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박진경 대령 서훈 취소 지시 위기감 전무싸우는 정당 표방하는 장동혁號, 논평 1개로 끝당 안팎서 우려 목소리 "정통성 못 지키면 전멸"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고(故) 박진경 대령 서훈 취소 지시를 두고 논란이 커지지만 국민의힘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좌파 진영에서 박 대령을 악마화 하며 공세에 나선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지도부 차원 메시지가 전무하다. 

    야당 내부에서는 '싸우는 정당을 표방하는 장동혁 지도부가 역사 논쟁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16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개별 의원들이 의견을 내는 것보다는 이런 문제는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논리와 증거를 꺼내 들고 상대 진영의 공세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의 뼈대를 흔드는 공격에도 무감각하다면 보수 정당의 간판을 떼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오전 박 대령에 대한 서훈 취소 검토를 지시했다. 지난 12일 좌파 시민단체들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 집회를 한 후 이틀 만이다. 국방부는 즉각 “관련법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능한 조치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지난 10월에 이뤄졌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제주에 주둔했던 9연대장으로 4·3 사태 진압 작전을 지휘했다. 남한 공산주의 혁명을 목표로 했던 남로당의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군의 지휘관이다. 1948년 6월 남로당 세포인 문상길 중위의 지시로 손선호 하사가 숙소에서 잠든 박 대령을 죽였다. 

    6·25 전쟁 당시 노획한 북한 정부 문서에 따르면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 총책 김달삼은 4·3사태를 두고 "남조선 전체 인민들의 위대한 구국 투쟁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는 1948년 8월 북한 정권 수립을 위한 인민대표자대회에 참석해 "우리 조국의 해방군인 위대한 쏘련군과 그의 천재적 영도자 쓰딸린 대원수 만세"를 외친 인물이다. 
  • ▲ 고(故) 박진경 대령. ⓒ다큐스토리
    ▲ 고(故) 박진경 대령. ⓒ다큐스토리
    4·3 보고서에 담긴 증언에도 박 대령은 제주도민 학살보다는 남로당 세력에게서 구출에 초점을 맞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남로당 폭동 규모가 커지면서 산으로 숨어 들어간 일반 도민들과 남로당 세력을 분리하는 것이 작전의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4·3은 말한다'에 나온 사건 일지에는 박 대령의 재임 기간 무장대 사살은 경찰과 합동 작전까지 합해 25명에 불과했다. 

    당시 소대장이던 채명신 전 주베트남 한국군사령관은 "그는 양민을 학살한 게 아니라 죽음에서 구출하려고 했다. 4·3 초기 경찰이 처리를 잘못해서 많은 주민들이 입산했다"면서 "박 대령은 폭도들의 토벌보다는 입산한 주민들의 하산을 작전의 중심을 뒀다"고 했다.

    반면 좌파 진영은 박 대령을 '학살자'라고 주장한다. 박 대령 암살범인 손 하사가 "박 대령의 30만 도민에 대한 무자비한 작전 공격에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증언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남로당 사주를 받은 암살자의 법정 주장을 차용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이같은 논란에도 전날 논평을 1개만을 내는 등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 지도부에서도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도 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박 대령 서훈 취소 지시는 결국 여순사건과도 직결돼있는 문제라는 것이 학계의 견해다. 여순사건은 전남 여수와 순천에서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봉기한 사건이다. 남로당 세포들이 주도한 무장 반란이라는 평가다. 

    14연대에 암약한 남로당 세력은 무기고와 탄약고를 장악하고 반란군에 맞선 장교 21명을 죽였다. 여수 시내로 진입한 뒤엔 경찰서 등 관공서를 공격해 '미군 철퇴' '인민공화국 수립 만세' 등 성명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미 여권은 이런 여순사건을 재정립하기 위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순특별법 등을 발의해 통과시킬 기세다. '여수ㆍ순천 10ㆍ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으로 명명된 법안은 해당 사건을 다시 정립해 피해자들에게 지원금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이미 이재명 정부에서는 법무부가 여순 사건 국가배상 상소를 포기했고, 이 대통령은 직접 이 사건이 "부당한 명령에 맞선 행위"라며 합당한 항명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무기력한 국민의힘이 국가의 정통성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스스로 자멸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건국 이래 쌓아왔던 역사 논쟁의 헤게모니가 좌파 진영으로 넘어가면 회복 불능 상태로 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사학과 교수는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여권이 약속이나 한 듯 역사를 각색해 재조명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도 국민의힘은 역사 논쟁 자체를 불필요한 논쟁, 불리한 어젠다(의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역사적 사실로 입증된 남로당의 반란을 항명으로 둔갑시키는 작업을 하는데도 보수 정당을 표방하고, 싸우는 정당이 되겠다던 지금의 국민의힘도 바라만 본다면 결국 대한민국 주류에서 배척되는 것은 물론 전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