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안했어도 관심을 가져줬어야 하는데"... 함께하는 단체 줄이어시민단체, 후진타오 주석에 호소문 보내... 'save my friend' 구호 외쳐
  •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지난 21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박 의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은 탈북자들을 색출해 체포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만큼 스스로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는 보여주기 위한 단식, 정치적인 단식은 하지 않겠다면서 죽기를 각오하고 끝까지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막아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숨 건 사투를 뉴데일리가 밀착 취재했다. <편집자주>

  • ▲ 23일 오전 9시 30,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며 신문을 보고 있다. ⓒ 뉴데일리
    ▲ 23일 오전 9시 30,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며 신문을 보고 있다. ⓒ 뉴데일리

    #1. 23일 오전 9시30분

    오늘로 벌써 사흘째다.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수척해진 박선영 의원의 얼굴을 보니 이내 마음이 답답하다. 목소리도 가늘어졌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그의 밝은 표정. 기자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그의 표정엔 생기가 그대로 묻어났다. "괜찮으신가"라고 묻기가 미안할 만큼 강건한 의지가 느껴졌다.

    오전 9시 30분께. 박 의원이 신문을 꼼꼼히 챙겼다. “어제는 차인표 씨 사진만 신문에 보도됐는데 오늘은 의원님 사진도 나왔다”고 기자가 말을 건네자 “드디어 제 모습이 나왔네요”라며 아쉬움 섞인 미소를 보였다.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접어들어서야 언론의 관심이 쏠린데 대한 안타까움이다.

    "언론이 관심을 가져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이렇게 안했어도 관심을 가져줬어야 하는데..."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의 심정을 아는 것일까.하늘도 점점 흐려졌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박 의원의 고민이 커졌다. 이날 방문하기로 한 사람들이 혹여나 고생하진 않을까, 발걸음을 돌리지는 않을까. 보좌진들에게 날씨를 자주 묻던 그는 급기야 우비 준비를 당부한다. 

    단식 3일차를 맞아 박 의원도 달라졌다. 적정량의 소금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단식을 준비하거나 해본적이 없어서 소금을 먹어야 하는 줄도 몰랐다. 어제 너무 고생을 했는데 (소금 섭취로) 조금 괜찮아졌다.”

    단식 이틀째까지 국회의원 동료들의 발걸음이 꽤 있었다. 같은 당 심대평 대표, 이회창 전 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 김세연 의원, 전여옥 의원 등이 다녀갔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야당 의원들의 응원은 이어지지 않았다.

    "야당의원들로부터 연락이 왔느냐"고 묻자 그는 "오지 않았다. 논평이 나왔지만 '부대변인' 명의로 쓴 것이다"라고 답했다. "실망이 크냐"고 묻자 "그분들한테는 별다른 감정도 없다,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 ▲ 23일 오전 10시,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총재는 박선영 의원이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 대사관으로 찾아왔다. ⓒ 뉴데일리
    ▲ 23일 오전 10시,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총재는 박선영 의원이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 대사관으로 찾아왔다. ⓒ 뉴데일리

    #2. 23일 오전 10시 정각

    이날 오전 이회창 전 대표가 박 의원의 텐트를 찾았다. 이 전 대표는 이틀 전에도 이곳을 방문, 박 의원을 격려했다.

    10시 정각에 도착한 이 전 대표를 보며 박 의원은 "총재님은 정말 시간을 칼같이 지키신다"고 했다. 10시에 가겠다고 사전에 알려왔던 모양이다. 이 전 대표는 도착하자마자 박 의원의 건강부터 챙겼다. "몸은 괜찮은가" "잠은 잘 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은 "중국 정부가 북송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기 전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건강에 대해 묻자, 단식 투쟁에 대한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한 것이다. 

    이 전 대표가 자리를 뜨자 그에 대한 고마움을 기자에게 털어놨다. "전화도 자주 해주시고, 벌써 두 번이나 와주셨다. ‘북송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고 했다.

  • ▲ 23일 오후.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찾아오는 손님들에 항상 공손한 자세로 인사했다. ⓒ 뉴데일리
    ▲ 23일 오후.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찾아오는 손님들에 항상 공손한 자세로 인사했다. ⓒ 뉴데일리

    박 의원을 취재하며 나름대로 원칙을 세웠다. 가급적이면 질문하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는 것. 물론 중간중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3분 이상은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박 의원은 흔쾌히 답변해줬지만 쉬는 시간을 뺏고 싶지는 않았다. 이날도 분명 힘든 몸을 이끌고 하루종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할 것이다.

    자동차 한대가 잠시 멈추며 차에 있던 사람들이 “박선영 의원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지나가던 한 시민은 “단식 중인지 몰랐다.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이렇게 찾아왔다”며 ‘음료수 한 박스’를 전해주고 갔다. 그는 음료수를 주변에 나눠줬다.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큰 힘이 된다. 많은 분들이 핫팩을 주셨다." 그의 입가에 또 한차례 미소가 번진다.

