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때 갈등이 깊어진 끝에 이혼하기로 한 부부에 대해 `둘 다 잘못했다'는 일침과 함께 양쪽의 위자료 청구를 기각한 법원 판결이 잇따랐다.

    10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A(40.남)씨와 B(36.여)씨는 2002년 친구 소개로 만나 1년여간 연애 끝에 2004년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 후 A씨는 아내가 자신의 가족을 친정식구처럼 성심껏 대하지 않는 것에, 반대로 B씨는 가부장적인 A씨가 시댁에 대한 의무만을 강조하는 것에 서로 불만을 품게 됐다.

    갈등은 B씨가 암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며 겪는 어려움을 시댁 식구들이 알아주지 않으면서 깊어졌고, 지난해 설(구정)에 기어코 사단이 났다.

    시댁에서 제사 음식을 마련하다 미끄러져 손가락을 삐고 허리를 다쳤는데도 식구들이 걱정은 커녕 일도 도와주지 않자 B씨가 시누이, 시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고 이튿날 서울 집으로 혼자 돌아와 버린 것이다.

    부부의 싸움은 양가의 집안 싸움으로 커졌고, 지난해 6월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혼과 위자료 1천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B씨는 거꾸로 이혼과 위자료 5천만원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부가 똑같이 책임이 있다'며 양측의 위자료 요구는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는 시댁에 대한 의무만 강요하면서 시댁식구와 함께 B씨를 타박했고, B씨는 시댁에 대한 반감으로 식구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아버지에게 대들기까지 했다"며 "남편과 아내 모두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꾸짖었다.

    C(38.남)씨와 D(30.여)씨 부부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내커플이던 부부는 결혼에 성공한 뒤 남편 집안 중심으로 혼인생활이 이뤄지는 것에 D씨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불화가 시작됐다.

    이윽고 2009년 추석 전날 시댁에서 혼자 차례를 준비하면서 불만이 쌓여있던 D씨가 시댁에만 신경쓰는 남편에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부부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이혼소송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C씨는 D씨가 시댁 위주의 생활을 하면서 며느리로서 의무만 강요받는다는 피해의식을 느낀다는 점을 알면서도 해결 방안을 모색하지 않았고 격앙된 D씨에 물리력을 행사해 상처까지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D씨에게도 "대화와 타협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합리적으로 해소하기보다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C씨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폭행했다"며 양측의 위자료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