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은하수관현악단을 한꺼번에 등장시키며 이들이 연루된 추문에 적극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TV는 9일 김일성종합대학 교육자 살림집(주택) 준공식이 열렸다며 행사에 참석한 김 제1위원장 부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리설주의 공개석상 등장은 지난달 15일 김 제1위원장과 함께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대회를 관람한 이후 24일 만이다.

    건강한 얼굴의 리설주는 직접 살림집 싱크대 수도를 틀어 물이 잘 나오는지 보거나 찻잔을 정리하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했고 김 제1위원장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중앙TV과 대외용 라디오 방송인 평양방송은 이날 은하수관현악단이 부른 '조국찬가'도 내보냈다. 이 악단의 지휘자 리명일과 대표적인 가수 황은미의 이름도 거명됐다.

    리설주와 은하수관현악단이 동시에 북한 매체에 등장한 것이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은 이들이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추문에 휩싸인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국내 한 언론은 이 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의 일부 단원이 음란 동영상 촬영 등의 혐의로 8월 말 총살됐다고 전했다.

    또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21일 이들 악단 단원의 처형은 이들 악단의 추문에 리설주가 연루된 것을 덮으려는 것이라고 보도했고 국내 언론도 이 보도를 소개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도 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은하수관현악단 단원 10여 명의 총살설은 사실이지만 리설주의 추문과 관련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리설주가 공개 활동을 하지 않는 것도 이 추문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또 은하수관현악단이 해체됐다는 설까지 돌았지만 일단 악단 해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부인과 대표적인 악단이 한꺼번에 추문에 휩싸이자 강하게 반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아사히신문 보도가 나온 바로 다음날 남한과 일본 언론이 북한의 '최고존엄'을 건드렸다며 이를 '극악한 특대형 도발', '천인공노할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대표들이 아사히신문을 방문해 사죄와 정정 보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리설주와 은하수관현악단을 동시에 등장시킨 것은 언론의 추문 보도를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건재함을 과시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추문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북한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언론을 중심으로 북한의 내부 사정에 관한 다양한 소문이 도는 경우가 많고 북한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사망설도 이에 속한다. 그의 사망설은 지난 7월 무렵 국내 언론 사이에서 퍼졌지만 같은 달 25일 김 당비서가 인민군 열사묘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사그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