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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간의 동맹관계를 보여주듯 45분 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30분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60주년을 환갑에 빗대어 의미를 부여했고,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언급해 친근함을 보탰다. -
“미국을 첫 방문국으로 선택해 주셔서 매우 영광입니다.
한미 간의 동맹과 국민 간 깊은 우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Madam President, we are greatly honored that you've chosen the United States as your first foreign visit. This of course reflects deep friendship between our peoples and the great alliance between our nations.)- 버락 오바마 美 대통령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한미동맹이 60주년을 맞은 것과 관련해
“한국에서 60세라는 게 생명과 장수를 기념한다는 환갑이라는 특별한 날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 한류에 매료당하고 있다.
아까 박 대통령께도 말했는데, 딸들이 <강남스타일>을 나에게 가르쳐줬다.”오바마 대통령은 또 “오늘 밤 박 대통령이 미국 참전 용사, 한국을 방문한 참전 용사 가족들을 위해 만찬하고 내일은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다. 이는 사실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제공되는 영예”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조우한 양국 정상이 북한 핵문제·원자력 협정 등 무거운 의제를 논의했지만, 60년이라는 동맹기간이 보여주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담이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층 격상시킨 점을 강조하며
양국 정상은 서로를 향해 거듭된 신뢰와 믿음을 보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
이러한 분위기는 잠시 정체되기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발표하는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미국 기자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군 내 여군들에 대한 성희롱에 대한 질문은 던지면서다.“국방부에서 여군 중 35%가 성희롱을 당하고,
또 기록되지 않은 성희롱은 더 많다고 했다.
지금 이런 성희롱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기소되기도 했다.
또 공군 장군들이 성회롱으로 기소된 바도 있다.
미국군의 문화 어떤 것들이 이런 일을 일어나게 한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리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어제 말씀하시기를 북한이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겠다고 했는데 그 말씀에 대해서 설명해달라”고 했다.이와 관련해 한미 정상회담과는 관련성이 떨어지는 질문을,
꼭 이 자리에서 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처음으로 만난 양국 정상이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나란히 단상에 올라 설명하는 자리에서
굳이 양국관계, 더 나아가 국제적 이슈와 동떨어진 국내현안에 대해 물었어야 했냐는 비판이다.특히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다분히 국내적인 질문을 수치까지 제시해가며
상세하고 또 집요하게 던지고,
미국을 방문한 일국의 대통령에게는 이미 방미과정에서 여러차례 답변한 적 있는 질문을
의례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마치 미국 언론의 관심은 양국 정상 간의 첫번째 만남에 있는 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질 기회로 비춰지는 측면도 있다.한국 대통령을 세워두고 오로지 미국 대통령만을 위한 질문을 한데 대해,
외교적 결례에 어긋났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한 외교관계자는 “미국은 우리보다 문화적으로 자유로운 측면이 있지 않느냐. 백악관은 출입기자들과 사전에 어떤 질문을 할지 교감을 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해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그 성과를 직접 기자회견장에서 밝히는 자리에서,
우리 기자가 [남양유업의 대리점 횡포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다면 어땠을까.전후 사정을 알리가 없는 오바마 대통령은 머쓱한 표정으로 답변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두 정상이 서로를 친근하게 느끼도록 공을 들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결례가 아닐 수 없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처음 만나는 정상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깝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눈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 중 [버락]은 스와일리어로 축복받은(blessed)이라고 알고 있다.
제 이름인 박근혜의 [혜]자도 축복(blessing)이라는 뜻이다.
우리 두 사람이 이름부터가 상당히 공유하는 게 많다.- 박근혜 대통령
회담 참석자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이 말에 크게 웃으며 표정이 변했다고 한다.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에 오바마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브이(V) 사인을 그리면서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와 동떨어진 미국 기자의 질문은 그 기자의 국제문제에 대한 식견을 의심케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