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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새끼를 기르고 있다.”
민주당이 야권단일 박원순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데 대해 당 내부의 반발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1일에는 박 후보가 시장에 당선될 경우 신당을 창당해 민주당과 민노당이 흡수될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박 후보의 승리가 민주당의 승리”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박 후보에 대한 당원들의 거부감을 불식시키려는 의도에서다. 지난 13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래 줄곧 오전 첫 일정을 출근길 인사로 시작하고 있다. 대표가 박 후보의 유세 현장에 나타나도 당원은 없고 지역 간부만 몰리는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는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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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박원순 무소속 후보 지원을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집권 경험이 있는 제 1야당이 내년 총‧대선의 전초전이 될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배출해 내지 못한데 대한 당 안팎의 비관적 전망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욱이 박 후보가 민주당이 영입하려던 후보였기에 더욱더 신임을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 민, 예선에서 ‘필패’…“총‧대선 못 치러”
손 대표가 ‘올인’하다시피 했던 야권경선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패배하면서 그의 당내 입지는 크게 약화됐다. ‘대표직 사퇴’를 승부수로 띄워 그 파장을 축소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암운이 드리운 것은 분명했다.
그가 야권 대통합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스스로 민주당의 존재감을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각종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한다며 군소 야당이나 시민사회의 덩치를 너무 키워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내년 총선 단일화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찔하다. 저쪽에서 요구하는 대로 끌려가다가는 오히려 의석수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은 내년 총‧대선에도 이번과 비슷한 방식으로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 앞두고 외부 영입에 눈을 돌렸던 것은 맞다. 그 중에 박 후보도 있었다”고 했다. 당내 주자보다 박 후보가 더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안풍(安風, 안철수 바람)과 맞물려 민주당의 어설픈 ‘작업’은 박 후보의 중량감만 키워준 꼴이 됐다.
뒤늦게 당내 경선을 치르며 ‘절반의 흥행’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에게 남은 것은 ‘불임정당’이란 주홍글씨와 영입에 실패한 무소속 후보를 위해 뛰는 길 뿐이었다.
◆ 민주, 박원순에 명운 걸었는데…
민주당은 쇄신의 거친 바람에 내몰렸다. 박 후보의 정치 운명에 따라 바람의 세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좌파단체의 구호에 맞춰 촛불집회, 희망버스에 합류하는 사이 국민들은 민주당과 시민단체와의 차별성을 잃게 됐다. 정당의 존재 이유까지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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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박원순 무소속 후보 지원을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은 박 후보의 승리가 민주당의 회생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인만큼 승리에 민주당의 공(功)도 일부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박 후보가 당선된 이후 민주당과 연대를 지속해나간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얘기다.
차명진 한나라당 전략기획본부장은 21일 “오는 12월 7일께 참여신당이 출범하는데 박 후보가 당선되면 총선을 점령하고 대선을 장악해 민주당과 민노당을 흡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당은 박 후보와 가까운 좌파시민단체 인사가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후보 영입에 실패하면서 이미 박 후보에게 뒤통수를 한 번 맞았다. 두 번째는 뒤통수가 아니라 눈 앞에서 보고도 당하는 형국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