    중국대사관 앞에도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박 의원은 물 한모금과 약간의 소금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뱃속알람'과는 무관하게 밥을 먹는 일이 미안해졌다. 박 의원이 사람들과 대화하는 틈을 타 조용히 텐트 주변에서 빠져나왔다.

  • ▲ 23일 오후 2시 10분, '북송 문제'애 관심을 표현 고등학생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뉴데일리
    ▲ 23일 오후 2시 10분, '북송 문제'애 관심을 표현 고등학생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뉴데일리

    #3. 23일 오후 2시10분

    23일 오후 2시10분께. 풍선을 든 100여명의 젊은 학생들이 텐트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풍선에는 ‘북송중단, save my friend'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중국대사관 앞에 자리를 잡고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때 박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학생들 한 가운데로 걸어갔다. 툭 건들면 쓰러질 것 같은 여리여리한 체구였지만 그의 자세는 꼿꼿했다. "이곳까지 오느라 힘들었을텐데." 애써 기운을 내는 박 의원이 일일이 학생들의 손을 잡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들은 광화문 광장을 시작으로 중국대사관 앞까지 '북송저지' 풍선을 들고 걸어왔다고 했다. 기자회견은 팝페라 가수 박완의 애절한 노래로 시작됐다. 길 건너편 중국대사관을 넘어 중국 본토에까지 닿을 것 같았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강제 북송 위기에 놓인 가족 김일심씨의 편지였다. 학생들은 각각 한국말과 중국말로 낭독했다. 편지를 읽는 학생은 울먹였고, 듣는 이들은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 ▲ 23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낭독하던 김은주 학생의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 뉴데일리
    ▲ 23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낭독하던 김은주 학생의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 뉴데일리

    호소문을 낭독한 김은주, 윤이나 두 사람의 목소리도 눈물로 떨렸다. 박 의원은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호소문을 계속 읽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들의 기자회견은 “save my friend, 우리는 북송을 반대합니다. 그들을 살려주세요. 중국 주석님 그들을 살려주세요"란 구호로 마무리 됐다.

  • ▲ 나우 대표 지성호 군과, 폴란드에서 온 요안나 호사냑은 후진타오 주석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중국대사관에 전했다. ⓒ 뉴데일리
    ▲ 나우 대표 지성호 군과, 폴란드에서 온 요안나 호사냑은 후진타오 주석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중국대사관에 전했다. ⓒ 뉴데일리

    #4. 23일 오후 2시40분

    중국 후진타오 주석에게 호소문을 전달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나우대표 지성호씨와, 폴란드에서 온 요안나 호사냑은 이를 전달하기 위해 중국대사관으로 향했다.

    탈북대학생인 지씨는 “작년에도 북송 문제와 관련 많은 활동을 했었는데, 이번처럼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심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오는 3일에도 탈북자 관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북송문제가 부각됐고 우리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에 '북한 주민'에서 탈북자 문제로 바꿨다"고 했다. 호사냑은 "폴란드에서도 북한에 관심이 많아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했었다. 결국 7년 전에 한국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씨에게 "북한 단체들은 젊은 탈북자들이 사회활동에 잘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던데"라고 묻자 "원래 그랬었지만,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 젊은 고등학생들도 많이 참여한다. 특히 남한 학생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니 탈북자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답했다.

    중국대사관 앞에는 50여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길을 막고 있었다. 경찰은 기자들의 출입은 제한했고, 호소문을 전달하는 두 사람에게만 길을 터줬다.

  • ▲ 23일 '북송 금지'란 풍선을 든 학생들이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단식 농성'을 하는 중국대사관 앞으로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데일리
    ▲ 23일 '북송 금지'란 풍선을 든 학생들이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단식 농성'을 하는 중국대사관 앞으로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데일리

    지씨는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그동안 열심히 활동했는데 북한 문제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아무런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많이 섭섭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잠시 관심을 받고 또 사그라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그래도 박선영 의원이 이렇게 일해주고 계서서 그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3월3일 2시에 서울역에서 집회가 또 있다. 꼭 찾아와달라"고 호소했다.

    어느새 박 의원의 텐트에는 기자들이 몰려와 있었다. 기자들이 건네는 질문은 비슷했다. 박 의원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조용한 외교’의 노선을 걸어왔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계속 중국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이제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빨리 변해야 한다. 중국 눈치를 보면 우리는 중국의 속국이 된다.”

    #5 23일 오후 3시30분

    23일 오후 3시30분께. 사람들이 모두 다 가고 주변이 조용해졌다. 박 의원이 오늘 만난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했는지 궁금했다.

    "오늘 온 학생들에게 그래도 중국에 고마움을 표하라고 많이 이야기했다. 탈북자들이 북송된 경우도 많지만 한국으로 온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을 부각 시켜달라고 부탁했었다."

    박 의원은 "우리가 이렇게 싸워나가는 것은 그래도 중국이 북한과 달리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이제 우리는 정말 중요한 북한과 싸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인권'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탈북자들들 북송하지 말아야 한다. 그때까지 계속 단식을 이어갈 것이다"고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기슴이 콱 막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