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가까이 표류' 사할린 특별법…올핸 통과될까
    2005년 이후 특별법 상정만 7번…"한인 1세 노령화로 특별법 제정 시급"


    사할린 동포의 귀국과 정착 지원을 위한 '사할린 동포 지원 특별법'이 9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돼 사할린으로 이주한 한인은 4만3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도 귀환하지 못하고 사할린에 방치된 채 살아왔다.

    1990년 시작된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사업으로 지난해까지 4천189명의 동포가 귀환했고, 일부는 세상을 떠나 현재 3천여 명이 인천과 경기도 안산 등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영주귀국 사업의 대상은 1945년 8월 15일 이전 출생자와 배우자 및 장애자녀로 한정돼 있어 가족과의 이산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강제징용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절한 정착·생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귀국 사할린 동포가 생활고를 겪고 있다. 사할린 동포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사할린 동포가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저축금·미지급 임금·보험금·연금 등 개인적 재산 청구권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못한 만큼 정부가 이제라도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사할린 동포들의 주장이다.

    이후 2005년 17대 국회 당시 사할린 동포의 귀국·정착 지원 등 지원 대책과 일본을 상대로 한 피해 보상의 교섭 추진을 내용으로 하는 '사할린 동포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된 것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6개의 특별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의원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19대 국회 들어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사할린에 강제동원 등으로 이주했거나 사할린에서 출생한 한인과 배우자, 직계비속 1인과 그 배우자를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이들의 영주귀국과 정착을 지원하는 내용의 '사할린 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사할린 동포를 지원하는 NGO들은 1세는 대략 90세 이상, 2세도 60∼70대에 달하는 등 노령화되고 있는 사할린 동포 사회의 특성상 하루빨리 이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직도 사할린에는 200명이 넘는 사할린 동포 1세들이 고국을 그리며 영주귀국을 희망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특히 국회 상임위 위원이 교체되는 오는 5월 이전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새로운 의원들을 또다시 설득해야 하는 만큼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의 통과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법안 발의에 참여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당장 2월 국회에는 북한인권법, 정치개혁법 등 현안이 많아 사할린 동포 특별법이 다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올해가 '고려인 이주 15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이고 여야 모두 사할린 동포 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는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배덕호 지구촌동포연대 대표는 "지난 9년간 국회의원들은 사할린 동포 지원법의 취지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다른 법안들을 우선시해 결국 법안이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되고 말았다"며 "사할린 동포들은 우리의 아픈 역사이고 강제징용의 피해자로, 국가가 이들의 아픔을 보듬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대표는 "정부가 특별법에서 문제 삼는 예산 부담, 외교적 마찰, 형평성 논란 등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지금도 고국과 수만 리 떨어진 사할린에서 강제징용의 아픔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나는 한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