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혜교의 마지막 눈물


  •  SBS 수, 목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3일 16회로 마지막 방송을 마쳤다.

    시청자들의 간절한 소원대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가운데, 건강해진 오영(송혜교)과 바리스타가 된 오수(조인성)는 1년이 지난 후에 만나서 서로 키스하며 행복한 결말로 끝났다.

    15회가 오영의 자살시도로 끝나 많은 설레임과 궁금증과 두근거림으로 마지막을 기다리게 했다.

    어디에 있든지 오수의 온 몸의 촉수는 오직 오영을 향해 있다.
    영혼을 가진 사람은 그 집중력이 공간을 초월하여 상대방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오수는 오영에게 뭔가 일어났음을 느끼고, 오영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려간다. 오수 때문에 오영은 위기를 넘긴다.

    오영이 사고를 일으키자 오영이를 아끼는 장 변호사와 오수는 비로소 왕비서(배종옥)의 빈 자리를 느끼게 된다.

     “엄마와 어제 만나서 저녁 먹었어요.”
     “영이한테 다시 오시면 안 되는지 물어 보러 왔어요.”
     “영이를 그렇게 만든 건 나예요. 내가 무슨 염치로…”

    몇 십 년 만에 부모와 만나서 편안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도 오영을 늘 가슴에 품고 있는 왕 비서이다.

    “저 오수입니다. 왕 비서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왕 비서님을 영이 곁에서 떠나 보내는 게 아닌 데 안심하고 맡길 분이 없습니다”
    “오영이를 위한 척 하는 그 가증스런 눈빛 내 앞에서 하지 마.”
    “내가 이 집을 떠날 때 당신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오수의 전화를 받고 만감이 교차하는 왕 비서!
    선은 감추어져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다. 잠깐 하는 일은 더구나 안개처럼 사라져 버린다. 대부분 선을 행하다가 낙심하여 중간에 멈춰 버린다.

    뼈 아픈 인고 속에서 10년 20년의 오랜 세월을 거쳐서 숙성되어야만 비로서 아침에 떠 오르는 태양처럼 환하게 빛을 드러낸다.


  • 주위의 모든 사람들과 세상으로부터 온갖 비난과 의심을 받으며 그 오랜 세월을 어떻게 왕 비서는 견디어냈을까? 오영에 대한 사랑과  남 모르는 그의 아픔이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며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을 것이다.

     수술 하러 가는 날 아침 식탁에 앉은 오영이가 앉는다.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금방 알아 차리네요.”
    “9시 방향에서 3시 방향으로 도라지, 시금치가 있다.”

    이제는 긴장감이 사라진 거리낌 없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 하는 소리가 들린다. 한 동안 못 듣던 목소리다. 오영의 어깨에 부드럽게 얹혀지는 손.

    처음으로 따뜻한 눈물이 오영의 눈에서 흘러내린다. 보는 사람도 같이 울컥 눈물이 나며 감동이 밀려온다. 어깨 위에 얹은 왕 비서 손 위에 마음이 담긴 손을 오영이도 얹는다. 온기가 가득한 두 손이 겹쳐진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다.

    오수와 오영의 애틋한 사랑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이성적인 사랑은 열정의 불꽃에서 타 오르는 사랑이다.  더 할 수 없이 뜨겁게 타 올라 눈부셔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사랑의 뿌리는 약하다.

    왕 비서의 사랑은 인간을 향한 인간애에서 비롯된 사랑이다.
    오랜 시간 고통과 아픔 인내를 거쳐서 땅 속으로 뿌리가 깊이 내리고 사방으로 뻗어 있다. 흔들리지 않는 사랑이다. 이미 많은 세월 속에서 폭풍을 맞으며 뽑히기도 하고 수 없이 흔들리며 자리 잡은 사랑이다.

    처음으로 가슴에서 흐르는 따뜻한 오영의 눈물은 그 동안의 모든 아픔 외로움 고통을 씻어주며 흐른다. 인간에 대한 불신 두려움도 씻기어 내려간다.

    병원에 도착한 수술을 담당한 의사가 말한다.

    “편해 보이네.”
    “네, 편안해요.”

    사는 동안 참 행복했었던 생각이 들고 그런 마음가짐이면 성공 확률 50%이다.

  • 수술하기 전에 왕 비서가 오영에게 말한다.

    “분명히 알아 둘게 있어. 너는 혼자 살 수 없어.
    네가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는 누구도 혼자서 살 수 없어.
    내가 네가 있어서 살았던 것처럼,
    눈이 안 보이는 것 때문에 더 이상 마음 아프지 않길 바래.
    미안 해 많이 미안 해.”


    오영이를 안는 왕 비서.

    “참 서툴다, 안는 것도.
    서툰 방식으로라도 사랑했다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그렇게 외롭지 않았을 텐데.”

    사람이란 오랜 시간 고통의 세월을 돌고 돌아 비로소 행복을 찾고 안식을 누린다.        
    처음은 드라마 보다 5년 만에 복귀한 송혜교와 제대 후 처음으로 무대에 돌아 온 조인성에 대한 설레는 기대로 많은 사람들을 TV앞에 않게 했고 두 배우는 그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었다. 

    드라마 중심에 있었던 깊이 있는 배종옥의 연기와 한 단계 수준 높은 연기를 보여 주었던 김태우, 의리의 사나이 김범의 연기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연출 김규태, 극본 노희경, 촬영감독 김천석, 조명 박환, 미술의 최기호, 음악 최성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