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신문 다 읽고 게시판, 방명록까지 확인텐트 주위에 꽃다발, 응원메시지 가득해..."너무나도 감사하다"
  •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지난 21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박 의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은 탈북자들을 색출해 체포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만큼 스스로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는 보여주기 위한 단식, 정치적인 단식은 하지 않겠다면서 죽기를 각오하고 끝까지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막아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숨 건 사투를 뉴데일리가 밀착 취재했다. <편집자주>

    #1. 29일 오전 8시30분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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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단식을 시작한지 9일째 되는 날이다.

    박 의원의 텐트 문은 열려있었지만 바람을 막기 위해 쳐놓은 비닐은 그대로였다. 인사를 할까 망설이다가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날씨는 다행스럽게도 전날보다 제법 따뜻해졌다. 날씨만큼이나 이곳 분위기도 따뜻해졌다.

    박 의원 텐트 앞에 많은 꽃다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박 의원이 이곳에 있는 것을 알게 된 많은 시민들이 응원 차원에서 보낸 꽃다발들이었다. 기자가 두고 간 꽃다발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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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의원을 응원하는 다양한 메시지가 텐트 주변에 걸려 있는 것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다시 만날 그날까지 꼭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 국민들과 세계 시민들이 함께 응원합니다', '작은 시작이지만 위대한 변화를 이끌 것입니다', '탈북자들 모두 희망을 잃지 마세요' 등 하나같이 박 의원을 격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것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박 의원을 아끼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탈북자들을 걱정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지 궁금해졌다.

    #2. 29일 오전 9시30분

    "고맙습니다."

  • 박 의원이 텐트 입구에 쳐놓은 비닐을 걷어냈다.

    박 의원은 "또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잘 들리지도 않을만큼 힘이 없었다. 더욱 앙상해진 그의 모습에 인사하는 것마저도 괜히 미안해졌다.

    이날도 분명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질문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텐트 안은 1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한쪽에는 책상이 있고 그 위에 조그마한 십자가와 성모상 등이 있다. 박 의원은 “성경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고 했다. 소금통과 물병도 있다. 그가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것들이다.

  • 항상 그렇듯이 이날도 박 의원은 신문을 읽었다. 그는 거의 모든 신문을 다 챙겨봤다. 보좌관들이 출력해 온 인터넷 신문들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탈북자 문제와 관련된 기사를 주의깊게 읽었다.

    또한 공식사이트 게시판과 미니홈피 방명록에 적힌 지지자들의 응원 글들도 살펴봤다. 편지와 이메일도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했다. 심지어 후원금을 받는 통장까지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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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화도 자주왔다. 그를 걱정해주고 격려해주는 전화들이었다.

    상대방이 목소리가 너무 안들린다고 했는지 그는 목소리가 새어나갈까봐 손으로 입을 가렸다. 통화가 끝나고 물도 한모금씩 마셨다.

    그는 “4년 내내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외로웠었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힘내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했다.

    #3. 29일 오전 10시

    화장실에 가려고 박 의원이 일어섰다.

  • 박 의원은 일어서기도 힘들어 보였다. 걸을 때마다 휘청이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마음이 쓰라렸다. 그의 손을 잡고 일으키려고 했는데 너무나도 가벼웠다.

    박 의원의 한 보좌관에게 "이제 그만 단식하고 병원에 한 번 가보셔야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보좌관은 "워낙 의지가 강하셔서 그러기가 쉽진 않다. 가까운 곳에 119가 있고 종종 의대 교수님들이나 의사 분들이 오셔서 건강에 대해 이야기해주셔서 다행이다"라고 답했다.

    혹시 이러다 박 의원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3. 29일 오전 10시30분

    이회창 전 대표와 심대평 대표가 나란히 박 의원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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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흥주, 황인자, 권선택 최고위원과 김낙성 원내대표, 이명수 정책위의장 등 50여명의 선진당 관계자들도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자유선진당은 박 의원 텐트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문화제'를 개최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탈북자의 강제북송을 중단하고 난민지위협약을 준수할 것을 중국 정부 측에 촉구했다.

