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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수,목 드라마(밤10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상속자들> 6일 방송에서 차가운 가을 바람에 맥없이 이리저리 내동이쳐지는 낙엽처럼 힘 없는 은상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지혜로운 엄마의 모습이 감동깊게 그려지고 있다.
같은 반 학생들은 끈질기게 부모가 뭐 하냐! 이름을 대라고 시도 때도 없이 은상(박신혜)이가 사회배려자가 아닌가 의심하며 괴롭힌다. 뭘 가지고 사회배려자로 말하는지 모르겠다. 형식상? 겉으로만? 온갖 모욕과 수치로 마음대로 인격모독 할 수 있는 근거로?
겉으로 모두가 타 보고 싶어하는 영국왕실마차를 태워 주며 배려를 해 주고 최고의 도움을 준다 하더라도 한 사람의 소프트웨어나 마찬가지인 인격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전혀 의미가 없다.
네버! 네버! 네버!
인격을 돈으로 사는 것 밖에 안 된다.
거기다가 영도(김우빈)까지 은상이를 쫓아 다니며 괴롭힌다. 분노한 탄(이민호)은 그런 영도를 향해 가슴팍을 발길질하며 모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치고 받으며 피를 흘리고 싸워 아수라장이 된다. 둘은 이사장실로 불려가서 징계 받게 되고, 학생들은 탄과 은상이 사이를 의심한다."애초에 분수에 넘치는 학교를 왜 오니?"
"너 까짓 것 때문에 학교 꼬라지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기나 해!"라헬(김지원)은 다짜고짜 은상이한테 와서 머리 끄댕이를 잡아 당긴다.
은상은 다음 날 학교를 가지 않는다. 수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고 가는 거리의 의자에 앉아 있다.
거리를 하염없이 걸어 다니고 무료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재벌그룹 순위가 자신들보다 조금만 떨어져도 아래로 내려다보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으며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자기 할 일을 하는 입주가사도우미 박희남(김미경) 여사!
"제국그룹권력의 핵심이지! 사모님이 꽉 잡혀 사시잖아?"
윤실장(최원영)이 은상이 엄마를 두고 표현한 말이다.
그랬던 은상이 엄마도 은상이 제국고를 다닌 뒤로 지축이 흔들리는 것처럼 혼비백산한다.
제국고에서 학부모인 은상이 엄마한테, 학부모 회의 한다고 학부모 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오면 말을 못하는 은상이 엄마는 사색이 된다.하루종일 여기저기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왔지만 탄의 집으로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대문 앞에 앉아 있다.
쓰레기 버리다가 은상이를 발견한 엄마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옆에 앉는다. 학교 안 간 사실을 이실직고하는 은상이는 왜 아무 말도 안 하느냐고 엄마한테 묻는다.
'힘 들어서 안 갔겠지! 내가 뭐라구 하면 더 힘들거구!'
포장마차하면서 배운 것 없고 돈도 없지만 딸이 말을 안해도 딸의 마음을 다 헤아리고 아픈 혹을 갖다 더 부치지 않는 이 지혜로운 엄마 얼마나 멋스럽고 품격있고 아름다운가?
돈을 더 갖기 위해 맘에도 없는 남자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거래하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라헬 엄마와 감히 어딜 비교한단 말인가?
그나저나 은상이도 은상이 엄마도 제국고에 보내 준다는 이리같이 음흉한 김회장의 제의를 멋지게 거절했어야 했다. 공짜란 자유를 빼앗기고 노예가 되어야 하는 가장 무서운 댓가가 반드시 뒤따르게 되어 있으니까.하루종일 사납게 몰아치는 폭풍우 속을 걸어 다녔던 은상은 그 폭풍우 속에서도 끄덕없는 엄마 옆에서 비로소 마음이 녹는다.
'밤 공기 좋다!'
돈이 없다고 집이 없다고 이들의 행복을 누가 뺏어갈 수 있단 말인가? 두 모녀가 마치 알퐁스 도데의 <별>처럼 따스하게 빛나고 있다.
[사진출처=SBS드라마 상속자들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