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피폭 당시엔 “예산 적으니 확 늘려라”..실제 배정 예산, 2년 전 거의 그대로
  • 방위사업청(청장 노대래)은 “지난 12일 ‘대형공격헬기사업 사업설명회’를 통해 대형공격헬기 사업(AH-X) 참여 희망업체들을 대상으로 제안요청서(RFP)의 세부내용을 설명하고, 제안요청서를 배부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대형공격헬기사업(AH-X)은 북한의 기갑전력 및 국지도발에 대비하기 위한 신속대응전력인 대형공격헬기를 해외에서 도입하는 사업으로 2011년 7월 제5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추진방법이 국외구매로 결정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헬기사업팀장(공군대령 탄명훈) 주관으로 방위사업청에서 실시한 이날 사업설명회에는 미국의 보잉사와 벨사, 프랑스의 유로콥터사, 터키의 터키우주항공사(TAI), 남아공의 데넬사 등 사업 참여 희망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대형공격헬기사업은 4월 말까지 업체 제안서를 접수하고 5월에 제안서평가를 한 뒤 6월부터 9월까지 시험평가 및 협상을 진행, 10월중에는 구매 기종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 ▲ 남아공 데넬사의 공격헬기 '루이벌크'. 강력한 헬기지만 남아공 외에는 수출실적이 없다.
    ▲ 남아공 데넬사의 공격헬기 '루이벌크'. 강력한 헬기지만 남아공 외에는 수출실적이 없다.

    방사청이 밝힌 ‘입찰 희망자’와 후보기종은 보잉社의 AH-64D 롱보우 아파치, 유럽 최대의 방산업체 EADS社 계열사인 유로콥터社의 타이거, 美해병대가 현재 사용 중인 벨社의 AH-1Z, 이탈리아 아구스타社와 터키 TAI社가 공동생산 하는 AW-129 망구스타, 남아공 데넬社의 루이발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유로콥터는 기술이전을 제안하고 있고, 남아공은 아예 생산라인을 넘겨주겠다는 제안까지 한 적이 있지만 후보기종 중 우리 군이 가장 원하는 건 AH-64D 롱보우 아파치 헬기다.

    AH-64D 롱보우 아파치는 회전날개 상부의 전천후 탐지시스템을 통해 적 전차에 미사일을 쏜 뒤 달아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데다 조종석과 로터, 엔진 주변 모두 12.7mm 총탄도 막아내는 장갑을 갖춰 생존성이 매우 높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AIM-9X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까지 장착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군이 참전한 전쟁에서 AH-64D 아파치 헬기가 전투 중 격추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 ▲ 美시콜스키사의 AH-1Z 바이퍼가 장착 가능한 무장을 전시 중이다.
    ▲ 美시콜스키사의 AH-1Z 바이퍼가 장착 가능한 무장을 전시 중이다.

    이런 헬기를 도입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문제는 예산부족. 국회는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직후에는 “대형 공격헬기 도입이 시급하니 예산을 늘려 주겠다”고 하다 정작 사업을 시작할 때가 되니 예산증액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청은 2008년 9월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공격헬기 획득방안 분석’ 연구를 시작해 2010년 12월 사업타당성 조사 연구까지 모두 끝낸 후 국회 국방위에 보고했다. 방사청이 국회에 1조8,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AH-64D 블록1 36대를 도입한 뒤 국내에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국회 국방위 위원들이 “예산을 더 늘려 줄 테니 최신형 버전으로 구입하라”고 종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 미군의 AH-64A. 미군도 롱보우 아파치 가격 상승으로 이 AH-64A형을 300대 이상 '재조립(Rebuild)'해 롱보우 아파치로 만들어 사용 중이다.
    ▲ 미군의 AH-64A. 미군도 롱보우 아파치 가격 상승으로 이 AH-64A형을 300대 이상 '재조립(Rebuild)'해 롱보우 아파치로 만들어 사용 중이다.

    국방위 의원들은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XK-2 흑표’ 전차 도입 대수를 300대에서 200대로 줄이고(대당 약 80억 원), K-21 도입 시기를 연기해 마련한다고 밝혔었고 당시 방사청장도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2년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시점에서는 예산이 늘지 않았다.

    대형공격헬기 도입사업에 국회가 책정한 예산 1조8,000억 원. 반면 AH-64D 롱보우 아파치의 현재 가격은 8,000만 달러(약 960억 원)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파치 공격헬기는 90년대까지 4,000만 달러 내외(AH-64A)던 가격이 최근 대만에 팔 때는 8,000만 달러(한화 약 960억 원, AH-64D 블록3)까지 뛰었다. 인도에 제시한 가격도 22대 구매 시 14억 달러(대당 6,360만 달러, 한화 약 760억 원)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구매 가격은 대당 1억 달러를 넘겼다. 이 가격이면 1개 비행대(18대)도 도입하지 못한다.

    때문에 미국 측에서는 36대를 도입할 수 있도록 AH-64A 개조형을 권유한 적이 있다. 개조형은 미군이 쓰던 AH-64A형을 분해 후 수리해 업그레이드한 헬기로 AH-64D와 큰 성능 차이는 없다고 한다.

    미국은 현대화 계획에 따라 AH-64A 헬기를 AH-64D 롱보우 아파치 헬기로 재제작(Rebuild)한 바 있다. 이때 821대의 AH-64A 중 284대가 AH-64D 롱보우 아파치 블럭1로 바뀌었다. 우리 군이 도입하려는 AH-64D 블록 1도 여기에 해당된다.

  • ▲ 미군의 AH-64D. 적 기갑전력에게는 '저승사자'다.
    ▲ 미군의 AH-64D. 적 기갑전력에게는 '저승사자'다.

    미국은 우리 측에 AH-64D 블록 1형과 업그레이드 키트(대당 약 270만 달러)도 함께 주문하면 ‘리셋’을 통해 블록2형으로 업그레이드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리셋’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모든 헬기의 무장과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프로그램으로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장치와 부품이 새 것으로 교체된다. 우리 군 헬기에는 없는 전천후 적외선 센서 ‘M-TADS’도 신형으로 장착된다.

    2010년 당시 전해진 바로는 미국이 한국 국방부에 제안한 AH-64D 블록1 가격은 2012년 기준으로 1,618만 달러이며 여기에는 새 엔진과 새 레이더, 신형 M-TADS가 장착된다. 블럭2로 ‘업그레이드’하는 키트 가격은 대당 269만 달러다. 이 가격이면 대 당 약 1,900만 달러(한화 약 230억 원)가 되므로 1조8,000억 원으로 36대 이상을 충분히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