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개발(R&D)의 성과가 질(質)적 측면에서 여전히 세계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중국에까지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마다 10조원이 넘는 정부 예산으로 이뤄지는 국가R&D사업의 결과물은 세계 수준과 더 큰 격차를 보였고, 연구를 위탁받은 기관 가운데 그나마 세계 수준을 넘어선 곳은 포스텍(포항공대)·이화여대·광주과학기술원·서강대·천문연구원 정도였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작성한 '2010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핵심학술지(Core Journal)에 실린 우리나라 논문(정부, 민간 지원)들의 '상대적 순위보정 영향력지수'는 0.933으로 세계 평균(1.0)을 밑돌았다.

    KISTEP이 최근 개발한 이 지수는 논문이 실린 학술지의 영향력·인용빈도 등을 반영해 논문의 질적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다.

    우리나라 지수는 미국(1.088)·영국(1.074)·프랑스(1.049)·캐나다(1.039)·독일(1.038)·이탈리아(1.028)·일본(0.971) 등 이른바 '선진 7개국'은 물론, 중국(0.942)보다도 낮았다.

    우리나라가 △2007년 0.952 △2008년 0.945 △2009년 0.933 등으로 해마다 뒷걸음질하는 동안 중국은 2007년(0.943)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분석 대상을 국가R&D사업(정부 지원)을 통해 생산된 논문만으로 좁히자 우리나라 논문의 질적 수준은 0.897로 더욱 떨어졌다. 이 역시 2007년 0.922에서 2008년 0.907으로 계속 하락세다.

    국가R&D사업 수행 주체별로는 대학이 생산한 논문의 수준이 0.900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정부출연연구소(0.894), 대기업(0.885), 중소기업(0.839), 국공립연구소(0.827) 등의 순이었다.

    대학 중에서는 포스텍(포항공대) 논문의 질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2009년 SCI 핵심학술지에 실린 포스텍의 국가R&D 논문(715편) 지수는 1.064로 세계 평균을 웃돌았다. 이화여대(253편, 1.029)와 광주과학기술원(283편, 1.014), 서강대(251편, 1.008) 역시 세계 평균을 넘어섰다.

    서울대(2천427편, 0.970), 고려대(1천62편, 0.932), 연세대(1천504편, 0.922) 등은 상대적으로 SCI 논문 수가 월등히 많았으나 평균적 수준은 아직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했다.

    26개 이공계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가운데 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천문연구원(60편, 1.091)이었다. 지수가 세계 평균 이상인 출연연은 천문연구원과 과학기술정보연구원(53편, 1.084) 단 두 곳 뿐으로, 국내 대학과 비교해도 열세였다.

    R&D 단계별로는 기초연구 과제의 논문 질이 0.949로 가장 뛰어났고, 응용연구(0.846)과 개발연구(0.840)는 세계 수준과 큰 차이를 드러냈다.

    국가과학기술지표(NSI)상 22개 분야 중에서는 △우주과학(1.060) △다학문분야(1.052) △물리학(1.004) 등 고작 세 분야만 국가R&D과제 논문의 질이 세계 평균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와 KISTEP은 보고서에서 "2010년 조사 결과, SCI 논문 등의 질적 수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구성과의 질적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를 평가에 적극 활용, 질 중심의 성과 관리가 이뤄져야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대학이 수행하는 기초연구, 국제 공동연구 등에서 발표된 논문의 질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확인된만큼 이 부문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한다고 두 기관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