    이회창 전 대표는 "탈북자 강제 송환과 관련해 타 보수정당들은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대평 대표는 "박선영 의원의 단식이 탈북자 인권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 내 탈북자의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 당 차원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 선진당 관계자는 "박선영 의원이 애쓰고 계신데 우리가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의문은 국제기구에도 전달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대열에 합류했다가 서 있기가 힘든지 결국 의자에 앉는다.

    하지만 의지는 여전히 확고해 보였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구호를 따라 외쳤다.

    "중국 정부는 강제북송을 중단하라! 중국 정부는 난민지위협약을 준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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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9일 오전 11시10분

    문화제가 끝났지만 이회창 전 대표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 박 의원은 “이회창 전 대표께서 오늘 하루 단식하시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거의 매일 박 의원을 찾았다. 박 의원은 "문자와 전화도 자주해주신다. 정말 걱정을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을 찾는 사람들은 전날보다 더 많아졌다. 박 의원의 소식이 퍼지자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말 한마디 하기도 힘들어 보였지만 찾아온 시민들에 박 의원은 항상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찾아온 모든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였다. 누구의 질문에도 항상 성의있게 답했다. 이 전 대표가 "그렇게 말을 많이 해도 되느냐. 좀 쉬면서 하라"며 박 의원을 걱정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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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의원은 찾아온 사람들의 두 손을 항상 꼭 붙잡았다. 함께 기도를 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박 의원을 찾아와 “의원님 소식을 전해듣고 꼭 뵙고 싶어 이렇게 나왔다. 힘내시라고 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또다른 여성은 “왜 우리 국민들은 이런 중요한 문제에 관심이 없느냐”며 안타까워했다.

    한 여성은 박 의원을 끌어안고 “의원님 어떻게 이렇게 달라지셨습니까”라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박 의원은 “괜찮아요. 울지마세요”라고 답했다.

    막무가내로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변에서 이를 저지하려 했지만 박 의원은 그러지말고 놔두라는 눈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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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의원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신다. 정치인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가냘픈 목소리를 듣던 중 기자가 “더 이상 단식을 하시다간 몸에 이상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쓰러지시기 전에 단식을 그만두셨으면 한다”고 걱정스런 마음을 전했다.

    박 의원은 “중국 정부가 근본적으로 변하기 전까지 단식을 그만둘 수 없다”며 처음 단식에 돌입할 때와 똑같은 답변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미소를 짓는다. “지나가던 한 분은 날씨가 추운데 괜찮냐며 두터운 잠바를 하나 주셨다.” 박 의원은 마치 어린 소녀처럼 자랑하듯 다리에 덮고 있던 잠바를 기자에게 보여준다.

    그런 박 의원을 잠시동안 말 없이 지켜봤다. 그의 강한 의지를 가슴 속 깊이 담아두고 싶었다.

    #4. 29일 오후 4시 30분

    "박선영 의원님, 정말 고생이 많습니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왔다.

    그는 박 의원과 이회창 전 대표와 대화를 나눴다. 탈북자들과도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김 지사는 "유럽 방문 내내 박 의원의 단식 소식에 걱정을 많이 했다. 급한 일정을 소화한 이후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우리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회 역시 여야 모두 총선에만 신경 쓰느라 국회의 본분을 잊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에 대해서도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력과 국가적 위상에 걸맞게 북한 인권문제, 특히 탈북자 문제에 대해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 29일 오후 8시

    "대통령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격려해줬다고 전했다.

    취재를 마치고 박 의원의 텐트를 떠난 후였다.

    이 대통령은 10분여간 통화하며 “모두가 할 일을 혼자 하고 있어 미안하고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박 의원이 전했다. “9일이나 됐는데 몸을 추슬러야 하지 않겠느냐. 중국이 (탈북자 신병처리와 관련해) 국제규범을 준수하도록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고 했다.

    #6. 취재를 마치고

    날이 갈수록 핼쑥해지는 그의 앞에 서면 점점 작아진다. '그런 내 모습이 초라하다'는 생각도 든다.

    기자는 이날도 그렇게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