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경제연구원 “6월까지 가뭄 계속되면 심각한 식량난”가뭄 집중피해 일어난 곳 연평도 도발했던 4군단 주둔지 일대
  • 최근 한반도의 가뭄이 심상치 않다. 일부 지역에서는 ‘104년 만에 찾아온 가뭄’이라고 말한다. 농․어촌은 물론 도심에서도 가뭄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들려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北매체, 외신, 연구기관 “北 가뭄 때문에 심각한 식량난 우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월 26일 “서쪽 지방이 50년 만의 가뭄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4월 27일 이후 강우량이 평양 2mm, 해주 5mm, 신의주 1mm에 그쳤다고 밝혔다.

    식량지원단체나 외신들도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독일의 비정부 원조단체인 벨트훙거힐페도 외신들에게 북한의 가뭄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난 6월 22일 전했다.

    벨트훙거힐페(세계기아구조) 책임자로 1주일 동안 북한을 다녀온 볼프강 야만 씨는 북한 남쪽 2개도에서 아이들이 병이나 양동이에 물을 담아 농작물을 물을 주는 것을 봤고, 지난 60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18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 가뭄 상황보고서’에서 북한의 곡창지대 밭 경작지의 90%가 가뭄피해를 입었고, 북한의 주식인 옥수수도 흉작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 조선중앙통신의 북한 가뭄 보도 자료화면. 최근 북한의 가뭄은 5~60년 만에 온 것이라고 한다.
    ▲ 조선중앙통신의 북한 가뭄 보도 자료화면. 최근 북한의 가뭄은 5~60년 만에 온 것이라고 한다.

    북한 내부를 비교적 잘 아는 中관영 CCTV도 북한의 가뭄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中CCTV는 특히 “황해북도 내 황주ㆍ서흥ㆍ연탄ㆍ수안군, 송림시의 가뭄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라며 가뭄으로 말라죽은 농작물, 갈라진 논바닥, 마른 저수지 등 북한의 가뭄 피해 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 전문연구기관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0일 ‘북한의 가뭄 실태와 식량수급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지난 4월 말부터 최근까지 북한 대부분 지역에서 가뭄 현상이 나타나 7~8월에 곡물가격이 폭등하고, 나중에는 아사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특히 곡창지대인 서해안 지역에서는 4월 말부터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강수량이 예년의 1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북한이 수확할 보리와 밀은 20% 가량, 감자는 10% 가량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6월 말 수확하는 감자, 밀, 보리를 모두 합치면 5~10만톤 가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가뭄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이 없으면 7∼8월에는 곡물 가격이 폭등하고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뭄 심해지자 북한군, 주민 수탈…中 사상 최대 무상원조

    이 같은 가뭄은 곧바로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말이다. 식량이 부족해진 북한군이 주민들을 수탈하기 때문이다.

    실제 '평양것들'이 가장 신뢰한다는 인민군 4군단이 있는 황해도 농장들에서는 식량은 물론 파종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북한군이 곡물을 빼앗아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일부 북한 소식통들은 군량미 확보를 명목으로 들이닥친 군수장교(후방군관)들이 농장마다 돌면서 파종에 쓸 곡식까지 모두 빼앗아갔다고 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황해도 일부 지역에서는 수천 명이 굶어죽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북한 가뭄이 심해지자 중국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지난 6월 19일 “중국이 지난 5월 초부터 북한에 옥수수 30만 톤, 입쌀(알곡) 20만 톤, 화학비료 40만 톤, 휘발유 30만 배럴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한 북한 양강도 소식통의 말이다.

    “중국이 없었더라면 북한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장마당에서 파는 것부터 군대, 돌격대, 보위부, 보안부가 먹는 모든 쌀은 중국에서 넘어온 것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5월 초부터 입쌀에서 강냉이까지 전부 중국산만 먹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지원받은 곡물 중) 당국이 주민들에게 하루 배급하는 쌀은 총 1만 톤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50만 톤 이상의 중국 쌀을 지원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함경도의 소식통은 중국이 사상 최대의 무상원조를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북한에게 사상 최대의 무상원조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최근 식량난으로 북한 체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실제 식량난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북한의 가뭄이 다른 식으로 동아시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가뭄 최대 피해지에 ‘4군단’ 주둔

    국제기구, 연구기관, 외신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가뭄의 최대 피해지역은 황해도 남부. 이곳은 2010년 11월 연평도에 포격도발을 자행한 북한군 4군단이 주둔한 지역이다.

