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수,목 드라마(밤10시) <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 (연출 강신효, 부성철 극본 김은숙) 6일 방송에서는 은상이를 좋아하며 쫓아 다니던 영도가 은상이한테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는 모습을 그린다.

    최영도(김우빈)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여 자신보다 약한 자들을 먹이감으로 삼아 폭력배처럼 사회자배려자(?)- 명칭 자체가 전혀 배려가 들어 있지 않은 - 들을 잔인하게 괴롭힌다.

    영도 엄마는 집을 나가버렸다. 영도 초등학교 입학식 날 8살 때! 그 후로 아버지는 젊은 여자들을 수 없이 만난다. 그 여자들은 집을 드나들며 영도에게 용돈을 주었고 영도는 그 용돈을 모아 훈련된 사냥개를 사서 여자들이 오면 물게 한다. 

    영도는 1Q가 150이나 되는 멘사 회원이지만 그 좋은 머리로 어떻게 기발한 아이디어로 다른 애들을 괴롭힐까 계산하고 정확하게 예측하는데만 사용한다. 

    사업적 수단이 뛰어 난 제우스 호텔 사장인 아버지(최진호)는 자기 아들을 가혹하게 훈련시킨다.  곧 라헬(김지원) 어머니(윤손하)와 결혼하려고 한다. 

    먹이감을 찾아 나서는 이리처럼 사나운 영도 앞에서 맞서는 친구도, 가까이 하는 친구도 없다. 탄(이민호)이와 한동안 친하게 지내면서 자신의 잔인한 비밀까지 털어 놓으며 믿고 의지했는데 탄이가 서자라는 것을 알고 알 수 없는 배신감으로 영도는  차갑게 돌아선다. 이제는 탄이와 원수같이 으르렁거리며 싸운다.

    자신의 비밀은 섣불리 털어 놓는게 아니다. 나중에 약점이 되어 서로 원수가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아버지의 결혼을 앞 두고 <폭풍의 언덕> 위에서 부는 바람이 영도의 가슴을 을씨런스럽게 하고 더욱 외로움속으로 침몰하고 있을 때 우연히 영도는 편의점에서 은상(박신혜)이를 만난다.
    새벽, 편의점의 의자에서 깊이 잠 들어 있는 은상을...

    어두운 동굴 속을 혼자 외로이 두려움을 물고 걸어 가는데 은상이를 보는 순간 깜깜한 절망속의 영도에게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다.

    그 뒤로 은상이를 쫓아다니며 은상이가 어떤 아이인지 파악하며 다닌다. 약자들을 괴롭힐 때 습성대로 은상이를 대한다. 종을 부리듯 오만방자한 거친 태도, 비웃음과 조롱하는 말투로 은상이를 옭아 매며 은상이로 하여금 자존심이 팍팍 깍이고 수치감으로 온 몸을 오그라들게 한다. 


    아무런 희망도 생각도 없이 휘청휘청 살아가는데 처음으로 눈빛이 반짝인다.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처럼 정지되었던 마음에 시동이 걸린다. 무엇에도 관심이 없이 육체만 허수아비처럼 다니는데 처음으로 관심 줄 대상이 생겨 꺼진 영혼에 희미한 불빛이 비치기 시작한다.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길 것 같은 그 희망은 곧 절망으로 바뀐다.

    은상이를 만나기 전에 은상이는 이미 탄이와 알고 있고 서로 좋아한다.

    은상이 조금의 여지도 없이 영도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볼 때 영도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늘 냉기가 감돌던 눈에 아픈 눈물이 고인다.


    "여자애들은 안 괴롭혔잖아!"
    "다른 것은 다 욕 먹어도 싼데 이번 것은 아냐! 궁금해져.
    차은상을 넘어 트리면 어떤 기분이 되는지..."

     

    광야의 무법자처럼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던 영도는 은상이한테 처음으로 싸늘한 외면을 당한다. 처음 은상이를 우연히 만났던 편의점에 가서 은상이를 생각하는 영도의 모습이 쓸쓸하다.

    처음 만져 본 희망을 놓을 수 없어 갖은 수고 끝에 알아 낸 은상이 살던 주소를 가지고 오토바이를 타고 찾아 가보는 영도. 평창동으로 이사갔다고 한다. 그 곳은 탄이가 사는 곳인데... 


    은상이 알바하는 곳에 찾아 간 영도는 마침 은상이를 희롱하는 남학생들을 쫓아낸다.

    "괴롭힘을 당해도 나한테 당해야지! 저 딴 시시한 새끼들 말고.."
    "네가 더 나쁜 놈이잖아? 왜 학교를 못 갔는데. 왜 너한테 찍혔는데...
    대체 날 왜 괴롭히는 데!"
    "나 전에 살던 집에 갔다. 다 쓰러져 가는 집에 살.."
    "나 졸부 맞아! 나 사회배려자전형 맞아. 그래서 이제 나도 쫓아낼거야?" 

    "나 너 좋아하는데... 근데 너는 나 싫지?"


    자신을 버리고 엄마가 나갈 때 굳어져 버린 심장에 피가 돌려고 하는데 은상이는 이미 다른 사람한테 마음이 가 있다. 하필이면 그런 은상이를 좋아하게 된 영도가 불쌍하다.

    하지만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 보다도 인생에 있어서 더 귀하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아무도 그 무엇도 좋아 할 줄 모르고 사랑하지 못하는 불임가슴을 가진 사람처럼 불행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랑으로 심장이 뜨거워져 본 적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고 사랑할 줄 모른다면 인생의 차가움을 무엇으로 녹일 수 있는가?

    어린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에 대한 상처와 충격을 영도는 은상이를 좋아하면서 어쩌면 씻어낼 지 모른다. 이제 친구들이 초딩이라고 놀리는 어린이를 벗어나서 인생과 맞설 수 있는 어른이 될른지 모른다.

    그나저나 왕관을 쓰려면 무게를 견디라고 해 놓고 그 어디에서도 그런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다만 부모들의 잘못된 삶의 방식과 가치관으로 인해 한창 자유롭게 이런 저런 꿈을 꾸며 행복 할 나이에 하나같이 부모들이 짊어 준 무게로 고통받고 신음하는 청춘들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사진출처=SBS드라마 상속자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