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의 절규!...“한반도 문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이 보인다!
  • 꽃제비의 시집(詩集)

    <꽃제비의 꿈>


    “아저씨, 제발 때리지 마세요

    훔쳐 먹다 붙잡힌 죄 크지만

    내 말을 한 번만 들어 주세요

    사실은 나에게 죄가 없어요

    이제 겨우 아홉 살인 철부지 고아

    꽃제비에게 무슨 죄가 있겠나요?

    나에게 만약 죄가 있다면

    그저 단 한 가지 죄 아닌 죄

    조선에서 태어난 죄 밖에 없어요“




     

  •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백이무.
    20대 여성.
    현재 중국을 거쳐 제 3국 00에 체류 중.
    국제 PEN 클럽, 북한 망명 PEN 회원.
    알려진 것은 이 정도다.

    인민학교와 중학교 때
    이미 [문학 신동](神童) 이란 평을 받을 정도로 글 솜씨가 뛰어났다.
    [고난의 행군] 때 부모가 아사하자 두만강을 건넜다.
    수 년 간 중국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며 유랑했다.
    북에 두고 온 동생들에게 돈을 보내주기 위해 현재 제 3국에서 막일을 하고 있다. 

  •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그녀는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틈틈이 시를 썼다.
    그것이 어찌 어찌 국내로 흘러들어 와
    첫 번째 시집 <꽃제비의 소원>으로 출간(도서출판 글마당)되었다.
    두 번째(<이 나라에도 이제 봄은 오려나>)에 이어,
    올 가을 쯤 세 번째 시집이 나올 것이라 한다.

  • ▲ 장마당에 쓰러져 있는 꽃제비ⓒ
    ▲ 장마당에 쓰러져 있는 꽃제비ⓒ

    그녀의 시는
    핏물이 뚝뚝 묻어나는 고발문학, 현장문학, 르포문학, 기록문학, 극한체험의 문학이다.
    마치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을 보는 느낌,
    731 부대의 생체실험장을 보는 느낌,
    폴 포트의 킬링필드를 보는 느낌이다.

    죄 없는 사람들이 당하는 체포, 수용소 수감, 고문, 아사, 처형이 있다.
    일찍이 이렇게 처절한 현장문학이 또 있었을까.


    “찍하면
    굶어서 죽고

    얼어서 죽고

    그것이 모자라면
    잡아다가 고문을 가해

    때려죽이고
    지져죽이고
    찔러 죽이고
    그마저도 성 차지 않으면
    공개로 대중 앞에 세워놓고
    총으로 쏘아 죽이고
    밧줄로 목매 죽이고
    불로 태워 죽이고
    오, 힘없이 쓰러져 가는
    곧 죽음을 맞이할 민초들이여
    죽기 전 하늘땅을 뒤흔드는
    내 외치는 소리를 들으라
    내 피 타는 소리를 들으라
    그리고 어서 빨리 깨달아
    모두 다 각성하여 일떠서라!”

     
    이 구절에서 “한반도 문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이 보인다.
    한반도 문제란 무엇인가?
    그것은 실험대에 누어있는 [마루타]를 구출하는 일이다.

    백이무는 이 절체절명의 어젠다를 피 토하듯 상기시켜 주고 있다.
    이런 백이무의 시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그것은 우리를 위해서도 울린다.
    우리의 무관심과 한가로움을 위해.
    그로부터 우리가 깨어나기를 위해.

    한반도 평화정착?
    남북 간 교류 협력?

    성현(聖賢) 같은 말씀이다.
    그러나 이런 말들엔 마루타가 보이지 않는다.

    마루타를
    “때려죽이고, 찢어 죽이고, 찔러 죽이고, 쏘아 죽이고, 목매 죽이고, 태워 죽이는”
    학살자들과,
    평화 만들 수 있을지 어디 한 번 실컷 들 해보시길.

    히틀러와 만드는 평화라니,
    천지창조 이래 이런 게 일찍이 있었나?
    그럼 2차 세계대전이 아예 없었게?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는 말이 있다.
    실존철학자들이 한 말이다.
    인간, 세계, 역사는
    지식인들이 탁상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한가로운 이론이나 관념대로 되는 게 아니고,
    구체적인 삶 속에 내던져진 인간들의
    그때그때의 부조리(不條理)한 반응, 선택, 의지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한반도 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살하는 우상 신(神)과,
    학살당하는 마루타들의 격렬한 작용-반작용이 발생시키는
    북한의 격렬한 실존적 국면들에 대해,
    강 건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저,
    자칭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의 알량한 [이론적 처방]이라는 게
    과연 얼마만큼의 적실성(適實性)을 갖는 것일까?
    백이무의 시가 진짜 현실인가,
    자칭 [한반도 전문가]들의 [이론]이 진짜 현실인가? 


  • ▲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에 학살당한 사람들의 유골 ⓒ
    ▲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에 학살당한 사람들의 유골 ⓒ

    캄보디아 톤레 삽 호수 가에서 맞아죽은 원혼들에게 물어보라.
    “왜 폴 포트와 평화 만들지 않고 이렇게 죽었느냐?”고.

    북한 땅 수용소에서 공개처형 당한 원혼들에게도 물어보라.
    “왜 김정일과 평화 만들지 않고 이렇게 죽었느냐?”고.

    그럼 그들의 답변은 뭘까?

    “잘해 보세여”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