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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못 믿어?" 타진요,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
가수 타블로(32·본명 이선웅)와 그의 가족을 상대로 학력·경력 의혹을 제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회원들이 지난주 법원으로부터 전원 유죄 판결(항소심)을 받으면서 수년간 대한민국을 들쑤셨던 '타블로 사태'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타블로가 2010년 8월 명예훼손 혐의로 카페 '타진요' 운영자 김모(아이디 왓비컴즈)씨를 비롯 카페(타진요·상진세) 회원 11명을 고소,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촉발된 이번 사건은 경·검찰이 공권력을 투입, 개인의 학력을 검증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보내온 원본 서류를 대검과학수사원이 감정하는 초유의 수사를 진행한 끝에 타블로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 7월 6일 최종 기소된 9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던 재판부는 이중 8명(타진요 회원)이 이의를 제기해 열린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의 논리는 간단 명료했다. 타블로의 학력이 거짓이라는 허위글을 적시·유포해 타블로에게 위해를 가한 피고인들의 죄질이 매우 무겁워 '일벌백계'가 불가피하다는 것.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박관근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아토피 환자' 박모씨(집행유예로 감형)를 제외한 7명 전원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개월의 실형 혹은 집행유예를 각각 선고했다.
"범행동기가 불순하고 방법이 천박하며, 범행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등 죄질이 무겁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악플과 왕따가 활개 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같은 범행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 중 일부가 아직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고, 피해자 측이 가해자에 대한 엄벌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을 들었다.
"일부 피고인들은 ‘감옥에 가더라도 타블로 가족들을 계속 파겠다’는 등 경거망동을 일삼았다."
나아가 이번 사건 여파로 타블로의 아버지가 사망한 점을 거론, "타블로 측이 유·무형적으로 입은 피해가 막심하다"며 악플로 인한 폐해가 상당했음을 거듭 강조했다.
"피해자 가족 중 1명(아버지)이 이들의 범행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사망한 점 등 그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도 감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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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해 정도가 심하고 ▲일부 가해자들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범행의 재발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들이 대부분 '초범'임에도 불구, 무거운 처벌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재판으로 타블로, 혹은 특정인을 상대로 한 '악플'과 '비방'이 근절될지는 미지수다.
익명성을 보장받은 수많은 네티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악성 댓글을 쏟아내고 있는 현실에, 타진요의 후신, '타진요2'가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고, 타블로 사태를 주도했던 인터텟 카페 운영자들(아이디 '왓비컴즈'와 '문어')도 여전히 미국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아이디 'tajinyoma'가 운영 중인 '타진요2'에는 5만여명의 네티즌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1만8천900명이 이곳을 즐겨찾는 이들로 추정된다. 1심과 항소심에서 잇달아 '타진요'가 패소한 결과가 나온 시점에도 이 카페에는 "여전히 타블로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에 가득한 게시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재판에서 이겼다고 과연 타블로의 불안이 사라졌을까요?"
"타진요 카페 차원에서의 고소를 건의합니다."
"강용석!!!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타진요가 없어지는 길은 타블로씨가 제대로 학력인증 하는 길밖에 없다."
"왜 자기졸업을 인증을 못해서..판사 검사 변호사 검찰 증인이 필요한거니???"
"에픽하이 let it rain 이랑 Elsa - T'en va pas가 똑같은 이유가 뭐예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악명 높은 왓비컴즈가 인터넷카페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이하 우원대)'을 개설, 특정인을 상대로 한 '안티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원대' 초기 화면에는 타블로가 출연했던 MBC 무릎팍도사 캡처 사진과 더불어 그의 학력·경력 의혹을 문제삼는 각종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적시된 글들을 보면 사실상 타진요가 되살아난 느낌이다.
다만, '우원대'는 타블로 외에도 안철수 대선후보나 유명 대학교수 등 사회 각계 각층 인사에 대한 전방위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진요2'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안철수 후보가 지난 7월 19일 출간한 저서의 이름이 이 카페명과 흡사하다. 안 후보가 펴낸 책의 제목은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지도>.
이 카페 대문글에는 다음과 같은 슬로건이 게재돼 있다.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 MBC 스페셜 같은 방송 조작이 없는 나라!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 외국인보다 자국민을 보호하는 나라!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 병역기피, 표절, 허위학력이 없는 나라!
실제로 왓비컴즈는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당시 "우리 카페는 박원순을 반대한다"는 글을 '우원대'에 게재하며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의 낙선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타블로-타진요 사건의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는 선고 말미에 "누구나 한번쯤 실수를 하지만 이것을 거름삼아 지혜로운 이들이 되길 바란다. 이번 판결이 전환점이 돼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개과천선하라"는 당부의 말을 피고인들에게 남겼다. 이같은 훈계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앞서는 형국이다.
다음은 지난 7월 6일, '1심 재판부'가 밝힌 타블로의 '학력 검증' 결과와 타진요 회원들의 위법 행위(판결 전문)
공소된 내역에 대해 피고인들은 '사실을 적시한 게 아니다. 그냥 의견을 쓴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반론을 폈다.
