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타블로(32·본명 이선웅)를 상대로 학력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 일부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4단독 재판부(판사 곽윤경)는 지난 6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타블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인터넷 카페 회원 9명 전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뒤 일부는 집행유예, 일부는 법정 구속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중의 관심을 받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연예인은 어느 정도의 비난 등을 감수해야 하는 속성이 있으나, 이들의 행위는 단순한 의혹 제기를 넘어섰다"며 "계속해서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올린 것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유죄는 인정했으나 대부분이 '초범'인 점을 감안, 3명을 제외한 나머지를 집행유예 판결하는 선처를 베풀었다.
반면 끝까지 법원에 제출된 증거를 믿지 않고 사과 표명도 하지 않은 세 명에 대해선 각각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 '타진요' 속에 섞인 '상진세' 1인당초 이날 피고인석에 자리한 9명 전원은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회원들로 알려졌었다.
심리를 진행하는 재판부가 이들이 속한 카페명을 밝히지 않은 탓에 공판을 취재한 모든 언론은 이들을 타진요 회원들로 간주하고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재판 직후 <뉴데일리>와 만난 한 피고인(A씨)은 "(자신이)타진요 소속이 아닌 상진세 소속"이라고 밝히며 "이들과 함께 기소된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진요 회원이시죠?"
"아니요? 저는 '상진세(상식이 진리인 세상)'인데요."
"재판 중에도 나왔지만 저는 제 지인에게 아이디(ID)를 빌려줬을 뿐입니다. 제가 빌려준 아이디를 갖고 그 사람이 카페를 개설하고 활동한 것이지, 제가 직접 카페를 만들고 학력 의혹 제기에 앞장선 게 아닙니다."
실제로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 A씨에 대한 판결에서 제 3자에게 아이디를 빌려줘 카페 개설을 방조하고 학력 의혹 제기 움직임에 동조한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A씨는 "7년 전 지인의 부탁으로 아이디를 빌려줬을 뿐, 이후에 벌어진 일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밝힌 뒤 "심지어 타블로가 누구인지도 잘 몰랐다"고 억울해했다.
"오래 전 미국에 거주하는 한 지인이 이곳에서는 카페 개설이 힘드니 아이디를 빌려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카페를 여러개 만들고 했겠죠. 그 이후에 일은 나는 잘 몰랐어요. 어느 날 그 친구가 만든 한 카페에 들어가보니 아주 난리가 났더라구요. 그때 타블로란 이름도 처음 본 겁니다. 전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몰랐어요."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진 카페에 들어가 게시글을 읽던 A씨는 "일부 회원들의 의견에 공감을 표한 적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은 방관자에 불과했다"며 "이렇게 기소가 될 줄도 몰랐다"고 항변했다.
"경찰서에 갔더니 제가 카페를 만들고 주동을 한 줄로 알더라구요.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한번 씌인 오해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습니다."
◆ 상진세 만든 아이디 '문어', 그는 누구?A씨는 자신에게 아이디를 빌려가 '상진세'를 만든 사람은 아이디 '문어'라고 밝혔다.
A씨는 "현재 문어는 미국에 거주 중인 시민권자"라면서 "공판 당일 오전에도 카카오톡으로 자신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밝혔다.
"지금에 와서 '문어'는 왜 처벌하지 않느냐고 묻는 게 아닙니다. 형평성 있게 조사를 해야지, 국내에 살고 있다고 조사가 용이한 사람들만 붙잡아다 이렇게 피의자로 만들었어요. '문어' 외에도 '왓비컴즈'도 미국에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엉뚱하게 아이디를 빌려준 사람이 처벌을 받고 있으니…."
A씨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엄연히 법원으로부터 죄가 인정된 '전과자' 신세가 됐다.
"현재 항소 여부를 고민 중입니다. 하지만 재판 받는 게 너무 힘드네요. 기력도 바닥이 났구요. 억울함을 풀고 싶긴 하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 상진세, FBI 수사까지 의뢰한다더니..2009년 등장한 왓비컴즈의 '타진요'에 이어 2010년 7월 20일 개설된 '상진세' 카페는 '타진요'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다 이견차로 갈라져 나온 네티즌이 다수를 이뤘다.
이들은 2010년 9월경 타블로를 상대로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 혐의(또는 사문서 부정행사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고발장을 제출한 고발인 이모씨는 해당 카페에 올린 보도자료를 통해 "누리꾼과 타블로 측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대로는 진실규명이 어렵다고 생각해 결국 고발을 결심하게 됐다”며 “검찰이 현재 타블로 학력위조건에 대해 수사결정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루빨리 수사에 착수해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주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한달 뒤 '상진세'는 학력 의혹을 받고 있는 타블로를 상대로, ▲ 미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 현지 사설 탐정을 고용할 방침을 시사해 논란을 부추겼다.
2010년 10월 4일 상진세 게시판에 올라온 '현지탐정 고용과 FBI 수사 의뢰'라는 글을 살펴보면 투표를 통해 찬성자가 많을 경우, 현지에서 직접 사설 탐정을 고용해 타블로와 가족들의 학력 위조 의혹을 조사하고 FBI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로 이들 투표에서 FBI에 수사 의뢰를 하자는 의견은 8일 현재 95% 이상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상진세'는 '스탠포드대 영문과를 졸업한 타블로의 대학원 동기를 찾는다'는 문구의 광고도 게재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창 맹위를 떨치던 '상진세'는 10월 8일 경찰 조사결과 발표 직후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경찰이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대학 졸업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하자 '상진세'는 곧장 태도를 바꿔 타블로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또 10월 21일에는 카페 메인화면에 공지를 띄우고 "타블로와 그의 가족들에게 사과한다"는 공식사과문을 게재했다. 사실상 '백기'를 내건 셈이다.
"좋든 싫든 공권력이 검증을 하고 발표를 한 이상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타블로와 그의 가족들에게 행해졌던 명예훼손성 발언들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카페를 자진 폐쇄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치유가 되기를 바란다."
"운영자를 비롯한 스태프들은 금일부로 상진세가 행해왔던 일들과 관계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피소된 네티즌들에 대한 선처도 구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인터넷 문화가 한 단계 발전하길 빌어본다."
경찰 발표 후 입장을 선회한 '상진세'는 카페를 비공개로 설정하고 카페명도 'SJS-USA'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 "감히 미국 시민권자를 수사해?"개인의 학력 문제를 '초대형 사회 사건'으로 비화시킨 아이디 '왓비컴즈'와 '문어'는 남의 아이디를 이용해 카페를 개설한 것 외에도 미국 시민권자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미국에 거주하며 대한민국의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 이들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 '버티기 작전'을 고수한 끝에 '기소 중지' 혹은 '불기소' 라는 특혜를 받게 됐다.
당초 인터폴과의 공조 의사까지 밝혔던 검·경찰은 소재 파악이 안된다는 이유로 '왓비컴즈' 김모(59)씨에게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아이디 '문어'는 애당초 수사 대상에서도 제외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왓비컴즈는 지난 1월 자신이 개설판 카페 게시판에 "처음부터 타블로를 목표로 한 게 아니었다"며 "타블로를 낚시 바늘에 끼워놓고 물속에 담가 계속 흔든 결과 스탠퍼드 동창회 460명이 전부 사기꾼이라는 게 확인됐다"는 글을 남겨 건재함을 과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