  • ▲ 상업용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북한 4군단 지휘소 일대의 모습. 북한군 4군단은 예하에 6개 사단을 거느린 거대조직이다.
    ▲ 상업용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북한 4군단 지휘소 일대의 모습. 북한군 4군단은 예하에 6개 사단을 거느린 거대조직이다.

    4군단의 위장명칭은 212군부대. 우리나라의 NLL과 서북도서를 겨냥한 장사정포와 방사포가 해안가에 대량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공기부양정 기지도 다수 있다. 군단 사령부는 황해남도 해주시 수양산 인근, 예비 지휘소는 황해남도 옹진군 국사봉 지하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단 직속으로 직할 기갑여단과 제77방사포 여단, 제88방사포 여단, 도하 공병연대, 지대지 미사일 연대 등을 갖추고 있고, 예하에 제28보병사단, 제33보병사단, 제41보병사단, 제26보병사단, 제34보병여단을 거느리고 있는 ‘대군단’이다. 이들이 우리 수도권을 겨낭해 놓고 있는 포만 1,700여 문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도 제77방사포 여단과 제88방사포 여단은 서북도서와 인천 옹진군 등을 조준하고 있으며, 제26보병여단은 인천 강화도 바로 앞인 황해도 배천군 지역에 배치돼 한강 하구 지역을 노리고 있다.

    '평양것들'은 이 ‘4군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남 무력도발의 최선봉이기도 하거니와 김정일이 가장 챙기던 부대였다. 한 때는 김정은이 4군단에서 대위로 위장해 ‘포격술’을 배웠으며, 그 때 김격식 상장이 직접 지도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 ▲ 4군단 전방지역을 시찰 중인 김정은. 김정일은 김정은을 4군단으로 보내 '포격술 교육'을 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 4군단 전방지역을 시찰 중인 김정은. 김정일은 김정은을 4군단으로 보내 '포격술 교육'을 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최우선적으로 배급을 받던 4군단에도 식량난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군부대가 바로 이 4군단이다.

    김정은과 김경희․장성택 부부, 최룡해의 오판 가능성은?

    북한 가뭄이 심각해지자 대북 소식통들은 '평양것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한다.

    북한은 현재 김정은이 ‘국가원수’인 것처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김경희와 장성택 부부가 실권자이며, 김정일이 일정 권한을 ‘유훈’으로 위임한 최룡해가 한 축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룡해는 군부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룡해와 장성택․김경희 부부 간에는 일종의 ‘긴장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여기서 최근 주목할만한 일이 있다. 최룡해가 최근 현장지도의 낮은 단계라는 ‘현지료해(現地了解)’를 실시했다는 점이다. 최룡해 입장에서는 자신의 권력기반인 군부를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한편 장성택은 최근 인민보안성 산하에 있다 폐지됐던 ‘내무군’을 부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내무군’은 과거 소련의 내무성 소속 군대나 중국 공산당의 ‘무경(武警)’처럼 평시에는 경찰 역할을 하고 전시에는 군인이 되는 조직이다. 이들은 북한 주민들의 지근거리에서 감시와 폭력을 행사하고 식량을 수탈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 ▲ 북한 내무군의 훈련장면으로 알려진 장면. 내무군은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내무군은 얼룩무늬 군복을 입는다고 알려져 있다..
    ▲ 북한 내무군의 훈련장면으로 알려진 장면. 내무군은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내무군은 얼룩무늬 군복을 입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북한 권력의 특성상 자신의 조직을 챙기기 위해 각종 자원을 놓고 쟁탈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만약 북한 가뭄이 문제가 된다면 서로 치열한 권력투쟁이 일어날 수 있다. 권력투쟁이 가열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만약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김정은이 나설 경우에는 그 불씨가 우리나라를 향할 수도 있다. 2010년 11월 연평도 도발로 ‘쓸데없는 자신감’을 얻은 김정은 입장에서는 ‘내부 불만’을 해소한답시고 총부리를 우리나라로 돌릴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다 2013년이 ‘전승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므로 ‘수상한 짓’을 꾀할 수도 있다.

    이런 ‘주장’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에 인도적 식량지원을 해서 갈등을 해소시키자”는 식의 주장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1차적 요소가 바로 중국 공산당 정부다. 지난 5월부터 긴급 대북원조를 하는 중국 공산당 정부 입장에서 북한 내에서의 소요 또는 갈등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더욱 강화시켜, 자신들의 동아시아 전략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북한 가뭄의 겉모습만 보고선 과거와 같은 ‘퍼주기식 대북지원’론에 휩쓸리면 안 된다는 말이다. 오히려 중국 공산당 정부를 ‘지렛대’로 활용해 북한을 조종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라는 결론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