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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낙균(62) (사)한국감사협회 회장이
    오는 17일 서울공고 총동창회장으로 취임한다.

    서울공고 동문은 약 6만명 정도.
    이 거대한 동문의 총동창회장으로 활약하면서
    동창회 발전에 무슨 기여를 할 것인지 여러가지 구상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정 회장은 공고를 나왔으나 성균관대 법대 진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리고 공고 출신으로는 드물게 행정고시를 뚫고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공무원 생활 초창기 5년간 서울시 근무한 경력을 빼면
    감사원에서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지내는 등 감사통으로 잔뼈가 굵었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사)한국감사협회는 내부감사전문 인력들의 모임이다.
    공공기관 상임감사, 상장회사 상임감사, 국제내부감사 자격증 소지자 등 1,100명의 회원이 있다.

    1977년 생긴 이 협회는 현직 감사들의 친목단체로 출발했으나
    2006년 감사원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감사원이 인가한 유일한 사단법인이라는 특이한 위치를 자랑한다.

    정 회장은 "투명하고 밝은 사회로 가려면
    감사 사각지대에 있는 준 공공기관에 대한
    사전 예방 차원의 외부 감사가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감사원의 전문감사인력은 800명 정도에 불과한 데,
    이들이 맡아야 하는 감사대상기구는 무려 8만개나 된다.

    수많은 준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는 감사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

    "모든 조직에 내부 감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소규모이다 보니 내부감사 시스템을 못 두는 조직이 너무 많아요.

    감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그 조직의 직원으로 있으면서 월급을 받다 보니, 

    우리 문화와 현실적인 제약으로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감사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감사가 있어도 문제, 없으면 더 문제라는 이야기이다. 

    사실상 감사기능이 약해 문제되는 곳으로는
    비영리 법인 조직, 아파트관리사무소, 재개발재건축 조합, 회원제골프장,
    NPO 및 종교단체 등을 꼽았다.

    이들은 주인이 많다 보니 오히려 주인이 없는 조직이 되어버렸다.
    이런 곳에서는 형식적으로 비상임감사를 두지만,
    실질적으로 내부 견제감사기능은 거의 없다.

    감사가 절실히 필요한 준공공 부분 중 대표적인 아파트단지는
    300세대 이상만 어림잡아도 6,000개가 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재건축 조합의 비리는 수없이 지적되지만,
    항상 문제가 드러난 다음에야 사법처리를 받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조합원과 주민들은 자기도 모르게 피해를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기관이 감사를 맡기려 해도 맡길 곳이 없다.

    정 회장은 “전문내부감사인의 결사체인 우리 협회에서 역할을 할 소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고시 합격 이후 서울시에서 5년 근무하면서 감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1982년에 인사교류 때 자원해서 감사원에 들어가 26년을 지낸 뒤
    한국교직원공제회, 한국정책금융공사 등 공기업에서 6년간 감사를 지냈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감사는 2005년 250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종합감사이다.
    당시 감사원 사무차장이던 정 회장은 광역지자체 16개를 비롯해서
    236개의 지자체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맡아 진행했다.
    6개월 동안 모든 감사원 직원이 동원됐다.

    워낙 대규모로 이색적인 감사를 하다 보니 감사결과는 대부분의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당시 조선일보는 1개 면에 정회장의 얼굴사진을 싣고 이런 제목을 달았다.

    [인사 내 멋대로, 나랏돈 물 쓰듯이, 사업 주먹구구]

     


  • 두번째로 기억에 남는 감사는 1997년 벌인 용인시 위장전입 감사이다.

    어느 날 정 회장이 수도권의 부동산소개업소에 갔는데 업소주인이
    “주민등록 옮기고 통반장에 인사하면 전입이 된다”고 유혹했다.

    이렇게 하고 3개월이 지나면 청약 1순위가 된다.
    이를 악용해서 아파트 당첨받은 뒤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기도 했다.
    어떤 아파트는 프리미엄이 2억까지 치솟을 때였다.

    정 회장은 감사원 직원 30명을 동원해 3개월 동안 조사를 벌여
    특히 심한 용인시를 집중 조사해서 위장전입으로 당첨된
    수백세대에 대해서는 당첨취소를 요구했다.

    이 소식은 당시 3대 방송에서 일제히 9시 톱뉴스로 방영됐다.
    250만 명이 줄 서 있는데 새치기를 했으니 국민적인 공감을 끌어내기 쉬웠던 것이다.

    당첨취소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고
    민사소송이 이어지면서 이뤄지지는 못하고
    대신 위장전입 예방하는 제도개선이 생기고 범칙금 부과 등의 조치가 뒤따랐다.

    정 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들어 최근 문제시되는 감사원 독립성은 제도로만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무슨 감사든지 감사 책임자들이 의지를 가지고 해야 합니다.
    인력은 적은데 분야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특히 전문성이 중요해요.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는 영원한 과제를 지고 있습니다.

    감사관은 자기 계발에 노력을 쏟아 전문성을 확보한 뒤, 
    독립성을 지키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감사원의 독립 확보는 의지의 문제이지 제도문제가 아닙니다.”


    정 회장은 국가적으로 4대강 감사 등 중요한 국가정책에 대해서
    감사원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데 대한 해결방안의 키워드로
    강직 청렴한 감사인의 양성과 채용을 위한 인사운용
    그리고 [전문성]과 [의지]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을 꼽았다.

    정 회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군본부에 3년 근무한 경력에 서울공고가 위치한 동작구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