그러나 간접적이나 우회적으로 기술했다고 해도 사실에 대한 존재를 암시하고 이를 유포할 경우 특정인의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피고인들이 작성한 글의 문구나 맥락을 보면 위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고의적으로 타블로를 비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피해자가 사회적·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학력이 위조됐다는 다수의 글을 단순한 의견 제시로 간주하기 힘들다.
그동안 재판에서 고소인 타블로의 졸업여부가 쟁점 사안이었는데 서울서초경찰서의 조사 결과와 스탠퍼드대학 측이 보내온 졸업증명서·입학증명서 등을 검토한 결과 모두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SAT, NSC, ETS, 주한캐나다대사관 등 각종 기관 "타블로 이력 인정"
서울국제학교에서 제출한 서류와 실제 타블로의 생년월일 기록도 확인했다. SAT(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사람의 정보와 타블로 정보도 일치했다.
타블로가 대학 재학 시절 수강한 과목 일부가 스탠퍼드대학에 개설돼 있는 정규 과목과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 대학 측에 문의해 봤다.
그 결과 교수들의 재량으로 추가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 따라서 정규 과목과 실제 수강과목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학교 수강편람에 기재된 과목명(중세 문학의 발명 1330-1400)과 성적표상 수강 과목(중세 문학의 발명 1300-1400)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쇄상 오류'였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서류 처리 과정에서 '오타'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정 학기 내에 이를 수정하지 않을 경우, 학적 기록에는 '오류'가 난 그대로 보관한다는 게 대학 측의 입장이다.
타블로가 똑같은 과목을 여러분 수강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English 190>이란 과목은 원래 3번 반복 수강해야 하는 과목'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스탠퍼드대가 보내온 졸업증명서 원본과 서초경찰서 측이 확보한 졸업증명서를 대검과학수사원 담당관이 조사한 결과, 두 개의 문서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 확인한 결과 이선웅은 1988년 8월 캐나다로 이민을 가 1992년에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했고 2002년 한국 국적 상실 신고를 했다. 이선웅이라는 한국 이름과 여권 번호도 확인했다.
◆방학 기간 이용해 국내서 '학원 강사' 활동
타블로가 대학 재학 기간 중 국내 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한 전력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1998년 9월 스탠포드대학에 입학한 타블로는 방학 중 10~53일 씩 여러차례 국내에 체류해 왔는데 그 기간 동안 학원 강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출입국 관리소 등에 문의한 결과 타블로의 출입국 기록과 스탠퍼드 학기 기간은 일치했다. 학사 일정보다 3일 늦게 출국하고 5일 늦게 입국한 경우는 강의가 시작하는 날짜와 학기가 시작하는 날짜가 달라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확인 결과 타블로는 1994년 8월 22일 서울국제학교에 입학해 1998년 5월 30일 졸업했고 1998년 9월 19일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입학, 2001년 3월 23일까지 스탠포드대학 학부를 마쳤다. 이후 2001년 4월 2일 스탠포드대 석사과정에 입학해 2002년 3월 24일 석사과정을 이수했고 6월 16일에 졸업했다. 이는 미국학위검증서비스(NSC)에서도 타블로의 학·석사 이수가 맞다고 인정한 부분이다.
또 미국교육평가원(ETS)도 이선웅이라는 사람이 97년도에 SAT(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게 맞다고 밝혀왔다.
◆동문들, 교내 잡지도 타블로 재학 사실 거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타블로와 함께 학교를 다녔다는 다수 동문들의 증언도 있다. '스탠포드 데일리'라는 교내 잡지에도 학력 의혹 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졸업생인 가수 타블로에 대한 소개 기사가 나왔었다.
대학 측으로부터 타블로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스탠퍼드에서 운영하는 AP(대학과목 선행 이수) 과목을 수강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피고인들은 하나같이 모두 비방 목적이 아니었다고 한다. 어떤 피고인은 특정인을 겨냥한 게 아닌, 부자나 기득권자들을 위한 비판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들은 게시글을 올리기 전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의혹에 대한 글을 올릴 때 다분히 고의성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따라서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누구나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 또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연예인은 어느 정도의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단순한 의혹 제기를 넘어서 타블로 가족 모두를 비방하고 계속해서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게재했다.
한번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고, 삭제하지 않는 한 사실상 '영구적인' 인터넷 게시판에 집단적으로 학력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올렸다.
◆학위 인정하는 모든 증거 공개..이래도 못 믿겠다?
이로 인해 연예인 타블로에게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연예 활동을 위축시켰다. 심각한 경제적 타격도 입혔다.
공적, 사적인 많은 자료들이 증거로서 제출됐고 타블로의 학력을 입증하고 있다. 학력을 증명하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자료는 공개됐다. 그런데도 일부 피고인들은 여전히 해당 자료가 허위라며 믿으려 하지 않는다.
어떤 증거를 대도 믿지 못하겠다는 건, 결국엔 '내가 나인 것도 입증하기 힘들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학력을 입증하기 위해)하나를 제출하면 또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고, 나중엔 모두 믿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악의적인 표현으로 타블로의 가족들 명예까지 훼손했다. 이는 죄질이 아주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일부 피고인들은 여전히 법원에 제출된 증거 자료조차 '학력 브로커에 의한 조작이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작성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일부 피고인은 아직까지 사과 표명도 안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