 위한 의사소통기술 연습이 최우선이 되어야한다고 나는 추천한다.
이제 우리는 ‘루머폭탄’, ‘바이러스’ 전파 효과를 역이용해야한다. 그 가능성은 글래드웰의 ‘Tipping Point’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단 2~3명의 퇴직교사가 뉴욕에서의 범죄를 줄이는데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오늘이 우리가 좀 더 용기 있게 대응하는 날, 이 시대 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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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인 자
※ 한국심리상담연구소장, 서강대 명예교수,
전)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총장,
한국현실치료학회장, 국제 긍정심리학회(IPPA) 창립이사,
국제 WGI (William Glasser Institute)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