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징역형 선고로 상고심 전망 어두워져남은 건 혁신학교 뿐, 관련 정책 속도 낼 것
  • ▲ 17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 17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법정구속은 면했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다.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교육감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됐다.

    17일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참사는 면했지만 마음이 편치 많은 않다.

    당장 대법원 상고심 전망이 어둡다. 1심에서 법조계의 예상을 깬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으며 교육감직에 복귀할 때만 해도 곽 교육감 주변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항소심 선고를 일주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결과를 낙관한다던 곽 교육감이었지만 이젠 사정이 변했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대가성’에 방점을 찍었다. 비록 곽 교육감이 실무진의 금품제공 합의를 사전에 몰랐고,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에게 건넨 2억원에 상대방의 궁핍한 사정을 돕기 위한 선의가 담겨 있다 해도 ‘후보 포기의 대가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항소심은 대가성이 인정되는 이상 후보매수는 “유권자의 선거권을 침해한 중대 범죄”로 보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형 선고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원심의 선고형량이 가볍다며 검찰의 ‘양형부당’ 항변을 받아들였다.

    대가성을 인정하면서도 사전에 합의사실을 곽 교육감이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인 것.

    예상 밖의 결과에 곽 교육감은 “기계적으로 양형 균형을 맞춘 낮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상고의사를 분명히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결의도 나타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로 남은 재판 전망이 어두워진 건 사실이다. 확정판결 결과에 따른 교육감직 상실은 물론 그로 인한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우군인 좌파진영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부담도 떠안게 생겼다.

    상고심 판결이 1심 혹은 2심과 같다면 선관위로부터 받은 35억2천만원의 선거자금을 그대로 반환해야 한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여기에 지금까지 쌓아올린 진보교육감으로서의 명예와 도덕적 권위의 상실은 어떤 것보다 뼈아픈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곽 교육감에게 남은 건 혁신학교뿐인지도 모른다.

    심혈을 기울인 학생인권조례는 ‘교육감의 학칙인가권 폐지’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과 교과부의 행정명령 틈바구니 속에서 그 힘을 상당부분 잃었다.

    혁신학교는 이른바 진보교육감을 상징하는 핵심 아이콘과 같은 존재다. 무상급식이 무상 보육에 묻히고 학생인권조례의 빛이 바랜 상황에서 혁신하교는 곽 교육감에게 ‘존재의 의미’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곽 교육감은 혁신학교 정책에 더 많은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혁신학교와 관련된 정책의 추진속도 역시 지금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곽 교육감은 지난달부터 잇달아 서울시내 혁신학교를 순례하면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혁신학교를 둘러본 소감을 빠짐없이 남기는 모습에서 그가 혁신학교에 대해 갖고 있는 집착을 느낄 수 있다.

    한편 1심 판결을 뒤엎는 항소심 판결로 곽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는 교육·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거세질 전망이다.

    곽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로 인한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의 혼란도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