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9대총선 세종시에서 출마한 민주통합당 이해찬후보가 11일 오후 당선이 확실시되자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19대 총선에서 처음 등장한 세종시 국회의원에 민주통합당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당선됐다.
이 전 총리의 국회 입성은 민주통합당을 뒤에서 쥐락펴락하는 친노세력의 수렴청정 군주가 전면으로 부상했다는 의미 외에도 '박근혜의 세종시'를 '이해찬의 세종시'로 바꿨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4.11 총선 결과 이 전 총리는 44.8%를 얻어 2위 자유선진당 심대평 후보(35.9%)를 예상보다 많은 표차로 눌렀다. 새누리당 신진 후보는 13.9%를 얻었다.
이 후보는 이날 당선 소감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세종시를 기획하고 추진한 저에게 세종시 완성의 소임까지 맡겨 주신 것으로 받아들인다. 무거운 마음으로 국민들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고배를 마신 충청권의 맹주 자유선진당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선대위원장에게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마지막까지 심 후보가 부르짖은 보수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상징적 의미가 강한 세종시에 민주통합당이 깃발을 꽂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보수 단일화를 끝끝내 외면한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의 책임론까지 들이밀 태세다.
심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전국에서 연대를 하는 와중에도 새누리당은 보수 연대의 열망을 저버렸다"고 말했다.
◆ 박근혜, 세종시 버린 건가?
실제로 박 선대위원장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4년간 '세종시'라는 단어에 '박근혜'가 연관 검색어로 연계됐지만, 이제는 '이해찬'이란 단어가 우선 순위로 나오는 결과가 만들어 졌다.
박근혜 위원장은 강원 충청권 선거 지원에 총력을 쏟을 때도 세종시 방문 일정은 뺐다.
지난 8일 충청 지역을 찾아 "세종시와 충청발전을 위한 약속을 확실하게 지켜내겠다"면서도 끝내 세종시는 방문하지 않았다.
천안을 출발, 곧장 공주를 거쳐 대전으로 이동하는 경로 한 가운데 세종시(연기군)가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유세차를 세우지 않았다.
이 같은 박 선대위원장의 의도(?)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뒤늦게 이해찬이라는 필사의 카드를 내민 민주통합당의 전략에 밀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과의 대결 구도로 예상했지만, 이해찬 전 총리의 등장으로 국면이 급박하게 바뀐 이후 사실상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면 군소정당으로 축소돼 가는 자유선진당의 소멸을 부추겨 새누리당이 독자적인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의도가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충청에서 새누리당은 자유선진당 의석을 상당수 흡수하며 1당이 됐다.
비록 세종시 전투는 졌지만,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장악이라는 전쟁에서는 승리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자칫 보수연대에 휘둘리다가는 이번과 같은 결과를 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인물은 박근혜’라는 인식을 주요 콘셉트로 잡은 것이 주효했다”고 했다.
◆ 보수연대 불씨 꺼지나?
이번 자유선진당의 몰락으로 보수 정당의 연대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당장은 새누리당의 입지가 높아졌지만, 이 분위기가 연말 대선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명실공히 대권 후보 1위의 독주를 이어갈 박 선대위원장이 혼자 헤쳐나가기에는 남은 시간이 길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제2 보수정당의 지원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자유선진당이 지난 2004년 총선에서 4석에 그쳐 한나라당에 흡수된 자민련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5석에서 3석으로 줄어버린 자유선진당이 보수정당의 '힘 보태기'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특히 올 12월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려던 이회창 전 대표의 입김이 급격히 추락하는 것은 박 선대위원장 입장에서도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라는 이야기도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