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단체 현지 직원들, 구호물자 빼돌려
  • 누르토 아이작은 자신의 세 아이와 함께 소말리아 모가디슈의 난민캠프에서 구호식량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아이작은 그러나 자신과 같은 처지의 주민들에게 배당된 식량이 난민 캠프를 지키는 민병대 요원들에게도 나누어진다는 사실에 낙담하고 있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는 아이작과 같이 전쟁, 가뭄과 기근을 피해 고향을 등진 국내 난민이 18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많은 구호기관이 식량을 나누어 주며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을 돌보아 줄 것이란 희망 하나로 오랜 고통의 여정을 참아내며 모가디슈로 몰려들었다.

    난민들은 그러나 구호 기관에서 일하는 소말리아 현지 직원들이 자신들의 호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해 난민들에게 식량을 제대로 배급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작은 "우리 캠프에 돌아올 배급 식량의 절반이 우리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군벌들에 돌아간다"고 톰슨 로이터 재단이 운영하는 인도주의 뉴스 공급 사이트인 '얼러트 넷(AlertNet)'에 폭로했다.

    많은 난민은 특히 여성들이 캠프 내에서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구호단체 수의 증가에도 난민들을 위한 일자리는 없고 의료시설과 교육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 기근사태가 선포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말리아는 4백만 명이 원조에 의존해야 하는 상태로 인도주의적 위기상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군과 반군의 계속된 전쟁에다 구호단체 직원의 피랍, 정치적 목적에 휘둘리는 구호활동 등으로 소말리아는 구호기관들이 활동하기에 가장 어려운 국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얼러트 넷은 최근 41개 주요 구호단체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여 소말리아 내 구호활동에 장애가 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26일(현지시간)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구호활동 전문가가 기후변화와 급속한 도시화 등 점점 늘어나는 재앙적 상황을 구호활동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았으며, 구호활동의 정치적 이용과 구호요원들에 대한 공격을 또 다른 장애요인으로 들었다.

    지난달 구호단체 국경 없는 의사회(MSF) 소속 직원 2명이 모가디슈에서 총격에 목숨을 잃었으며, 이달 초에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활동 금지 명령으로 1백 10만 명에 이르는 굶주린 주민에 대한 식량배급을 중단했다.

    유엔 소말리아 인도주의 업무 담당자인 마크 보우덴은 구호단체 직원들이 구호 식량을 판매하고 있다는 난민들의 불평에 "이곳은 인도주의 업무를 진행하기에 가장 복잡한 환경이 형성돼 있다"며 "구호활동 감시 체제를 강화하려는 우리의 노력에도 비리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웃 난민캠프에 사는 수크리 아덴은 비정부기구(NGO)나 구호단체에 속한 현지 직원들이 자신들에게 배급해야 할 식량을 상인들에게 판매하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여섯 아이의 어머니인 아덴은 난민들이 한 달에 한번 쌀과 밀가루 각 25kg, 설탕 10kg, 식용유 5ℓ를 지급받지만 구호 직원들의 강압에 미화 5달러에 자신들 몫을 넘겨야 한다고 전했다.

    가족들을 근사하고자 구걸과 이웃들의 옷을 세탁하며 생계를 이어간다는 아덴은 구호단체 직원들이 난민들로부터 이렇게 헐값에 사들인 구호품을 상인들에게 넘겨 수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곳에서 몇 마일 떨어진 딘소르 캠프에 사는 카디자 모하메드(36세)는 최근 강간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모하메드는 "정부군 복장을 한 3명의 무장괴한이 캠프에 침입,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내 눈에 플래시 불빛을 비추고 목을 조른 뒤 우는 아이들 앞에서 나를 강간했다"고 말했다.

    과부인 모하메드는 아침해가 떠오르자 인근 보건소로 달려갔으나 의사가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나중에 캠프 지도자들이 진통제를 갖다줬으나 당시 일로 병에 걸리지나 않았는지 불안하다. 진료를 받으러 갈 데도 없다."라고 전했다.

    아이작도 캠프에서 강간사건이 빈번하다며 "그들은 총부리를 겨눈 채 어머니들을 강간하고 이 사실을 말하면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다. 임시 거처에는 잠금장치도 없어 괴한들이 밤이면 침입해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소말리아에는 여성과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난민캠프는 치안이 부족한 데다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하메드의 오빠인 말림 이브라힘(40세)은 "현지 구호단체 직원들이 난민들의 식량을 팔아 주택을 짓고 있다. 우리는 빼앗기고 있으나 호소할 정부기관이나 구호단체가 없다"며 정부 관료와 현지 구호직원들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브라힘은 "많은 NGO가 이곳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어떤 단체는 최근 이곳에 양철로 학교를 세워 아이들 사진만 찍고서 일주일 만에 철수했고, 이후 교사들도 사라져 버렸다"며 구호활동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다른 기관들은 화장실을 설치해 줬다. 고마운 일이긴 하나 굶주린 자는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우리는 생존하고자 음식과 물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