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워싱턴=안종현 특파원]
첫 만남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9살이라는 나이 차이.
그리고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 차이.
더 크게는 우리나라에게는 가장 중요한 미국이란 나라의 재선 대통령이 가지는 상징성.
다소 난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첫 만남에서 서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
친밀감을 쌓는 첫 스텝을 성공적으로 치룬 셈이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오전
정상회담과 오찬회담 그리고 공동 기자회견을 거치며 부쩍 가까워진 느낌을 연출했다.
“처음 만나는 정상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깝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눈 것을 목격했다.”
- 윤병세 외교부 장관
처음부터 분위기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첫 대면이란 어색한 느낌은 빼더라도,
정상외교에서 볼 수 있는 서로간의 [기싸움]은 존재했다.
무엇보다 최근 양국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북한 문제를 두고 미국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국내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나아가 만료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한미 원자력 협정 문제, 전시작전 통제권 문제 등
양국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다투는 부분도 많은 상황이었다.
뜻밖에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기 풀어낸 것은,
박 대통령의 위트 있는 친밀감 표시에서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 중 [버락]은 스와일리어로 축복받은(blessed)이라고 알고 있다.
제 이름인 박근혜의 [혜]자도 축복(blessing)이라는 뜻이다.
우리 두 사람이 이름부터가 상당히 공유하는 게 많다.
회담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이 말에 크게 웃으며 표정이 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에 오바마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브이(V) 사인을 그리면서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는 당초 예정됐던 정상회담(30분)과 오찬회담(45분) 시간이 길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예정에도 없던 양 정상 간의 사적인 대화까지 이어진 덕분에,
이후 예정된 공동기자회견이 15분 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오찬회담 전 박 대통령에게 백악관 내 로즈가든 옆 복도를 산책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례적이다.
비가 내리는 백악관에서 두 정상이 통역도 없이,
로즈가든을 따라 만들어진 복도를 10여분간 걸으면서
가족관계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 양국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손을 잡고 감사를 표시하는 모습 ⓒ 뉴데일리
공식석상인 정상·오찬회담에서도 양 정상간의 친밀감이 묻어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대선 압승을 축하한다. 미국 행정부 내에 박 대통령을 칭찬(admire)하는 분이 굉장히 많다”고 덕담을 건넸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한국계 여성인 자신의 보좌관을 대동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박 대통령에게 보좌관을 소개하고 악수하는 진풍경도 이어졌다.
바이든 부통령은 “보좌관이 제 유권자인데 저도 정치인으로서 유권자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조크를 던졌다고 한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박 대통령에게 먼저 다가가 두 손으로 박 대통령의 손을 감싸 안으며 악수를 했다.
기자회견장을 퇴장하면서는 박 대통령의 어깨를 감싸는 듯한 포즈로 [에스코트]하는 모습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도 쉽게 볼 수 없는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