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부대 '전투 구호' 보도에 北 인민군 최고사령부 '펄펄'
  •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2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명박 역적패당은 또다시 천추에 용납못할 대역죄를 꺼리낌 없이 저지르고 있다"고 맹비난해 주목된다.

    최고사령부는 "최근 인천시에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의 내무반에서 벽과 문에 '백두산 절세 위인들'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그 아래 위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글까지 버젓이 써붙이는 천하무도한 망탕짓을 벌려놓고 있다"면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최고존엄을 모독중상하거나 훼손하려고 달려든다면 가차없이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南 포토뉴스 보고 발끈.."이건 도발이야!"

    북한의 이같은 반발은 지난달 28일 헤럴드경제가 보도한 <때려잡자! 김정일>이라는 제하의 포토뉴스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헤럴드경제는 "북한이 한ㆍ미 연합 키리졸브훈련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7일 인천의 한 군부대 내무반 문에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비난하는 구호가 나붙어 눈길을 끌고 있다"며 김정일-김정은 부자 초상화 아래, <때려잡자! 김정일> <쳐!! 죽이자! 김정은>이라고 쓰여진 '대대 대북관 구호' 사진을 게재했다.

  • 사실 북한이 우리 군의 '전투 구호'를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29일 정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최근 '백골부대'를 비롯한 전방부대에서 우리 군대와 체제, 존엄을 중상모독하는 구호를 내걸고 반공화국 적대감을 고취하고 있다"며 "극단의 도발을 걸어온 조건에서 도발에는 단호한 징벌로, 전쟁에는 무자비한 보복성전으로 대답해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민군 최고사령부도 정부 대변인 성명에 발맞춰 "역적패당의 무분별한 처사를 우리에 대한 새로운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해당한 군사적 보복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이 취하는 군사적 보복조치는 역적패당이 우리의 체제와 군대를 헐뜯는 행위들을 없애버리고 민족 앞에 사죄할 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단행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같은 북한 군부의 분노를 야기한 '단초' 역시 남한 언론에서 제공했다는 점이다.

    '60년대로 회귀한' 철원부대?

    한겨레는 지난해 6월 27일자 <"북괴에 총칼을"…전방지역 '냉전깃발' 요란>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일부 부대에서 장병 정신교육을 이유로 냉전시대에나 볼 수 있던 호전적이고 자극적인 구호와 표어를 내걸면서 일부 전방지역의 분위기도 1960~70년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강원도 철원의 백골부대(3사단)다. 이 부대는 도로 곳곳에 있는 부대 안내 간판마다 ‘북괴군의 가슴팍에 총칼을 박자!’는 글귀를 새겼고, 부대 담벼락 바깥쪽에 김일성 3부자를 부관참시(숨진 사람을 묘에서 꺼내 참수하는 형벌), 능지처참(사지와 머리를 잘라내어 죽이는 형벌)하자는 등의 구호를 써넣었다. 대전차 방호벽(유사시 벽의 밑부분에 폭약을 폭발시켜 전차의 진행을 막는 장애물)에는 북한을 멸망시키자는 뜻의 ‘멸북’이란 글귀를 새겨놓았다."

    한겨레는 천안함·연평도 사태 이후 군부대 간판과 담벼락 등에 '자극적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며 사실상 민간인들을 상대로 원색적인 증오를 조장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서울에서 철원으로 출퇴근한다는 한 시민과 이양수 철원군 의원의 발언을 인용, "짖는 개는 잘 물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와신상담을 하려면 상대방 모르게 조용히 실력을 길러야지, 북한이나 하는 이런 유치한 짓을 왜 따라 하는지 모르겠다" "천안함·연평도 사태로 가뜩이나 장병 가족들의 불안이 큰데, 면회를 왔다가 이런 구호들을 보고 걱정을 더욱 키워서 간다"고 지적하며, 이같은 전투 구호가 되레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음을 은연 중 강조했다.

  • 한겨레에 이같은 보도가 실린지 이틀 만에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강도 높은 '대남 비난 성명'을 토해내며 국내 군 부대의 '몰지각한(?)' 선동 구호를 나무랐다. 결과적으로 국내 언론이 북 측에서 트집잡기에 딱 좋은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

    그러나 우리 군 부대의 훈련 구호를 문제삼고 있는 북한이 사실 더욱 호전적이고 원색적인 '대남비방'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이 북한은 군 부대 차원을 넘어선 '사회 전반'에서 남한을 비방하는 호전적 구호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같은 '이중적 태도'에 대해 천안함 연평도 피격 사건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의 책임을 남한 측에 떠넘겨, 원칙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나아가 남한 정부와 계속해서 각을 세움으로써 '강성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다가올 국내 선거를 통해 북한의 대남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복안이 담긴 것으로 정보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매체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 '역도' '인간추물' '패륜패덕한' 등으로 비난한 횟수는 최근 한달간 300여회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