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후보는  킬러 본능을 타고 났다

     


    축구에서 걸출한 골잡이를 두고 킬러(Killer) 본능을 가졌다고 한다.
    박주영 선수에 대해서는 원 샷 원 킬 (One Shot One Kill) 이라는 별명도 있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살려 골을 넣는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는 누구든지 이 킬러 본능을 가졌다. 이 능력이 뛰어난 골잡이가 바로 타고난 스트라이커이다.
    대통령 선거일을 며칠 안 남기고 박근혜 후보의 일련의 행동이 바로 타고난 골잡이를 떠오르게 한다.

    박근혜 후보는 14일 오전 8시 30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전광석화 같은 행동이다.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유세하기도 바쁠 텐데, 후보가 기자회견을 연다면 그만한 무게가 있어야 하고, 파장이 일어야 한다.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후보는 흑색선전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리고 선전포고대로 이날부터 유세장에서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

    서울유세는 신촌로타리 현대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렸다.
    밤 8시가 넘은 시간에 비도 내리고, 꽤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불구하고 우산을 받쳐든 청중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백화점 광장이라 넓지 않은 곳에 모인 청중들은 박후보가 어떤 이야기를 할 지 집중하고 있었다.



    초반에는 지금까지 계속 이야기해오던 민생이야기를 꺼냈다.
    고금리로 돈을 얻어 쓰고 빚 독촉에 시달리는 가계부채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대학생 등록금 인하공약도 등록금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에 쏙쏙 들어갈 그런 이야기들이다.

    “한 번은 어떤 아주머니가 꽃다발을 들고 오셨는데, 함께 온 아이 가슴에 셋째라고 쓰여있었다”는 취지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젊은이들의 해외진출과 취업을 돕기 위해 코이카 코트라 활동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여기까지는 보통 메뉴이다.

    잠시 후 특별 메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박후보가 자신을 둘러싼 흑색선전을 하나씩 거론하기 시작했다.

     -하지도 않은 굿을 했다고 한다
    -신천지와 깊은 관계라는 근거 없는 선전을 해댄다
    -수십년간 들고 다니는 가방을 보고는 아이패드로 커닝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나씩 차분하게 꺼내자, 청중들 사이엔 공감대가 확산되는 것이 느껴졌다.
    박수소리도 많아졌다.
    여성 청중들의 얼굴엔 연민과 울분이 빗줄기와 우산을 뚫고 소리없이 퍼지는 것이 감지됐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때까진 대통령 후보가 무슨 좋은 꺼리를 발표할까?를 기대하던 청중이었다면,
    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부터는 공감대는 동질감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한 청중에서 같은 배를 탄 동지로 변하는 순간이라고 할까.

    다음에 박후보가 꺼내든 것은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이었다.
    박후보는 다시 한번 그 이야기를 꺼냈다.

    -국정원 여직원을 오피스텔에서 2박3일간 감금했다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 달았다고 컴퓨터 내놓으라고 하면서 증거는 제출하지 않는다
    -그들이 정권 잡으면 댓글 단 사람들을 모두 다 이렇게 하지 않겠느냐
    -국정원 여직원이 사는 동호수를 알아내기 위해 주차장까지 따라 들어갔으나 실패했다
    -그러자 심지어 국정원 여직원 차를 일부러 추둘해서 경비원에게 동호수를 알아냈다
    -성폭행범이나 할 행동이 아니냐
    -민주당은 지금 이 순간까지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박후보의 말투는 너무나 차분했다.
    소리를 높이거나, 말을 빠르게 하거나, 의분을 담아서 퍼뜨리면 얼마든지 청중들을 흥분시키고 동요시킬 내용이었다.
    섣부른 감정에 불을 지르기 보다, 이성과 판단력에 호소하는 효과를 줬다.

    이날 유세에서 한 이야기들은 아침에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거의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육성으로 들으니 맛이 아주 다르다.

    박후보는 어느 때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태풍을 헤쳐나갈 총기(聰氣)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까.
    상대방의 흑색선전에 대한 카운터 펀치가 먹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